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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의 변신]M&A 자신감 원천 '넉넉한' 현금…'EB 발행' 유동성 물꼬④총자산 중 현금성자산 비중 45.4%…차입금의존도 4년만에 2% '하회'

박완준 기자공개 2025-09-29 13:57:19

[편집자주]

태광그룹이 멈췄던 인수합병(M&A) 시계를 다시 돌리고 있다. 본업인 섬유와 석유화학 사업이 중국발 공급 과잉에 흔들리면서 3년 연속 적자를 거둔 탓이다. 과감한 투자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며 위기를 극복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애경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M&A 프로젝트 성과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더벨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 변신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태광그룹의 새로운 청사진을 분석하며 재도약 시나리오를 들여댜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4일 15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그룹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큰손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은 탄탄한 자금력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11년 횡령·배임 혐의로 법정 구속된 이후 복귀가 늦어지면서 태광그룹은 곳간을 걸어 잠궜다. 10년 이상 시간이 흐르면서 2조원 넘는 현금을 쌓을 수 있었다.

더불어 태광그룹은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추가 유동성 확보 물꼬를 텄다. 2대주주들과의 분쟁에서도 승기를 잡으면서 유동성 강화 수단을 확보했다. EB가 주주가치 훼손이 아닌 정당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인정되면서 현금 확보에 다시 속도가 붙은 셈이다.

◇현금성자산 2조 첫 돌파…차입금의존도 2% '하회'

태광그룹은 재계에서 '현금 부자'로 평가된다. 올 5월 SK브로드밴드 지분 16.75%(6735만 2565주) 전량을 SK텔레콤에 양도해 8038억원의 현금이 새로 유입되면서 현금성자산이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장기간 이어온 무차입 경영으로 재무제표도 경쟁사 대비 우수하다.


태광그룹 지주사 격인 태광산업은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 2조171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1조3843억원) 대비 7875억원 늘어난 액수다. 올 2분기 섬유 및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영업손실 189억원을 거둔 데 반해 현금은 오히려 늘어나면서 유동성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실제 태광산업은 전체 자산(4조7769억원)에서 현금성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45.4%에 달했다. 부채총계를 제외한 자본총계도 4조255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차입금이 923억원에 불과한 탓이다. 세부적으로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가 871억원을 차지했다.

유동비율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태광산업의 유동비율은 557.8%로 집계됐다. 이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포함해 1년 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유동자산)이 단기차입금을 포함한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유동부채)보다 5.57배 많다는 의미다.

사실상 무차입 기조를 꾸준히 유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차입금이 없기 때문에 차입금에 대해 담보로 제공된 자산도 없다. 이에 올 상반기 말 기준 태광산업의 부채비율은 18.7%를 기록했다. 차입금의존도는 1.9%를 기록해 4년 만에 2%를 하회했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은 100% 이하,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안정적으로 평가한다.

재계 관계자는 "태광그룹이 올해 공격적인 M&A를 단행할 수 있는 배경은 풍부한 현금이 꼽힌다"며 "특히 태광산업의 신용등급은 A+로 4% 내외의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금융 환경도 장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말 3200억 EB 발행 '유력'…추가 M&A 청신호

태광그룹의 추가 유동성 확보 전략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자사주 기반 EB 발행을 둘러싼 주요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과 법정 분쟁에서 승소했다. 경영 정당성을 확보한 태광그룹은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앞서 태광산업은 올 6월 발행 주식의 24.41%에 달하는 자사주 전량(27만1769주)을 담보로 3186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러스톤자산운용이 7월 시행된 개정 상법을 근거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 이사들과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기반 EB 발행 관련 1·2차 가처분을 모두 기각했다. 최대주주 이익만을 위해 EB 발행을 결정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충실의무 위반도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에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이달 17일 항고했지만 현 상황에서 판결을 뒤집긴 힘들다는 전망이다.


태광그룹이 풍부한 현금에도 EB를 택한 이유는 현금을 보수적으로 유지하면서 투자 레버리지를 더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특히 올 4월부터 서울 남대문 코트야드 메리어츠 호텔과 애경산업을 인수하면서 약 6000억원을 지출한 만큼 다음 스텝을 위해 현금을 추가 화보할 필요성이 커졌다.

재계에선 태광그룹이 EB 발행으로 확보할 현금을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자금으로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흥국생명은 이지스자산운용 적격예비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의 기업가치는 지분 100% 기준 8000억∼85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태광그룹이 EB를 발행해 추가로 3000억원 이상 확보하면 올해 말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은 약 1조8000억원까지 불어나게 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인수전이 한화그룹과 2파전으로 양상을 띈 만큼 평가액보다 인수 가격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며 "태광그룹도 본입찰에 나설 때 현금을 추가 확보해 본입찰 제시 가격을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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