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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 경영권 진짜 파는거 맞나요?" 제3자 매각 결정‥유진-선 회장 재산권 보호 위한 최선

배장호 기자공개 2011-12-08 16:39:42

이 기사는 2011년 12월 08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1년 12월 1일. 하이마트는 "최대주주인 유진기업, 2대주주인 하이마트 선종구 회장, 3대주주인 에이치아이컨소시엄투자목적회사가 공동으로 지분 매각을 추진키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시장은 경악했다. 하이마트가 금융감독당국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밝힌 공식 입장이었만 "믿기지 않는다"며 영문을 몰라했다. 그도 그럴것이 11월 30일 하이마트 주주총회 직전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과 하이마트 선종구 회장간에 극적인 화해를 했다고 발표했고, 실제 주총에서 유경선 회장이 재무 총괄을, 선종구 회장이 영업 총괄을 맡는 각자대표 체제를 의결했다.

모든 것은 수습된 듯 보였다. 갈등의 핵심이던 유경선 회장의 이사 선임 문제가 해결됐고, 경영진과 대주주간 갈등으로 기업 가치 훼손을 우려하던 시장은 주가 반등으로 화답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갈등 봉합 하루만에 다시 사태가 터진 것일까. 유진그룹과 하이마트 사정에 밝은 시장 관계자들은 "30일 주총 결과와 다음날 경영권 매각 발표를 반전이 아닌 예정된 수순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유 회장과 선 회장간 감정의 골은 이미 메울 수 없을만큼 벌어졌고, 임시주총에서의 각자대표 선임은 하이마트를 제3자에 성공적으로 매각할 때까지 기업가치를 지키기 위한 타협안이었단 해석이다.

대다수 M&A 전문가들은 유진그룹이 하이마트 매각키로 한 것에 대해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한다. 하이마트가 처음부터 유진그룹에겐 감당하기 힘든 대상이었다는 판단에서다. 하이마트를 팔아 그룹이 잘 할 수 있는 다른 사업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의미다. 실제 유진은 하이마트 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경영권 행사를 해본 적이 없다.

표면적인 사정들만 따져보면 유경선 회장과 선종구 회장 사이가 갈등이 폭발할 이유는 별로 없다. 선종구 회장과 유경선 회장은 같은 연세대학교 동문으로, 선 회장이 유 회장의 8년 선배다. 주변 사람들 전언에 따르면 실제 유 회장은 선 회장을 선배로서 성의를 다했고, 선 회장도 유 회장을 회사 대주주로 인정했다고 한다. 또한 올해로 65세인 선 회장은 향후 2~3년 후 명예로운 은퇴를 생각해왔고, 하이마트의 경영권이 장기적으로 유진그룹으로 넘어가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고 전한다.

문제는 아랫사람들로부터 터져나온 듯 하다. 하이마트에는 세칭 '연대 8인방'이란 세력이 있다고 한다. 선종구 회장의 학교 후배이자, 대우그룹 출신 부하들로서 지금의 하이마트 기업 가치를 창출한 핵심세력이다. 이들은 하이마트가 유진에 피인수된 이후에도 선 회장만을 유일한 보스로 섬겨왔을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유진이 하이마트 대주주이긴 하지만 전자제품 유통 사업에 문외한인지라, 선 회장과 이들 8인방에게 회사 경영을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회사 기업가치를 유지·제고하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유진이 선종구 회장 은퇴 이후 하이마트를 상정했다면 이들 8인방들을 위시한 주요세력들을 그룹 일원으로 포섭하는 일에 전력을 다했어야 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8인방을 비롯한 하이마트의 주요세력들은 대주주를 신뢰하지 못했다. 이는 유진그룹의 PMI(Post Merger Integration) 부재의 결과로 밖에 볼 수 밖에 없으며, 이번 사태의 일차적인 귀책 사유로 지목된다.

대주주를 신뢰하지 못하는 하이마트 주요 세력들은 유경선 그룹 회장을 하이마트 공동 대표이사로 추대한 지난 10월 임시 이사회 결정을 일종의 선전포고로, 조직적 반발에 직면한 유진그룹측은 대주주에 대한 쿠데타로 받아들였다.

H&Q 사모투자펀드(PEF) 등 하이마트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사건이 밖으로 터지기 전까지 이런 사정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이마트 주가가 9만원대를 넘을 당시 에이치아이컨소시엄 일원이던 IMM은 유진의 콜옵션 행사 대응분을 제외한 지분 전부를 시장에 내다 팔았다. 남아있던 H&Q도 보유 지분의 시장 매각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는데, 이 와중에 사건이 터졌던 것이다.

양측간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하이마트 가치의 핵심인 인력들의 집단 퇴사 얘기가 나오는 등 회사는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잘나가던 하이마트 주가도 연일 곤두박질쳤고, 주주들은 막대한 투자손실에 망연자실해 했다.

H&Q 펀드로선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않으면 파국을 맞을 수도 있어 보였다. 실제 H&Q는 양측을 오가며 사태 수습에 사력을 다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단단히 틀어진 양측의 입장과 오해를 재확인한 것 외에 별 소득은 없었다. 이미 깊어진 갈등의 골을 치유할 길도 없어 보였다.

도무지 해결책이 없어 보였던 사태는 의외의 아이디어에서 풀리기 시작했다. 현재 선 회장과 유 회장측 모두 동의하는 단 한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마트의 기업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하이마트 기업가치는 곧 양측 모두의 가장 큰 재산이기 때문이다.

유경선 회장으로선 오랜 건설업 불황으로 레미콘 등 그룹 주력사업들이 어려운 와중에서도 그나마 기업가치를 유지하고 꾸준히 성장해 준 하이마트 지분이 가장 큰 그룹 자산이다. 몇년 후 은퇴를 생각하는 선종구 회장도 하이마트 보유 지분이 사실상 자신의 전 재산이다.
하이마트 주변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주주와의 이번 갈등에 대해 선종구 회장은 "분쟁의 본질은 경영권이 아니라 재산권"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양측 모두의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최상의 솔루션은 하이마트를 제3자에 매각하는 것 뿐이란 사실에 도달했고,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 H&Q가 막후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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