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물류사 분석]풋옵션 덜어낸 롯데글로벌, 여전한 숙제 '캡티브 물량'③롯데지주·호텔롯데, FI 3800억 상환...캡티브 비중 증가에 성장동력 '희미'
이영호 기자공개 2025-06-20 07:30:30
[편집자주]
대기업 그룹 산하 물류사업은 눈에 띄진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계열사 물류를 책임지며 그룹 자원이 적시적소에 배치되도록 하는 핏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의 약진과 경제 불황 여파로 물류사는 저수익성과 실적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기업의 최근 실적 추이와 재무 특성을 분석하고 앞으로 어떤 성장 궤도를 보여줄지를 조망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6일 11시2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재무적투자자(FI)의 풋옵션 발동에도 재무적인 타격은 미미했다. 투자금 상환을 그룹 차원에서 책임진 덕분이다. 하지만 그룹의 전폭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뚜렷한 실적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심적 부담감은 점증하는 모양새다.업황 전반이 침체기를 지나면서 롯데그룹 전반적으로 활동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반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그룹 내 발주(캡티브) 매출 비중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실적이 우상향하기 어려운 구조임을 시사한다.
◇풋옵션 부담 덜었지만, 기업가치 제고 '여전한' 과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금번에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PE)에 돌려준 투자대금은 약 3800억원이다. 2017년 2대 주주로 들어왔던 에이치PE가 8년 만에 풋옵션을 실행하면서다. 상장이 좌절되면서 롯데 측은 에이치PE에 투자원금과 이자를 쳐서 돌려줘야 했다.
풋옵션 상환은 롯데글로벌로지스 모회사인 롯데지주와 계열사인 호텔롯데가 부담했다. 롯데지주가 3074억원, 호텔롯데가 725억원을 들여 에이치PE로부터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되사왔는데 도합 약 3800억원이 투입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직접적인 풋옵션 상환 부담은 피했지만, 상장 실패 책임이 그룹에게로 돌아가면서 오히려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심적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 롯데지주는 풋옵션 상환을 위해 주가수익스왑(PRS)을 택했다.
상환대금 중 1260억원을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제공하기로 결정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향후 주가가 기준가를 밑돌 경우 롯데 측이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경영진으로선 앞으로도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가 추가된 셈이다.
◇그룹 의존도 높아지는 구조적 한계, 불투명한 성장성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상장에 실패한 이유는 투자수요가 롯데 측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데 있다. 롯데 기대치를 시장이 납득할 정도로 회사가 가시적인 실적 성장세를 보여줘야 했지만,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외적 성장은 2022년을 기점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다만 수익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위안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매출은 왜 역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물류업계에서는 여러 진단을 내놓는다. 대표적으로 매크로 둔화와 쿠팡 진입에 따른 경쟁 심화 등이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 그룹이 처한 부정적 외부환경 역시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시경제가 악화되면서 이커머스 발 물동량이 줄었고, 쿠팡의 로켓배송이 자리를 잡으면서 기존 물류사 실적을 잠식하고 있다"며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경영이 둔화되고 있어 캡티브 비중이 큰 롯데글로벌로지스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연결 기준 매출에서 캡티브 매출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1조1293억원이었던 계열사발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1조2495억원으로 늘어났다. 매출 증가세보다 주목되는 건 캡티브 매출의 비중이 증가하는 속도다. 2022년 28.25%, 2023년 32.46%, 지난해 34.97%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캡티브 매출은 2857억원으로 34.54%를 기록했다. 캡티브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지난해 1분기 33.6%와 비교하면 약 1%p 더 높아졌다. 반면 캡티브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약 100억원 줄어들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그룹 매출 의존도는 높아지는데 반대로 전체 매출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에는 부정적 인상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피어그룹인 CJ대한통운의 캡티브 물량은 10% 수준이다. 이러한 수치가 외연 성장에 대한 의구심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캡티브 물량은 양날의 검"이라며 "캡티브 물량은 실적 하방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룹 외 영업망은 취약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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