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넥스트 인사이트]제도권 진입 후 성장 가속화…새로운 생존 전략 요구[총론]IMF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 도약, PF 금융 결합으로 활성화…인구·규제 변화 변수
신상윤 기자공개 2025-11-14 07:42:15
[편집자주]
지금은 디벨로퍼(Developer)란 말이 익숙하지만 한국에선 IMF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주로 건설사 몫이던 개발사업이 분리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로 공간을 재창조하는 디벨로퍼들이 등장했다. 부동산 개발 전후방을 아우르는 디벨로퍼는 최근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정책 및 금융 환경 변화, 인구 감소 등으로 기존과 다른 생존 전략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유수의 디벨로퍼들과 만나 국내 부동산개발업에 대한 인사이트와 미래 비전을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3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벨로퍼(Developer). 타인에게 부동산을 개발해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많은 디벨로퍼는 주택 공급을 통해 성장했다. 하지만 눈을 돌려보면 주택뿐 아니라 호텔이나 오피스, 물류센터나 지식산업센터 등 다양한 부동산을 공급한다. 삶과 밀접한 산업인 셈이다. 디벨로퍼를 공간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는 직업이라 부르는 이유다.건설사에서 분리된 개발업이 독자적인 길을 걸은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호황기도 있었지만 최근 디벨로퍼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힘든 겨울을 걷고 있다. 장기화된 고금리 기조로 사업수지가 악화일로인 데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 시장은 서울 일부를 제외하면 사실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디벨로퍼들에게 새로운 생존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IMF 외환위기 이후 본격 성장 '디벨로퍼'
올해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2005년 1월 창립한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민간 디벨로퍼들의 자발적 모임에서 시작했다. 발기인 50개사로 출발한 민간 단체는 현재 국토교통부 산하 법정단체로 소속된 회원사만 900개가 넘는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디벨로퍼라는 단어는 흔하지 않았다. 국내에선 부동산 개발업은 건설사의 한 사업 영역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주도한 경제 발전 시기에는 주택 공급도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설사들은 정부가 지정한 공공택지에서 튼튼하게 짓기만 하면 되던 시기였다.
더구나 재원은 선분양 제도로 마련됐으니 많은 돈도 필요 없었다. 부동산 시장에 자기자본이 많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배경이기도 하다. 문제는 수요가 막혔을 때다. IMF 외환위기로 경기가 경색되면서 투자와 소비가 위축됐자 주택 중심으로 성장한 건설사들이 문을 하나둘 닫았다.
이를 계기로 건설사에서 개발업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기존에도 시행사들이 존재했지만 산업이란 이름을 붙이기엔 의미가 있지 않았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에서 개발업을 담당했던 인력들이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자 부동산개발업만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팬데믹 후 생존 위협, 사회·정책 변화로 새 전략 요구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한 경기 부양책은 민간 디벨로퍼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미분양 택지 매입이나 신도시 개발 활성화 정책 등에 디벨로퍼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본격적인 기회의 문이 열린 것이다.
금융도 움직였다. 2000년대를 전후해 자산유동화증권(ABS), 주택저당채권(MBS) 제도 등이 도입됐다. 부동산투자회사법 제정으로 리츠(Reits)가 시행되는 등 부동산 간접투자의 길도 열렸다. 금융권이 SOC에만 활용했던 PF를 민간 개발사업으로도 확대하면서 유입되는 자금도 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도 적지 않았다. 시장에 우후죽순 등장한 디벨로퍼들로 부동산이 투기 상품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많았고, 분양 사기로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유수의 디벨로퍼들이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배경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부동산개발협회의 전신인 한국디벨로퍼협회가 출범했다. 초대 협회장은 정춘보 신영 회장이 맡았다. 협회에 참여하지 않은 디벨로퍼도 많았지만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정부도 부동산개발업 관련 제도나 방안을 마련할 때 파트너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디벨로퍼는 2007년 5월 '부동산개발업의 관리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인 산업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제도화된 영역에서 비교적 투명하고 건전하게 성장한 결과 엠디엠과 신영 같은 대기업집단에 오른 디벨로퍼들도 나올 수 있었단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국내 디벨로퍼들은 최근 몇 년간 새로운 시련을 겪는 중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확산된 PF 리스크는 고금리와 미분양 등과 만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 중심의 소비 환경 변화와 고령화 및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변화, 최근 들어 강화된 정부의 대출 규제 등은 디벨로퍼들에게 새로운 생존 전략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실제 신규 등록사들도 줄어들고 있다. 2021년 2572개가 등록돼 있던 부동산개발업 등록사업자는 2022년 2715개를 기록한 이래 매년 감소세다. 특히 2023년부턴 전체 증감계에서 폐업 등의 증가로 마이너스(-)를 보이는 상황이다. 2023년 말 2657개에서 2024년 2408개, 올해 10월 말 2291개가 등록돼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디벨로퍼들은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아파트 중심에서 벗어나 시니어 주택이나 민간 임대 주택, 혹은 AI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사업군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그 동안 도시공간을 활용하던 정통의 개념들이 바뀌면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라며 "그동안 디벨로퍼가 했던 개발 방식과도 다른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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