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업계 체력 점검]‘현금 확보전’ 가속…운전자본 대응 차이 '뚜렷'②환영·한국철강 선제 감축…대한제강·한국특강 재고·채권 확대
이호준 기자공개 2025-06-13 07:29:32
[편집자주]
철근은 한동안 철강 업계의 믿을 만한 수익원이었다. 건설 경기가 좋았을 땐 판재 부문에서 난 손실까지 떠안으며 전체 실적을 지탱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는 꺾였고 공급은 그대로다. 구조조정을 거론하는 시각과 수요 반등을 기다리는 시선이 함께 있다. 다만 재무 건전성과 유동성을 확보한 기업이 유리하다는 평가엔 큰 이견이 없다. 더벨은 철근 시장 주요 기업들의 재무 구조와 리스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1일 14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철근사들의 생존을 좌우하는 건 유동성 관리 능력이 될 전망이다. 환영철강공업과 한국철강은 재고와 매출채권을 최소화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대한제강과 한국특강은 제품 재고가 쌓이며 자금 압박이 심화하고 있다. 운전자본 관리 역량이 유동성 체력 격차를 키우는 모습이다.불황기 기업들은 운전자본 조정으로 현금을 확보한다. 운전자본은 영업활동 유지를 위해 필요한 자본이어서 실적이 커질수록 자연히 늘어난다. 그러나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엔 운전자본 확대가 오히려 현금흐름을 막아 재무 효율을 떨어뜨린다.
이에 재고를 줄이면 즉시 현금이 들어오고, 매출채권을 회수하면 외상거래로 묶인 자금이 풀린다. 매입채무 지급을 늦추는 것도 단기적 현금 확보 수단이 된다.
환영철강공업은 가장 적극적으로 이 같은 운전자본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재고자산은 478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51억원 줄었다. 반제품(-112억원)과 원재료(-16억원) 재고를 대폭 줄이며 조정을 단행한 결과다. 매출채권은 72억원 줄었고 매입채무는 27억원 늘렸다. 재고 축소와 외상매출 회수, 외상매입 확대가 동시에 이뤄졌다.
한국철강도 재고와 매출채권을 줄이며 현금흐름을 관리했다. 재고는 601억원으로 44억원 감소했고 매출채권은 29억원 줄었다. 매입채무는 27억원 늘렸다. 역시 생산조정과 채권 회수, 외상매입 확대를 병행하며 현금 확보에 나섰다.
반면 대한제강은 재고와 매출채권이 함께 증가하며 운전자본 부담이 커졌다. 1분기 재고는 1673억원으로 119억원 늘었다. 특히 제품 재고가 570억원에서 924억원으로 급증했다. 원재료 재고는 감소해 전체 재고 증가분은 다소 제한됐으나, 제품 적체가 심화하고 있어 판매 부진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특강도 재고와 채권이 동반 확대되며 압박이 심해졌다. 1분기 재고는 1182억원으로 103억원 늘었고 매출채권도 12억원 증가했다. 다만 재고 증가분은 원재료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1분기에 순손실을 기록한 만큼 판매 부진 영향도 있겠으나 재고 증가는 선제적 자재 확보 성격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매입채무는 2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외상매입 여력 확대는 제한적이었다. 한국특강의 1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234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354억원에서 120억원 줄어든 수치다. 운전자본 증가가 계속되며 유동성 부담이 누적되는 양상이다.
한국제강은 재고에서 비교적 큰 변화가 없었다. 비상장사라 분기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재고는 892억원으로 전기 대비 71억원 늘었으나 제품 재고는 줄고 반제품 재고가 늘었다. 수주 누적이나 생산 일정 차이에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매출채권은 적극적으로 회수했다. 매출채권은 745억원에서 659억원으로 86억원 줄며 외상거래 회수에 나섰다. 반면 매입채무는 602억원에서 335억원으로 267억원 줄어 외상매입 여력은 감소했다. 재고 확대와 외상매입 축소가 겹치며 운전자본 총규모는 오히려 늘어난 흐름이다.
한 중견 철강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금처럼 시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제품 재고가 늘어나는 건 결국 시황 악화 때문"이라며 "우리도 그렇지만 다른 철근사들 역시 운전자본 관리를 통해 현금을 최대한 짜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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