이 기사는 2025년 06월 11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곰표맥주'로 유명했던 수제맥주 회사 세븐브로이가 기업 회생을 신청했다. 수년간 이어져 온 경영 악화로 인해 결국 법원에 문을 두드린 것이다. 한때 애주가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맥주 제조사였다는 점에서 꽤나 안타까운 소식이다.이런 와중에 최근 엉뚱하게도 '곰표'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대한제분을 향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사정은 이렇다. 곰표맥주가 인기를 끌자 대한제분이 다른 기업에 브랜드 사용권을 줬고, 기존 세븐브로이의 맥주 제조 레시피까지 가져가면서 회사가 어려워졌다는 논리다. 결과적으로 갑의 횡포로 인해 제조사가 망가진 케이스라는 점이 부각됐고, 불매운동으로 번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세븐브로이의 경영 악화가 단순히 대한제분의 라이선스 계약 해지와 레시피 탈취에 의한 것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곰표 브랜드 상표권 이전이 정당한 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문제될 게 전혀없다. 이런 류의 지식재산권(IP) 이전은 늘상 있어왔던 일이다.
레시피 탈취에 대해서도 맥주업계에서는 그리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 레시피 자체는 제조사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독창성이나 배타성을 가질만한 성질도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결국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수제맥주의 특성상 맛이 약간 다를 뿐 맥주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대동소이하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란의 사실 여부를 떠나 곰표 브랜드를 가져간 한울앤제주의 실적은 어떨까. 예상대로라면 곰표 상표권으로 높은 수익을 거둬야 정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울앤제주는 작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중이다.
사실 수제맥주가 뜨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크다. 집합금지로 인해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질 수 없었던 사람들이 편의점으로 향했고, 기존의 대형 주류회사의 맥주에 식상함을 느꼈던 이들의 수요와 맞물리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게다가 레트로 디자인 열풍이 겹치면서 순풍에 돛단듯 곰표맥주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로 퍼져나갔다. 비슷한 시기 말표(구두약) 흑맥주, 백양(BYC 내의) 비엔나 맥주 등의 미투 브랜드들이 탄생한 것을 보면 당시의 트렌드를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한때 '흥했던' 수제맥주를 향한 열광과 레트로 감성 모두 식어버린 상태다.
세븐브로이가 곰표를 통해 수제맥주의 대중화와 저변 확대에 기여한 점은 분명 인정받아 마땅하다. 가내수공업 형태로 제조돼 제한적으로 유통돼 왔던 수제맥주를 대량 생산했다는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빠르게 불타오르다 금세 사그라지는 트렌드에 취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건 아닌지 되돌아 봐야한다. 세븐브로이의 회생 신청은 단지 '곰표' 부재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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