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상법 개정·강세장 속 행동주의 펀드의 '딜레마'펀드들 '조용한 개입' 기조 강화, 대응 방향 재조정
고은서 기자공개 2025-06-23 16:23:1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3일 09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법 개정이 본격 추진되면서 행동주의 펀드들은 제도 개선이라는 호재를 맞이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전략 고민을 더하고 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주가 반등세까지 겹치면서 전통적인 캠페인 방식의 실효성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다.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치권에서는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명문화 등이 핵심이다. 이들 조항은 그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여당 주도의 정기국회를 앞두고 입법 가능성이 제기된다.
행동주의 펀드 입장에서는 제도 개선이 가져올 환경 변화가 반갑다. 의결권 행사의 실효성이 높아지고 제도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한 캠페인이 가능해지는 만큼 대응의 폭도 넓어진다. 특히 과거에는 일부 펀드에 국한됐던 주주제안이 상법 개정을 계기로 제도권 전략으로 정착될 수도 있다.
문제는 시장 흐름이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일부 기업들이 주주환원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주주총회 일정에 앞서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이사회 구성 개선 등을 선제적으로 발표하게 되면 펀드의 대응 명분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특히 금리 인하 기대감과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 등이 맞물리면서 코스피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가가 일정 수준 회복되면 행동주의의 핵심 논리였던 저평가 프레임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상법 개정과 시장 반등이라는 호재 속에서도 행동주의 펀드들이 전략을 재정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제도적으로는 길이 열렸지만 정작 펀드가 설 자리는 좁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의 시간이 곧 전략의 딜레마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조용한 관여에 집중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IR 담당자와의 비공식 면담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공개 캠페인 없이 지배구조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일부 운용사는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충돌 없이 장기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언제든 주주제안에 나설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기업의 자발적 개선을 지켜보는 형태다. 명확한 경영 리스크가 부각되지 않는 이상 상호 신뢰를 유지하는 쪽이 오히려 수익률 방어에 유리하다는 인식도 자리잡고 있다.
상법 개정을 통해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이런 조용한 관여 방식도 보다 제도권 전략으로 정착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런 기류는 펀드 운용 과정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행동주의 하우스 관계자는 "앞으로는 단기 전투보다 구조적 변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과거처럼 표 대결을 통한 이사 선임이 전부였던 시기와는 다르게 요즘은 지배구조 전반에 장기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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