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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엔티, SPAC 택한 이유? "빠른 상장 원했다" 김준섭 피엔티 대표이사

류다정 기자공개 2011-12-08 08:38:45

이 기사는 2011년 12월 08일 08: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딜 가나 왜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과 합병하느냐는 질문 뿐입니다."

김준섭 피엔티 대표이사는 질문을 예상이라도 한 듯이 먼저 말을 꺼냈다. 기업공개(IPO)시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경쟁률이 몇 백대 1을 가볍게 넘길 만큼 공모 시장이 활성화된 마당에 굳이 스팩을 택했다고 하면 '문제있는 기업 아니냐'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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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섭 피엔티 대표이사
김 대표는 스팩의 장점에 대해 '빠른 상장'과 '확실한 자금 조달'을 꼽았다. IPO를 하게되면 지정감사인 신청과 주관사 실사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나 상장이 가능하다. 반면 스팩과의 합병 절차는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상장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피엔티가 서둘러 상장을 하려는 이유는 해외수주 경쟁에서 이기고 싶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 초에도 다 성사됐다고 생각했던 중국 수주건을 놓치자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피엔티의 지난해 매출액은 47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경쟁업체인 일본 기업들은 4000억~5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올렸다. 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기업 규모 자체가 커져야 한다.

피엔티는 산업용 롤투롤(Roll to roll)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다. 롤투롤은 회전롤을 이용해 각종 소재를 코팅, 절단하고 감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국내 기업들은 과거에 일본과 독일에서 롤투롤 장비를 수입했지만 피엔티가 상당부분 국산화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SKC, 도레이, 코오롱, 효성 등 원소재 개발업체들은 아직도 유럽과 일본에서 롤투롤 장비를 수입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의 수주 규모가 1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아직은 피엔티가 납품 규모를 맞출 수 없지만 앞으로는 국내 대기업들도 국산 롤투롤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로 나갈 시점이 무르익었다는 판단 하에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결심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가 상장을 본격적으로 고민했던 시점은 지난 7~8월이었다. 국내 주식시장이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출렁이던 때였다. 수요예측에 실패해 상장을 접는 기업들도 등장했다. 연말에는 증시가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더해졌다.

고민을 거듭하던 때 하나그린스팩과 인연이 닿았다. IPO보다 빠른 시간 안에 상장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공모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적다는 점이 스팩으로 마음을 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조달 자금의 규모가 바뀌는 IPO와 달리 스팩과 합병하면 자금이 얼만큼 들어올지 확실하기 때문에 투자 계획을 세밀하게 짤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처음에는 스팩이라는 제도에 대해 생소하게 느끼는 직원들도 대표이사의 결정을 믿고 따랐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그가 생각하던 것과는 달랐다. 피엔티가 하나그린스팩과 합병을 논의하던 중 거래소의 합병예비심사에서 탈락하는 기업들이 등장하자 '부실한 기업들이 스팩을 찾는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합병예비심사의 승인 여부도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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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스팩과의 합병이 목적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기 때문에 합병예비심사 결과에 대해서는 불안해하지 않았다"며 "스팩과 합병한 후에 주가가 상승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합병을 완료하기 위해선 주주총회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피엔티가 속한 사업 영역이 워낙 생소하다보니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제대로 이해시키는 일이 우선이었다. 김 대표와 주관사인 하나대투증권은 웬만한 IPO 기업의 IR보다 더 빡빡한 일정을 계획했다. 기관투자가와 애널리스트들이 피엔티가 생산하는 롤투롤 장비를 직접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현지 시찰 일정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스팩 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피엔티와 하나그린스팩은 계획대로라면 이달 8일 합병 주주총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스팩 주주들을 설득할 시간을 갖기 위해 일정을 늦추기로 결정했다. 스팩의 합병기준가액 산출근거를 변경해 스팩 주주들에게 유리한 방안을 제시했다. 합병주주총회는 오는 28일로 예정됐다.

김 대표는 "그동안 합병에 신경 쓰느라 영업에 소홀했다"며 "스팩 합병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은 회사 경영에 집중하면서 스팩 주주들의 결론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김준섭 대표이사 약력>

1983.03~1990.02 금오공과대학(기계공학) 졸업
1990.10~2003.11 서통테크놀러지㈜ 설계
2004.04~현재 ㈜피엔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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