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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vs성장' 기로에 선 제약사]제형 중심 R&D 경동제약, 갈길 먼 신약 역량 내재화개량신약 상업화 3건 그쳐, 리스크 낮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이기욱 기자공개 2025-09-30 09:01:18

[편집자주]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제약사들은 '제네릭·상품유통·리베이트'라는 틀 안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약가규제, 불공정 관행 철퇴 등 과거와는 다른 규제환경에서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더해 오너십이 바뀌는 과도기까지 겹치면서 가지각색 '생존전략'이 등장했다. '위기냐 성장이냐'를 놓고 각각 다른 전략을 펼치는 제약사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6일 12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동제약이 지난 50년동안 제약업계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경쟁력은 제형 기술력이다. 기존 약물의 약효를 증대시키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신제형들을 개발하면서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왔다.

지속 성장을 위해 신약 개발 기업으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신약 R&D 역량은 아직 자체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다. 무리한 대규모 R&D 투자보다는 국내 유망 바이오텍과의 협업을 통해 단계적 신약 개발 역량을 내재화해 나갈 방침이다.

◇1990년 중앙연구소 개소, 디로핀 지속정 등 제제화 성과 창출

경동제약은 설립 15주년이 되는 1990년 중앙연구소를 개소하면서 본격적으로 R&D 투자에 나섰다. 원료 의약품 연구를 통해 우수한 수율의 합성경로를 개발해왔고 의약품 특성에 맞춘 제형변경 및 서방화(서서히 일정하게 방출) 기술 등을 창출했다. 국내외 등록된 특허만 62건을 기록했다.

특히 제형 변형 연구를 통해 제네릭 사업의 시장 경쟁력을 높여왔다. 매트릭스 형태의 서방제제와 난용성 물질의 서방화, 지속성 제제 기술을 통한 제형변경 연구 등에서 여러 제제화 성과를 만들어냈다.

1998년 개발한 혈압강하제 '디로핀 지속정'이 대표적 성과이다. 난용성 물질인 펠로디핀이 주성분인 품목으로 투여량이 소량이고 서방정이기 때문에 추가 제제화가 어려운 특성을 지녔다. 물에 잘 녹지 않는 제제를 소량 포함하면서 복용 시에 혈중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서방 효과가 나타나도록 만드는 것이 연구 개발의 핵심이었다.

경동제약은 가용화제를 사용하지 않는 매트릭스 형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펠로디핀'과 고분자를 유기용제에 함께 녹여 매트릭스화하는 방식을 고안했고 서방정을 제제화 하는 것에 성공했다.

디로핀 지속정을 개발한 연구력을 바탕으로 2004년에는 퍼스트 제네릭으로서 '탐스로신'의 지속성 제제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원 제형은 캡슐이지만 경동제약은 캡슐제보다 복용이 용이한 서방 정제로 제형을 변경해 독자적인 제품을 개발했다.

현재도 제형 개발은 경동제약 R&D 사업의 핵심 분야 중 하나다. R&D센터 내 합성연구부와 R&D기획부 등과 함께 제제연구부가 배치돼 있다. 전남대학교 이학 박사 출신 유제화 제제수석팀장이 부서를 이끌고 있다.

◇개량신약 2종 상업화 준비 중, R&D기획부 통합 등 조직 효율화

제제 연구 중심의 R&D 전략을 전개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약 개발 분야의 역량은 미흡한 상황이다. 2007년이 돼서야 첫 번째 개량신약 실루민 캡슐의 임상 실험을 완료했다. 현재까지 자체 신약 개발의 성과는 전무하고 개량신약도 3건에 그친다.


현재 경동제약은 고혈압 치료제 개량신약 KDF1901과 전립선비대증 개량신약 KDF1905 등 임상 3상을 마치고 상업화를 준비 중이다. 2종의 개량신약이 추가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50년 역사의 R&D 성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경동제약은 최근 '글로벌 제약 기업 도약'을 새로운 목표로 제시하면서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를 적극 드러내고 있다. 오너 2세인 류기성 대표이사 부회장이 R&D센터 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R&D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아직 내부 인력 등에는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6월 말 기준 경동제약의 R&D센터 내 인력을 43명이다. 이중 37명이 석사 학위자에 해당한다. 박사 학위자는 1명뿐이고 나머지 5명은 학사 등 기타 학위자다. 올해 새롭게 내부 인원이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전문성을 점차 높여나가는 중이다.

2023년 말 55명이었던 경동제약의 연구개발 인력은 작년 말 50명으로 줄어들었고 올해 6월 말 더욱 간소화했다. 면역항암제와 바이오의약품 등 신성장 영역으로 연구개발 범위를 확장함에 따라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외부 협업 관리 및 내부 핵심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높였다.

특히 연구기획과 개발, 특허·임상을 'R&D기획부'로 통합해 조직을 간소화했다. 연구 전략을 신속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구조를 변화시킴으로서 바이오텍 등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 관리를 효율화했다.


내부 조직은 효율화하는 대신 외부 협업을 통해 역량을 이식한다. 올해 5월 피투케이바이오와 안구건조증 치료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고 작년에는 아울바이오와 전립선암·성조숙증 치료제 라이선스 계약도 체결했다.

면역항암제의 경우 이노파마스크린의 in Silico 및 Proteomics 등의 기술과 경동제약의 신약개발 역량을 효율적으로 운용한다. 짧은 시간에 유효성 있는 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신약 개발과 관련해서는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며 "국내 유망 업체들의 전문성 및 기술역량과 함께 경동제약이 보유한 '합성·제제·분석' 플랫폼을 접목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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