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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변신 Before&After]돌아온 정리의 시간, 캐시카우를 다시 고민하다[포스코그룹]①저수익 사업 정리·HMM 인수 검토…장인화 회장의 투트랙

이호준 기자공개 2025-09-26 07:52:32

[편집자주]

재계는 변신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한다.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신규투자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그룹의 모태인 주력사업을 팔아 전혀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곳도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주력사업과 캐시카우가 크게 변한 곳도 부지기수다. 더벨은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는 국내 대기업들의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조망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3일 07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그룹은 돌고 돌아 다시 ‘구조조정’ 국면이다. 10년 전 전임 경영진의 방만 경영을 털어내던 권오준 전 회장의 구조조정을 지켜봤던 장인화 회장이 이번에는 회장 자리에서 저수익·비핵심 사업 정리에 나섰다.

풀지 못한 과제도 그가 이어받았다. 이차전지 원료·소재 사업이라는 새 먹거리가 권오준·최정우 두 명의 회장을 거치며 외형과 성장 가능성을 키웠지만 여전히 성과 축적이 필요한 단계다. 확실한 캐시카우에 대한 그룹의 갈증은 여전하다.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인수 검토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강산이 한 번 변할 만큼의 시간이 흘렀지만 포스코그룹은 여전히 저수익 사업을 솎아내는 동시에 새로운 외연 확장의 돌파구를 찾는 흐름에 서 있다.

◇구조조정에 이은 확장…이차전지 원료와 소재, 그룹의 새 먹거리로

‘권오준→최정우→장인화 회장’으로 이어지는 지난 10년간 포스코그룹의 궤적에는 주기적으로 구조조정이 등장했다. 호황기 몸집을 불렸다가 불황기엔 체질을 줄이는 흐름이자 회장이 교체될 때마다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려는 시도였다.

이 점에서 지금의 구조조정은 10년 전과 닮아 있다. 2014년 회장에 오른 권오준 전 회장이 직면한 현실은 전임 시절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와 글로벌 확장 전략 여파로 계열사 수가 71개까지 불어난 상황이었다. 영업환경도 좋지 않았다. 철강 수요 둔화와 조선업 불황이 겹치며 위기가 깊어졌다.

권 전 회장은 취임 이후 ‘IP(Innovation POSCO) 1.0·2.0’을 내걸고 대대적인 정리에 나섰다.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에 매각했고 포스코LED·포뉴텍 같은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포스코P&S와 포스코AST는 포스코대우로 합쳤다. 부임 첫해에만 계열사 19개를 줄였다.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잇단 투자로 불어난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14년 88%에서 이듬해 말 78%까지 낮아졌다. 이후 퇴임할 때까지 60%대 수준을 유지했다.

단순히 ‘줄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동시에 신사업 발굴에도 나섰다. 그 핵심이 이차전지 원료와 소재다. 2016년 아르헨티나에서 리튬 파일럿플랜트를 가동해 지금의 리튬 사업 기반을 닦았다. 2017년 광양제철소에 연산 1500톤 규모 리튬 추출공장을 세웠다. 호주 필바라 미네랄스 지분 일부를 인수해 광석 공급망도 확보했다. 포스코아르헨티나·필바라리튬솔루션 등 지금의 관련 법인들의 모태가 이 시기에 태동했다고 볼 수 있다.

소재사업도 속도를 냈다. 지금의 포스코퓨처엠 전신인 포스코ESM의 지분 50%를 쥐고 있던 휘닉스소재를 유상증자로 정리해 지배력을 확보했다. 음극재를 맡던 포스코켐텍은 증설에 나서며 포스코퓨처엠의 양·음극재 사업 구조를 확립해 나갔다.

이 같은 기조는 바통을 이어받은 최정우 회장 시기에도 이어졌다. 최 전 회장 역시 코스트이노베이션(CI) 전략을 앞세우며 임기 초반 재무 안정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전임자의 궤적을 그대로 밟았다는 평가가 처음엔 많았다.

다만 2021년 철강 호황기와 맞물려 지주사 체제 전환이 이뤄졌다. 그러면서 △철강 △이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 7대 사업분야를 확정했다. 2030년까지 총 12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실제 자본적 지출 규모는 2021년 3조5108억원에서 2024년 8조1624억원까지 늘었다.

이차전지 소재는 포스코그룹의 새 먹거리로 자리잡았다. 시장 반응도 좋았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주가가 동반 상승하며 전체 상장사 시가총액은 최 회장 취임 초기 30조원에서 한때 100조원을 넘기도 했다. 단일 철강회사였다면 불가능한 성취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반복된 구조조정 사이클…HMM 인수 검토, 캐시카우 발굴 병행 전망

그러나 다시 구조조정이다. 지난해 취임한 장인화 회장은 권 전 회장의 2014년 IP 1.0에서 신사업실장을 맡아 구조조정의 시작을 함께했다. 임기 말에는 이사회에 합류해 과정을 지켜봤다. 이번에는 직접 회장으로서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입장에 섰다.

작년과 올해 신년사부터 ‘구조조정’을 강조한 배경에는 기존 사업의 부진이 있다. 철강업은 원래도 업황 영향을 크게 받지만 중국발 공급과잉과 경기 침체가 겹치며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영업이익 2조1735억원은 3년 전 9조2380억원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차입 부담도 커졌다. 회사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12조원으로 불과 3년 전인 2021년 4조5207억원에서 크게 늘었다. 과거처럼 방만 확장으로 부실을 떠안은 상황은 아니지만, 최 전 회장 시절 본격화한 이차전지 소재 투자가 저수익 국면과 맞물리며 차입 부담을 키운 측면이 있다.

장인화 회장의 1기 임기인 내년까지는 대대적 구조조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저수익사업 55건, 비핵심자산 71건 등 총 126개 프로젝트를 정리하기로 했다. 내년까지 이를 마무리해 2조6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과 해외 투자, 재무 건전성 제고에 재원을 투입한다.

신규 캐시카우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남아 있다. 신사업인 이차전지 소재는 그룹의 주력으로 올라섰지만 캐즘이라는 과도기에 접어들며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철강업을 대체할 확실한 사업이 아직 뚜렷하게 자리 잡지 못한 셈이다.

포스코홀딩스가 추진 중인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인수 검토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은 오랫동안 신사업을 캐시카우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왔지만 아직 명확한 대체재가 나온 적은 없다”며 “HMM 인수 검토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안정적 현금원을 찾으려는 고민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제57기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포스코홀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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