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변신 Before&After]통하지 않는 '줄서기' 권한 분산도 '제도화'[포스코그룹]②번번히 빗나간 하마평…권력 집중 대신 '견제·균형' 장치 확대
이호준 기자공개 2025-09-26 07:53:06
[편집자주]
재계는 변신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한다.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신규투자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그룹의 모태인 주력사업을 팔아 전혀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곳도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주력사업과 캐시카우가 크게 변한 곳도 부지기수다. 더벨은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는 국내 대기업들의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조망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3일 14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0년간 포스코그룹 회장 인선은 늘 하마평과 어긋났다. 권오준 전 회장은 연구직 출신의 비주류 인사였고, 최정우 전 회장 역시 재무라인으로 당시 주류였던 서울공대 인맥이나 현장 경험과는 거리가 멀었다.장인화 회장도 예외가 아니다. 권오준 전 회장 시절 중용됐으나 정작 권 전 회장 직후가 아닌 한 차례 건너뛴 복귀 인선으로 회장 자리에 올랐다. 학맥이나 계보 등 이른바 '누구 사람' 같은 통념이 작동하지 않는 인선 구조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뚜렷해진 모습이다.
◇번번이 빗나간 하마평…연구·재무 등 다양한 이력 출신 회장 선임
총수와의 친분이나 직전 보좌 경력은 통상 차기 회장 선임과 직결돼 꾸준히 하마평을 낳는다. 그러나 포스코그룹은 ‘누가 누구를 밀어서 되는 구조가 아니다’는 점을 역대 회장 인선 사례로 거듭 입증해왔다.
10년 전 선임된 권오준 전 회장이 대표적이다. 전임 정준양 전 회장의 서울사대부고·서울대 후배라는 인연은 있었지만, 회장 후보군에 오르기 직전까지 사내이사진에도 들지 못한 연구직에 머물던 비주류 인사였다. 이 때문에 정 전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고 이뤄진 차기 회장 하마평에도 오르지 못하다가 발탁된 사례였다.
최정우 전 회장 역시 비주류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재무라인 출신으로 2015~2016년 구조조정에서 성과를 내며 2016년 부사장, 2017년 사장으로 연속 승진했지만 그간 포스코를 주도해온 서울공대, 현장 출신과 대비되는 이력이다. 이 때문에 2018년 회장 후보로 거론될 당시 차기 회장감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장인화 회장도 마찬가지다. 권 전 회장 부임 시절 포스코 전무에서 대표이사 사장까지 승진하며 권 전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고 뒤를 이을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정작 당시에는 선임되지 못했다. 이후 포스코 사장을 거쳐 2021년 임기 만료와 함께 회사를 떠났던 인물이었기에 지난해 회장으로 복귀할 때도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같은 흐름에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는 평가다. 포스코는 오너기업이 아니다. 총수 일가가 지분과 인사권을 쥐고 특정인을 낙점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후광이나 직계 같은 요소가 작동하기 어렵다.
측근 정치가 작동하지 않도록 설계된 선출 구조도 있다. 권 전 회장이 취임한 2014년부터 포스코는 ‘승계 카운슬’을 운영하며 회장 후보군을 추려왔다. 장인화 회장이 선임될 당시에는 승계 카운슬이 폐지됐지만 여전히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절차를 주도하고 있다. 외부 저명인사로 구성된 ‘회장후보 인선자문단’의 평가 의견도 반영된다.
총수 개인이 쥔 권한도 점차 분산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재작년 12월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하며 회장 연임 시 적용되던 ‘우선 심사’ 절차를 폐지해 공정성을 높였다. 올해는 회장 3연임에 대한 의결 기준도 강화했다.
기존에는 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만으로 가능했지만 3월 주주총회를 통해 특별결의 대상으로 전환됐다. 앞으로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주주들의 지지 기반이 확실하지 않으면 연임할 수 없는 구조다.
회장 권한을 견제하는 사외이사 체제도 강화됐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사외이사 후보추천자문단의 후보 발굴 역할을 확대했다. 재작년 12월 도입된 사외이사 역량지표(Board Skill Matrix)를 통해 전문성, 기여도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안전혁신·미래전략 자문위원회도 출범했다. 회장 직속의 독립성 있는 자문조직으로 △안전 △미래 신사업 △커뮤니케이션 3개 분과로 구성됐다. 포스코와 포스코이앤씨에서 연이어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를 계기로 마련된 조치이긴 하나, 회사 핵심 의제를 외부에 열고 정례화된 위원회에 맡긴다는 점에서 회장 권한을 분산하는 제도적 장치로 평가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다른 기업과 달리 누가 밀어서 회장이 되는 구조가 아니다. 이사회가 후보를 정하고 사외이사들이 결정하는 만큼 오히려 객관적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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