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생산적 금융 대전환]'투자' 부담 줄였지만 '선구안' 확보 시급③위험가중치 기준 완화, 모든 주식에 250% 적용…투자 주도할 '조직·인력' 미비
최필우 기자공개 2025-09-30 12:38:25
[편집자주]
금융 당국이 생산적 금융 대전환 행보를 본격화했다. 국민성장펀드의 주요 투자 섹터를 공개한 데 이어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기업대출 등 은행의 주요 자산군 리밸런싱에 시동이 걸렸으나 단기간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 내긴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생산적 금융 이행을 위한 당국 방침의 핵심과 실현 가능성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6일 12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 당국이 은행권의 주식 투자로 발생하는 자본비율 관리 부담을 완화한다. 주식 보유에 따라 적용되는 위험가중치 부담을 대폭 낮추고 주식 투자를 활성화할 것을 은행권에 주문했다. 조달 자금을 부동산 금융으로 운용하는 비중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증권시장 부양에도 힘을 보태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 맞춰 규제를 완화했으나 주식 투자를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 전격적인 조치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가증권 투자가 조달과 운용 전략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은행업 본질에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은행이 관련 조직과 인력을 갖추지 못한 것도 주식 투자를 대거 늘리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주식 위험가중치 '400→250%' 하향
금융 당국은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위해 은행이 보유하는 모든 주식에 대해 위험가중치 250%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에는 원칙적으로 주식에 400%의 위험가중치가 부여됐고 기업과 장기적 경영관계를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거나 채권 조정 목적의 출자전환주식 또는 상장주식일 때만 250%가 적용됐다.

비상장주식과 벤처캐피탈 투자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도 완화됐다. 기존에는 매매 목적의 비상장주식, 벤처캐피탈, 자본이득을 위한 투기적 비상장 주식거래에 400%가 적용됐다. 앞으로는 단기매매(보유 3년 미만) 목적의 비상장주식이나 업력 5년 미만의 벤처캐피탈 투자에 대해서만 400%가 적용된다.
이번 기준 완화에는 BIS 기준이 감안됐다. BIS 기준으로는 비상장주식에도 위험가중치 250%가 적용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400%가 부과된다. 국내 은행권에 시스템 리스크가 불거지지 않도록 금융 당국이 보수적인 기준을 정립하면서 현행 규제 체계가 정립됐다. 당국은 생산적 금융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위험가중치가 낮아지면서 은행권은 주식 투자에 따른 부담이 한결 줄어들게 됐다. 기존에는 수익을 내기 위해 유가증권을 매매하면 잔액의 4배에 해당하는 위험가중자산(RWA)을 부담해야 했다. RWA 부담을 감안해 목표 수익율 높이고 그만큼 리스크도 커져 투자 금액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젠 운용 계획 수립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다만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주식 투자를 전격적으로 늘리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은행권은 자금을 경쟁력 있는 금리로 조달하고 대출 중심으로 운용해 안정적인 마진을 확보하는 것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위험가중치가 낮아진다 해도 주식 투자 금액을 늘리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확실성이 꺼려질 수밖에 없다.
◇신한·KB 발빠른 조직 정비 착수
무엇보다 은행권 주식 투자 걸림돌은 미비한 조직과 인력이다. 은행은 주식 투자 조직과 인력을 두고 있으나 자산운용을 본업으로 하는 자산운용사와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 또 벤치마크(BM)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익률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생산적 금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담보 대출 중심 성장이 불가피했던 요인으로 '선구안 부족'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체적인 역량 진단을 마친 은행은 발빠르게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정비에 나선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애자일(Agile) 조직을 신설하고 첨단 소재부품·신재생에너지 관련 분야 리서치 및 심사지원 인력 채용에 나섰다. 새로 세팅되는 조직은 투자 및 여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KB국민은행은 첨단전략산업심사 유닛(Unit)과 성장금융추진 유닛을 신설한다. 투자 및 여신 대상이 되는 기업과 섹터 분석 역량을 갖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룹사 힘도 빌린다. KB증권은 첨단산업 관련 리서치 조직을 강화하고 KB자산운용은 특화 운용조직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그룹사 시너지를 바탕으로 생산적 금융 대전환에 힘을 싣는다는 구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위험가중자산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그룹사 전반적으로 주식 투자를 줄였는데 위험가중치가 낮아졌다고 해서 재차 규모를 키우기엔 여전히 부담이 있다"며 "생산적 금융 취지에 공감한다 해도 손실과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투자를 할 순 없기 때문에 관련 조직과 인력 정비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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