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2025]정문호 신한카드 카자흐법인장의 현지화 키워드 '기여'[thebell interview]③"판매자·소비자·사회 모두 좋아야 한다"…외자계 넘어 현지 1등 MFO 도전
알마티(카자흐스탄)=김보겸 기자공개 2025-12-17 12:57:25
[편집자주]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본점 지원의 성격에서 벗어나 현지화에 집중하는 단계를 거쳐 IB 부문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신흥시장과 선진시장을 가리지 않고 '기회의 땅'을 찾아나서고 있다. 은행에 치우쳤다는 한계 역시 조금씩 극복해나가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전략이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우리 금융회사들의 해외 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5일 11: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문호 신한카드 카자흐스탄법인(신한파이낸스) 법인장(사진) 사무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실적표가 아닌 칠판에 적힌 문장이다. "우리는 카자흐스탄과 국민들의 번영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We aim to contribute to the prosperity of the country and people of Kazakhstan)"정 법인장은 부임 다음날 직접 이 문구를 적었다. 사업이 성공하려면 결국 이 나라와 사람들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그저 돈 벌기 위한 외자계 금융사로 분류되는 순간 현지에서 한계가 생긴다"라며 "카자흐스탄 사회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면 성장도 없다"라고 말했다. 신한카드 카자흐스탄법인의 모든 전략은 이 문장에서 출발한다.
◇"카자흐 1등 MFO가 목표"…바닥부터 다지는 2년 차
정문호 법인장은 2005년 신한카드에 입사해 상품개발, 신사업, 미래사업, 글로벌사업팀을 두루 거친 글로벌 전략통이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업무를 맡아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다양한 시장을 검토하고 경험했다. 베트남에서는 카드 시스템 개발과 현지 금융사업을 직접 다뤘고, 해외 투자와 인수합병(M&A) 검토 과정에도 참여했다.

정 법인장은 "자동차 파이낸스 중심의 현재 사업구조로 중장기 성장이 가능한지 근본적인 질문을 해 봤다"라며 "답은 조건부 '예스(Yes)'였다"라고 밝혔다. 중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경쟁사 대비 우월한 디지털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답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고객이 가장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금융사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카자흐스탄이 한국보다 디지털 금융 수용속도가 느릴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정 법인장이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그는 "은행 계좌를 개설하는데 서명 두 번이면 끝난다"라며 "생체인증으로 대부분의 절차가 마무리된다"라고 밝혔다. 현지 대표 인터넷은행 '카스피(Kaspi)'와 대표 금융플랫폼 '얀덱스(Yandex)' 덕분에 디지털 경험은 이미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 같은 환경은 자동차금융의 전 과정 디지털화를 가능하게 했다. 정 법인장이 말하는 디지털화는 대출 신청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고객이 딜러사를 방문해 차량을 인수하기까지의 모든 구간을 하나의 디지털 흐름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차량 담보 등록 절차마저 온라인화됐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사무소 방문으로 하루 이상 걸리던 절차가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도입으로 대폭 단축됐다. 금융사와 딜러사의 시스템을 연계하면 고객은 당일 금융실행과 차량인수가 가능해진다.
정 법인장이 내세운 목표는 외자계 금융사 1위가 아니라 현지 1위 MFO다. 그는 "한국 금융사가 해외에서 외자계 1등은 할 수 있지만 현지 사업자들까지 포함해 1등을 하는 건 전무후무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금융사들이 신사업에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만큼 해외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1위 MFO사 목표를 카자흐스탄 시장에서는 노려볼 만 하다는 게 정 법인장의 설명이다. 그는 "카자흐스탄은 성장잠재력이 크고 외국자본에 대한 수요이 커지고 있어 현지 톱 사업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정 법인장은 앞으로 2년 안에 현재 200여개의 MFO사가 톱3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봤다. 그 안에 신한파이낸스가 포함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정 법인장은 "현 시점은 그 목표로 가기 위해 바닥을 다지고 있다"라며 "2026년부터는 현지 역량을 가지고 차별적인 성장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지화의 기준은 '삼방요시'
정 법인장이 강조하는 현지화의 핵심 키워드는 기여다. 그는 일본 경영 철학인 '삼방요시(三方良し)'를 자주 언급했다. 판매자와 소비자, 사회 모두가 만족해야 사업이 지속 가능하다는 개념이다.
이 철학은 배훈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와의 대화에서 분명해졌다. 정 법인장은 "올 7월 배 이사가 관련 서적까지 보내주셨는데 사업의 기본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였다"라고 말했다. 배 이사는 일본 교토대 경제학부와 고베대 경영대학원(MBA)을 마치고 일본 변호사, 공인회계사보 자격을 갖춘 일본 비즈니스 전문가로 일본식 경영철학에 정통한 인물이다.
정 법인장은 "금융감독당국이나 정부 관계자들과 이야기해보면 외국 금융사가 카자흐스탄 금융시장에 무엇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본다"라며 "자금일 수도 있고 리스크 관리나 디지털 기술일 수도 있다. 현지에 없는 벤치마크를 전수하려는 태도가 신뢰를 만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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