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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율 제한' 착한 규제인가, 시장 왜곡인가[thebell note]

김경찬 기자공개 2025-10-02 12:44:06

이 기사는 2025년 09월 30일 08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여당에서 이자율 제한을 검토하면서 논쟁이 뜨겁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연 15%대 금리는 잔인하다"는 발언에서 비롯됐다. 저신용·저소득층 차주들이 정책서민금융 대출 상품을 이용하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매달 원금과 이자를 갚는 부담이 커지면서 생계에 직접적인 압박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치적 명분은 분명하다. 취약계층 부담을 낮추자는 목적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쉽다. 그러나 정책의 선의가 시장의 작동 원리와 충돌하면 그 부담은 취약계층과 금융시장 전반이 지게 된다. 2021년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저축은행의 수익성 악화와 대출 공급 위축이 현실화했듯 단순 금리 제한은 또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하향 조정하면서 대출 가능 경계에 있던 저신용 차주들의 자금 접근성이 더욱 제한됐다. 조달금리가 오르면서 정책 서민금융 공급마저 차질을 빚는 상황이 나타났다. 일부는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몰리기도 했다. 이는 정책의 선의가 시장 원리와 맞닿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 문제를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당발로 '이자율 제한' 방안이 추진되자 금융권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금융 질서에 위반되는 사항"이라며 "더 나아가 도덕적인 역선택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신용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은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이 시장 논리를 무시하는 금리 제한 정책은 금융 질서를 흔들고 시스템 전반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단순히 금리를 낮추는 방식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금리 제한이 가져올 부작용을 줄이려면 정부와 민간이 리스크를 분담하는 구조적 설계가 필요하다. 예시로 정책자금을 활용하거나 저축은행에 대한 저리 대출을 확대해 대출 공급 여력을 확보하는 방안 등이 있다. 이러한 접근은 금융기관의 손실 부담을 줄이면서도 차주의 자금 조달 경로를 제도권 금융으로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선의로 시작된 규제도 설계가 부실하면 오히려 도덕적 해이와 금융 불안정성을 키우게 된다. 진정한 효과를 발휘하려면 금리 규제와 지원 프로그램이 함께 작동하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금융 공급과 건전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선행돼야 한다. 질적 효과와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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