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12월 05일 16: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증권과 KTB투자증권이 공동으로 설립한 교보KTB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자동차 부품업체 코리아에프티가 합병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주주총회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스팩 주주들 사이에서 '무분별한 합병보다는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어 합병대상기업의 펀더멘털에 관심이 모아진다. 교보KTB스팩의 주요주주는 유진자산운용(17.14%), 사학연금(7%), 동부자산운용(5.54%), 유비쿼스(5.31%) 등이다.
코리아에프티는 자동차 연료계통 부품인 캐니스터(연료탱크 내부 증발가스 포집장치) 및 필러넥(연료주입구와 연료탱크 연결관)과 의장부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해 연결재무재표 기준으로 1854억원의 매출액과 1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내년 1월10일로 예정된 합병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3월 중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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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석 코리아에프티 대표이사는 5일 "과거에 증권사들로부터 기업공개(IPO) 제안을 여러 차례 받았고 코스피 상장도 노려볼만 하지만 욕심 부리지 않았다"며 "빠르게 상장할 수 있고, 자금조달이 확실하기 때문에 스팩을 택했다"고 밝혔다.
공모 실패에 대한 리스크는 없지만 스팩 주주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앞서 합병을 완료한 기업들의 주가가 공모가 아래를 밑돌고 있어서 합병 후 주가상승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 하면 주주들의 승인을 얻기가 어렵다.
스팩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업체는 완성차 업체의 다음 년도 사업계획에 따라 안정적으로 성장한다는 특성이 있다"며 "특히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대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코리아에프티의 점유율은 카본 캐니스터 제품의 경우 77.02%, 필러넥의 경우 53.7%로 나타났다. 코리아에프티가 생산하는 카본 캐니스터는 환경보호 인증기간이 1년 이상 걸리는 제품이다. 자동차 모델의 수명을 통상 5~8년으로 보는데 이 기간동안 부품업체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오 대표와 최대주주(지분율 50%)인 이탈리아 기업 SIS s.r.l(이하 SIS)은 나름의 각오를 보여주기 위해 합병 후 2년 간 자발적으로 보호예수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대표이사 뿐 아니라 재무적투자자(FI)까지도 2년씩이나 지분을 쥐고있겠다는 결정은 흔치 않다.
코리아에프티와 이탈리아 기업의 인연은 십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 대표는 1989년 새로운 사업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유럽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유럽에는 플라스틱 방식으로 필러넥을 제조하는 기술이 상용화되어 있었는데 이를 국내 자동차 부품에 적용하면 차체 무게를 기존보다 1kg 가량 줄일 수 있었다. 코리아에프티는 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의 자동차 부품업체와 제휴를 맺었고 3년만에 '소나타2'에 이 부품을 활용했다.
이같은 성공사례 덕분에 오 대표가 1993년 이탈리아 토리노 소재 상공회의소에서 연설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이탈리아의 자동차 부품업체 에르곰(ITALY ERGOM Holdings S.p.A)이 코리아에프티에 먼저 투자를 제안했다.
"그때는 투자받을 생각이 없었다"던 오 대표가 생각을 바꾸게 된 건 IMF 위기가 터지고 난 후였다. 다른 국내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던 코리아에프티는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에르곰 측에 투자 의향을 타진했다. 에르곰은 경영권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조건에 합의하고 6만500주(액면분할 후 1210만주)를 인수했다.
에르곰은 이때 취득한 코리아에프티의 지분을 지난 2007년 투자전문회사인 SIS에 전량 양도했다. 에르곰 대표이사는 SIS의 대표와 부자지간으로 사실상 99년부터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 대표는 "99년 투자받은 금액에 대해서는 배당을 통해 상환이 완료됐고 서로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상장 후의 주주들에게도 배당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쓰일 방침이다. 지난 2007년 폴란드 공장을 세우면서 코리아에프티의 부채비율은 200%대로 올라갔다. 차입금 의존도는 33~34% 수준으로 업종 평균인 23%보다 높다.
합병 후 순차적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고 폴란드 공장에 추가적으로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폴란드 공장에서 나오는 이익을 기반으로 삼아 우즈베키스탄 공장 설립도 검토하고 있으므로 이번 합병 성공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오 대표는 "인도 공장과 중국 공장에서는 기존에 만들던 제품(캐니스터, 필러넥)을 생산하고 있지만 폴란드 공장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의장부품)를 개척하고 있다"며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서 재투자가 이뤄진다면 더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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