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6월 20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문제 해결의 시작이자 핵심은 정확한 원인 파악이다. 원인 파악 과정에서 왜곡이 생기면 본질은 호도되고 진실은 조명받지 못한다. 말 많은 홈플러스와 관련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먹튀 자본'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한 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에 이르게 된 것이 MBK가 홈플러스의 자본을 '먹튀' 해서 인가? 수많은 노동자들의 터전이자 거대 자본이 집약됐던 홈플러스를 기업회생으로 이끈 MBK를 감싸고자 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 말라.인수 자금을 놓고 오버페이 논란이 있었다. 오버페이 논란은 자연스럽게 MBK가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낳았다. 그런데 당시 유통업 환경은 지금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MBK가 부채와 자본을 7조원 넘게 동원한 근거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당시 오프라인 유통업은 성장률이 1%대에 그치는 등 전망이 밝지만은 않았지만 엄연히 메인은 대형마트였고 이커머스는 이제 막 주목받는 산업에 불과했다. 단적으로 지금은 10만원도 안하는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주가가 당시에는 20만원대 중반 안팎이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2위, 당시 쿠팡은 이름도 생소한 '포워드벤처스'라는 사명을 쓰고 있었다. MBK 입장에서도 홈플러스 인수는 도전이었지만 해볼 만한 사업이라는 계산이 있었기에 가능했을테다.
MBK가 홈플러스의 부동산만 팔고 회사는 빚더미에 올랐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MBK가 인수하기 전에도 홈플러스에는 이미 빚더미가 있었다. 당시 대주주 테스코그룹이 인수했던 1조40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비롯해 리스부채 등을 포함하면 약 4조7000억원의 차입금(2015년 2월 말 기준)이 있었다. MBK가 아니라 그 어떤 주체가 경영하더라도 보유 부동산을 이용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선택지는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안이었다.
관건은 부동산을 팔아서 뭘 했느냐인데, 매각 대금이 펀드 배당으로 흘러들어갔다면 '먹튀' 논란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런데 MBK는 그 돈으로 빚 갚기에 열중했다. 그러느라 투입한 자본 3조원 중 10년이 지난 현재 회수한 자금이 10% 미만이다. 국민연금 등에 발행해준 RCPS 중 일부만 상환(회수)됐고 나머지는 회수한 내역이 없다. MBK는 홈플러스를 통해 '먹은' 것이 없다.
아쉬운 점은 홈플러스의 발자취 그 자체에 있다. 이커머스의 대두와 팬데믹은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자연재해였다. 롯데도, 이마트도 속절없이 무너졌고 '쿠팡'이라는 거대 공룡 앞에서 이제는 골목상권 취급을 받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PEF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빚의 고통을 이겨내면서도 온라인 유통에 과감히 투자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중장기 밸류업에 진정성을 드러냈다면 어땠을까.
재벌 오너들도 풀지 못했던 고차방정식을 사모펀드가 풀어냈다면, PE의 부정적 이미지 탈피에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특히 동북아 최대 PE라는 수식어가 붙은 MBK였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됐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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