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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물류사 분석]롯데글로벌, FI 풋옵션 '잘 막았다'②풋옵션 금리 3%대 추정, IPO 실패 불구 금리 부담 '제한적'

이영호 기자공개 2025-06-17 07:51:52

[편집자주]

대기업 그룹 산하 물류사업은 눈에 띄진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계열사 물류를 책임지며 그룹 자원이 적시적소에 배치되도록 하는 핏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의 약진과 경제 불황 여파로 물류사는 저수익성과 실적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기업의 최근 실적 추이와 재무 특성을 분석하고 앞으로 어떤 성장 궤도를 보여줄지를 조망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3일 13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PE) 피투자 8년 만에 투자 대금을 상환했다. 3800억원에 달하는 거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게 됐지만, 예상보다 에이치PE 풋옵션 조건이 가혹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투자 풍토를 감안할 때 롯데그룹과 재무적투자자(FI) 간 타협의 결과로 해석된다.

◇에이치PE, 2017년부터 2대 주주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에이치PE를 주요 주주로 받아들인 건 2017년 1분기였다. 2016년 말 기준 회사 5% 이상 주주 명단에는 △이지스1호 17.76% △롯데케미칼 17.54% △호텔롯데 13.92% △롯데리아 13.70% △롯데로지스틱스 11.13% 순이었다.

이 가운데 이지스1호는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전신 격인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8.8%를 쥐고 있었다. 2014년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세워진 법인이다. 이 SPC에는 롯데그룹 자금뿐만 아니라 일본의 오릭스코퍼레이션, 현대상선 자금도 투입됐다.

2016년 11월 롯데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이지스1호 보유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71%를 매입했다. 이후 현대로지스틱스 사명은 롯데글로벌로지스로 변경됐다. 롯데그룹이 매입하지 않은 이지스1호의 잔여 지분 17.76%는 2017년 1분기 에이치PE가 매입했다. 에이치PE가 구주 매입와 유상증자를 위해 투입한 투자금은 약 2860억원인데 당시 롯데글로벌로지스 밸류에이션은 1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그 결과 2017년 1분기 주주 구성은 △엘엘에이치 17.76% △롯데케미칼 17.54% △호텔롯데 13.92% △롯데리아 13.70% △롯데로지스틱스 11.13%로 변경됐다. 엘엘에이치는 에이치PE가 롯데글로벌로지스 투자를 위해 세운 비히클이다. 주주 지분율 변동 없이 이지스1호 지분만 소유주가 바뀌었는데, 이때는 신주 발행 없이 구주매출만 이뤄졌다.


이후 에이치PE는 15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주요 주주들의 지분율 구성에 변화가 있었다. 그 결과 엘엘에이치의 지분율은 같은 해 2분기 31.59%까지 뛰었다. 회사 부채비율도 2016년 말 200.5%에서 2017년 말 124.3%로 줄었는데 FI 신규자금 유입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엘엘에이치의 지분율이 21.87%로 내려왔는데 2019년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 계열 물류사 합병 등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치PE는 장기간 롯데글로벌로지스의 2대 주주 겸 단일주주 기준 최대 지분율을 가진 주요 주주였다.

◇롯데, 풋옵션 내주고 금리 실리 챙겼나

금번에 롯데그룹이 에이치PE에 돌려준 금액은 도합 3800억원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풋옵션 비용을 상환하는 게 아니라 주요 주주인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갚아주는 구조다. 주주간계약이 공개된 것이 아니기에 에이치PE의 풋옵션 조건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진 않았다.

다만 금번 상환 금액과 2017년 당시 투자금을 역산하면 연간 이자율은 약 3.5%로 추정된다. IB업계 관계자들도 "의외로 에이치PE가 내건 풋옵션 금리가 높지 않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업공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페널티로 가산금리가 붙었을 것을 감안하면, 롯데 측이 부담한 풋옵션 금리가 절대적으로 높다고 보기엔 어렵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입장에선 8년간 납득할만한 수준의 이자로 대출금을 끌어다 쓴 격이다.

그렇다고 에이치PE가 밑지는 장사를 했다고 보긴 어렵다. 최근 투자시장이 경색되면서 대기업이 사모펀드 운용사의 풋옵션을 받아주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지만,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대기업이 풋옵션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는 보기 힘들었다. 대신 대부분 FI가 '콜앤드래그(Call and Drag)' 수준으로 타협했다. 사실상 대기업 자율에 맡기는 불완전한 안전장치였다.

에이치PE의 경우 소위 높은 수준의 고금리 안전장치는 아니다. 하지만 에이치PE가 당시 롯데에게서 풋옵션을 받아낸 것만 하더라도 상당한 소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IPO가 좌절되면서 자칫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었지만 풋옵션으로 투자원금과 이자를 확보했다. 롯데 측은 FI에 풋옵션을 양보해 안전장치를 마련해준 대신, 금리 부담을 크게 낮추는 방향으로 타협한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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