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할까[thebell note]

권순철 기자공개 2025-12-04 07:40:28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2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증시에 무탈히 상장하려는 외국 기업이 국내 법률과 관습 준수보다 우선 순위를 둬야 할 것은 없다. 오는 12월 9일 영국에서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하는 테라뷰가 이를 잘 보여준다. 최대주주가 고강도의 보호예수를 약속하고 개정 상법을 정관에 적극 반영하면서 2021년 이후 4년 만에 외국 기업 상장 명맥이 이어지게 됐다.

본국의 문화와 의사결정 체제를 고수하다가 당국의 눈밖에 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 외국 기업의 최대주주는 보호예수가 너무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혀 한국거래소와 장기간 마찰을 겪기도 했다. 투자금 회수라는 정상적인 과정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지만 국내 기관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때도 '먹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빚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보편적인 격언이지만 한국 시장에서 유독 높은 장벽으로 작동하는 분위기다. 미국처럼 상장 과정이 까다롭거나 난해함을 넘어 이해하기 힘든 모습들이 많다는 것이다. 자발적 보호예수 관행이 대표적이다. 개별 의사를 존중하는 듯 보이나 상장 후 3개월은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눈총을 받지 않는다.

물론 국내 상장에 걸맞는 책임과 의무가 필요하다. 다만 토종 기업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는 규제가 강요된다면 테라뷰 이후 얼마나 많은 외국 기업들이 후속 주자를 자처할지 의문이다. 올해 코스닥에 상장한 한 국내 회사도 거래소의 보호예수 요구에 "보유 지분에 대한 권리까지 당국이 지시할 수 없다"는 강경 태세로 일관했다고 전해진다.

규제를 완화해 특혜를 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외국 기업들이 국내 자본시장에 원활히 흡수되길 바란다면 누구나 납득할 설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비상장사들 사이에서도 심사와 공모 분위기에 관한 후문들이 오가는데 당국이 국내 기업들과도 갈등을 빚는다는 소식을 접하면 누가 국내 상장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외국 기업의 국내 상장만큼 증시가 '밸류업'됐다는 사실을 강조할 사례는 찾아 보기 힘들다. 거래소가 주기적으로 해외에서 코스닥 상장 설명회를 여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다. 국내 증시가 상승 일로를 걷는 와중에 테라뷰를 잇는 사례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로마법을 따르는 게 당연하다는 마인드셋을 먼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