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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의 변신]사업체질 변화에 'M&A 본능' 다시 깨어났다②과거 M&A 시장 큰손...애경산업 이어 이지스운용 등 인수전 전방위 가세

박완준 기자공개 2025-09-26 07:54:59

[편집자주]

태광그룹이 멈췄던 인수합병(M&A) 시계를 다시 돌리고 있다. 본업인 섬유와 석유화학 사업이 중국발 공급 과잉에 흔들리면서 3년 연속 적자를 거둔 탓이다. 과감한 투자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며 위기를 극복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애경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M&A 프로젝트 성과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더벨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 변신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태광그룹의 새로운 청사진을 분석하며 재도약 시나리오를 들여댜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2일 16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그룹은 과거 국내 인수합병(M&A) 업계의 큰손으로 통했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본업인 석유화학 외에도 섬유, 금융업 등의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호진 전 회장이 10년 넘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투자 시계는 멈췄다.

하지만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자 조(兆) 단위 투자 청사진을 밝히면서 M&A 큰 손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특히 올해만 2건의 M&A 승기를 잡으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이에 태광그룹은 신사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과 성장 동력 확보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속도 높인 인수전…호텔부터 화장품까지 '영역 확장'

22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이사회를 열고 올해 투자 로드맵 예산을 1조5000억원 규모로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개발과 화장품 등 신규 진입을 모색 중인 사업 분야에 관련 기업 인수 자금에 투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아울러 주력하는 금융 부문도 투자를 확대해 경쟁력 제고에 나선다.


먼저 태광그룹은 부동산 투자부터 단행했다. 올 4월 부동산 자산운용사 흥국리츠운용을 설립하고 서울 남대문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 인수전에 참전해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메리어트 호텔의 지분가는 약 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자체적인 호텔 브랜드를 출범해 사업 영역을 넓힐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메리어트 호텔을 인수해 자체적인 브랜드를 출범, 호텔업을 육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호텔 앞에 위치한 국가등록문화재 상가도 보유해 '전통' 이미지를 승계한 리모델링 전략을 꾀힐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룹 내 호텔 사업을 추가하면서 이미지 쇄신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한 투자도 결정했다. 이달 12일 태광그룹은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결성한 컨소시엄이 애경산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애경산업 지분 약 63%를 4000억원대 후반 가격에 인수하는 안이 유력하다.

업계는 태광그룹이 보유한 화학·소재 사업을 화장품과 연계해 시너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장품 용기·패키징에 쓰이는 소재를 자체 공급해 원가를 낮추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자개발생산(ODM) 사업을 육성해 새로운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애경산업의 자체 생산시설에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실제 국내 화장품 기업 대부분이 OEM·ODM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애경산업은 청양공장을 기반으로 기초·색조 화장품까지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 원가 경쟁력을 키워 기업간거래(B2B) 사업에서 소비재(B2C)로 탈바꿈할 수 있는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롯데홈쇼핑을 통한 유통 채널 확보도 장점으로 꼽힌다. 태광그룹은 올 상반기 기준 롯데홈쇼핑의 지분 44.98%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애경산업의 화장품 사업과 결합해 장기적으로 '생산-브랜드-유통'을 아우르는 일관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M&A 큰손 복귀…과감한 결단 통할까

태광그룹이 M&A 큰손으로 복귀했다. 올해 서울 남대문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부터 애경산업까지 성공적으로 인수하면서 M&A 본능이 다시 깨어났다는 평가다. B2C 시장 진출 전략을 목표하며, PMI(인수 후 통합) 전략까지 사전에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 실적보다 미래 성장 기반 마련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태광그룹은 과거 공격적인 M&A를 통해 사세를 키웠다. 창업주인 이임용 초대회장은 동양실업, 대한화섬 등 섬유 회사와 흥국생명, 고려상호저축은행(현 고려저축은행), 태양생명 등 금융 기업을 연달아 인수하며 신사업에 진출했다.

오너 2세 이호진 전 회장도 2006년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피데스증권중개(현 흥국증권)를 인수하며 금융계열사를 확장했다. 2003년부터는 한빛방송 등 20여 곳의 유선방송사업자(SO)를 차례로 인수하며 케이블 방송 사업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2008년을 마지막으로 이 전 회장의 오너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태광그룹의 M&A는 전면 중단됐다.

하지만 올해 태광그룹은 적극적인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과감한 결단은 아직 남아있다.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도 추가로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까지 확보해 종합 금융사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의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흥국생명, 한화생명과 복수의 외국계 재무적 투자자(FI) 등에 숏리스트(인수 적격 후보) 선정 사실을 통보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매각가는 약 8000억원대로 알려졌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섬유와 석유화학 업황의 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신사업 확장은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며 "과감한 결단을 내린 만큼 생산 효율화를 목표로 경쟁력 제고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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