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6월 17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업계에서 1위 탈환은 참 드문 일이다. 오랫동안 업력을 쌓아온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IFRS17 도입 이후에는 삼성생명의 1강 구도가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2, 3위를 두고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엎치락 뒷치락하기는 하지만 삼성생명과는 순익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보험별 점유율을 봐도 그렇다. 핵심 수익원으로 떠오른 건강보험 부문에서 지난해말 초회보험료 기준 삼성생명은 생보사 중 단연 1위다. 건강보험이 주로 손보사의 영역이었던 만큼 전체 1위는 삼성화재가 차지했다. 건강보험 외에도 생보사의 전유물인 연금 시장에서 삼성생명은 오랜 기간 1위 자리를 수성해왔다.
보험 시장에서 영업력과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기업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보험업계의 경쟁은 상품 자체의 혁신 보다는 가격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손보업계에서 약진하고 있는 메리츠화재도 전략적으로 가격을 설정하고 영업 채널을 확대하며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지 상품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아니다.
상품 혁신을 위한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래에셋생명은 세제 적격 연금 상품을 변액보험으로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존 세제 적격 연금 상품은 예금과 채권 만으로 운용되어 안정적인 상품이라 여겨졌을 뿐 수익률은 좋지 않았다. 미래에셋생명은 중형 보험사지만 변액 부문에서 전문성을 가진 만큼 상품 인가가 난다면 보다 많은 고객을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협회 측 상품 인가가 필요한 사항이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변액 보험 판매가 가능하다면 세금 공제와 함께 수익률을 높일 수 있어 소비자에게도 효용이 큰데 인가가 쉽게 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대형사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생명보험협회가 특정 보험사의 점유율 하락을 우려해 인가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굳어진 업계 순위와 함께 보험 시장은 바뀔 수 없다는 자조는 어쩌면 업계 스스로 자초한 것은 아닐까. 건강한 시장을 위해서는 보다 열린 운동장에서 다양한 보험사들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되어야 한다.
보험 업계에서 다양한 1등 플레이어가 등장해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전례가 없지 않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출범 1년 만에 무사고 환급 혜택을 도입한 해외여행보험으로 시장의 반향을 일으켰고 그해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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