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1월 13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만난 한 바이오텍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신들의 주력 파이프라인의 임상 2상 톱라인 결과를 공개한 직후였다.수령한 데이터는 내부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치를 보였다. 임상 환자들에게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인됐다. 심지어 글로벌 블록버스터 약물인 경쟁 제품을 앞서는 결과였다. 문제는 데이터와 별개로 큰 폭으로 하락한 주가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이었다.
그 원인에 대한 다양한 추측들이 제기됐지만 명확한 이유를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임상 환자군에 대한 설명 중 '실패'라는 단어가 포함됐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오해를 한 것이라는 가설까지 나왔다.
기존 표준요법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 시험이기 때문에 시험 명을 그대로 공시 제목에 명시했는데 해당 제목이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죽 답답하면 이런 농담까지 할까 싶어 웃고 넘어갔다.
그로부터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마냥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투자자들의 문의와 항의도 이후에 있었다고 한다.
임상 결과 하나에 기업의 명운이 갈릴 수 있는 바이오텍 특성상 해당 기업의 투자자들은 어쩔 수 없이 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성공' 또는 '실패'와 같은 단어들이 주는 인식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제약바이오부 출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성공과 실패 두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는 선배의 조언도 이러한 맥락 때문이다.
해당 기업의 공시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의사 출신 경영진으로서 당연하게 임상 실험의 정확한 명칭과 전문용어를 사용한 것뿐이다. 다만 공시 제목에는 간략한 적응증만을 명시하고 본문에 내용을 보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투자자들이 임상 시험의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고 오해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인 바이오 시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시장에 불필요한 오해가 불거지면 결국 피해를 보는 이는 오랜 기간 기업의 내재 가치를 믿어준 장기 투자자들이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투자자와 시장에 걸맞는 언어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상장을 하는 기업은 연구소가 아니라 주식회사다." 한국거래소 관계자가 대외 공식 석상에서 한 조언이자 경고다. 비단 비즈니스 마인드뿐만 아니라 소통 언어에도 해당하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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