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KT 김영섭호 사업 진단]베트남 재공략 나섰지만, 대표 교체 변수 '발목'완전히 달라졌던 전략 기조, 연속성 지키기 '애매모호'
유나겸 기자공개 2025-11-14 07:49:46
[편집자주]
김영섭 대표가 연임 도전이 아닌 임기 후 사임을 표명하면서 KT는 새 리더십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이에 따라 그가 야심차게 추진해왔던 다수 사업도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김 대표 체제 하에서 KT가 진행해온 사업들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2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영섭 대표 취임 전까지만 해도 KT의 베트남 사업은 현지 자회사를 세우고 통신 등 기존 사업 모델을 이식하는 형태로 전개됐다. 하지만 김 대표 체제 들어 이런 기조가 달라졌다. 구현모 전 대표 시절 미래 먹거리로 꼽히던 베트남 헬스케어 사업은 김 대표 취임 후 매각됐다. 당장은 해외보다 국내 인공지능 전환(AX)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이 반영됐다.올 상반기 들어 다시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 대표가 베트남 비엣텔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현지 시장 재공략에 나선 것이다. 취임 이후 줄곧 자체 기술력 확보와 해외 협력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견지해온 김 대표의 기조가 이번에도 드러났다는 평가다. 문제는 차기 대표 선임에 따라 베트남 사업 기조는 또다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구현모 대표 시절과 180도 달라진 베트남 현지 사업
KT는 그간 꾸준히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비롯해 헬스케어 등 여러 영역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 노력한 것이 대표적이다.
통신 본업뿐 아니라 모바일 상품권, 카드 등 그룹 전반의 사업을 베트남에서도 전개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를 위해 현지에 다수의 자회사를 설립했다. 올 상반기 기준 KT가 보유한 베트남 자회사는 △KT DX 베트남 △BC카드 베트남 등이다.
구현모 전 대표 시절에는 베트남 헬스케어 산업에도 진출했다. 당시 KT는 미래 신사업으로 헬스케어를 낙점하고 약 130억원 규모의 사업을 전개했다. 원격 케어 플랫폼, 건강검진센터, 의료 AI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KT 헬스케어 비나'를 설립했다.
다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매각되기 전인 2023년 KT 헬스케어 비나의 당기순손실은 7억원이었다. 베트남 디지털전환(DX) 사업을 위해 설립한 KT DX 베트남 역시 같은 해 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KT 헬스케어 비나의 경우 구 전 대표 시절의 주력 먹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 취임 후 매각됐다. 현지 헬스케어 사업을 본격화한 지 불과 1년 만의 결정이었다. 수익성이 낮은 해외 사업보다는 국내 인공지능 전환(AX)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실제 김 대표는 지난해 한 행사에서 "해외 시장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지만 내공을 쌓은 후 중장기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해외 확장보다 국내 역량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발언이었다.
◇MS와 유사한 투트랙 전략, 비엣텔과 손잡고 공략
김 대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베트남 사업에 큰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올 상반기부터 분위기와 방향성이 사뭇 달라졌다. KT는 5월 베트남 최대 통신사 비엣텔 텔레콤을 보유한 비엣텔 그룹과 협약 계약을 체결했다.
신흥시장으로 다수의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가운데 김 대표 역시 이러한 흐름을 외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8월에는 '전략적 파트너십 2.0' 계약을 추가로 체결하며 협력 범위를 한층 넓혔다.
이번 계약은 1300억원 규모로 베트남의 국가 AI 전략 수립을 비롯해 산업별 특화 플랫폼 개발, 동남아 시장 공동 진출 등을 포괄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계약을 통해 KT는 베트남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학습한 국가 범용 AI 언어모델 개발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자국 문화와 데이터를 반영한 독자 AI 모델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처럼 베트남 역시 디지털 주권 확보를 위한 국가 AI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KT와 비엣텔이 손을 잡은 배경이 여기에 있다. 양사는 협력해 의료·국방·미디어 등 베트남 핵심 산업에 최적화된 버티컬 AX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비엣텔 그룹과의 협력 역시 김 대표가 꾸준히 강조해온 투트랙 전략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자체 기술력에 더해 해외 기업과의 협업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클라우드·AI 협업, 팔란티어와의 한국시장 공동사업 파트너십이 대표적이다. 베트남 시장 공략 역시 같은 맥락에서 비엣텔과 손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이 과정에서 응우옌 찌 중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 겸 부총리, 부이 테 주이 과학기술부 차관과도 회동을 가졌다.
다만 이번 협력이 향후 어떻게 이어질지 갈피를 잡기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 KT가 베트남 사업에서 그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대표이사 교체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사업의 연속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KT는 과거에도 경영진 교체 때마다 사업 기조가 달라지면서 해외 사업이 변곡점을 맞아왔다. 베트남 헬스케어 사업만 보더라도 KT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던 사업이 불과 1년여 만에 매각됐다. 특히 해당 사업은 구 전 대표 시절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김 대표 체제에서 급격히 방향이 바뀐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현지에서도 갑작스러운 철수 배경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결국 비엣텔과의 협업처럼 규모가 큰 프로젝트인 만큼 향후 어떻게 유지되고 발전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베트남 비엣텔 AI 전환 프로젝트는 아직 협업 초기 단계로 차기 대표의 경영 기조에 따라 사업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가 비엣텔과 체결한 계약은 단순한 기술협력 수준이 아니라 국가 단위의 AI 전략까지 포함된 대형 프로젝트"라며 "그만큼 사업의 연속성이 중요하다. 새 경영진의 지향점에 따라 베트남 등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자사의 기술력을 이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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