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태양광 시장이 빙하기에 진입했다. 제품가격이 고꾸라지고, 공급물량은 쏟아진다. 시장침체로 미국, 중국, 유럽의 태양광 기업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있다. 침체의 불똥은 국내로도 튀었다. 유행처럼 번졌던 국내 기업의 태양광 투자러시는 멈췄다. 투자를 주저하거나 사업의 탈출구를 찾고 있다. 태양광 투자에 나섰던 기업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1년 12월 15일 09: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C의 태양광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체 폴리실리콘 공장은 가동이 중단됐고 사업파트너인 현대중공업은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1000억~2000억원 정도를 투자하면 공장을 돌릴 수 있지만 제품을 생산해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생산능력을 대폭 확충해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전제돼야 하는데 KCC는 아직 미래가 불투명한 태양광시장에 역량을 집중시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KCC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인수해 태양광사업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최대 전자업체들을 거느리고 있는 삼성그룹을 고객으로 확보할 경우 KCC의 태양광 사업에는 일대 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그룹이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신수종사업을 공동 육성하는 것도 불가능한 아이디어는 아니다.
◇ 업계 최고 제조단가…아직은 먼 '경쟁력'
KCC는 차세대 성장 동력원으로 일찌감치 폴리실리콘 사업을 점찍었다. 현대중공업과 합작한 케이에이엠(KAM) 공장, KCC 대죽공장에서 각각 3000톤씩 생산하고 있다. 사우디 MEC(Mutajadedah Energy Company)와는 2013년 말까지 각각 1억달러씩 투자해 연산 3000톤의 생산거점을 중동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준공된 충남 대죽공장에선 제품이 생산되지 않고 있다. 폴리실리콘 업계 관계자는 "KCC 자체 공장은 공법의 문제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공장에 1000억~2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야 정상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에서 폴리실리콘을 순조롭게 생산해도 걸림돌은 남아 있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KCC의 폴리실리콘 생산가격은 Kg당 60달러 안팎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제품 가격은 생산가를 크게 밑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내년 상반기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45달러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KCC의 폴리실리콘 제조단가는 국내 업계에서 가장 높다. 폴리실리콘 1톤을 생산하는데 1억4330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국내1위 업체인 OCI(톤당 8750만원)보다 65%나 높고 한화케미칼(1억360만원)과 LG화학(9820만원)에 비해서도 훨씬 비싸다. 곽노경 NICE 신용평가 연구원은 "생산능력이 확대되면 규모의 경제로 점차 제조단가의 하락이 가능하다"며 "규모의 경제는 통산 1만톤 전후로 생긴다"고 설명했다.
KCC도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만8000톤의 설비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폴리실리콘 가격의 하락추세를 감안할 때 수익을 올리는 게 좀처럼 쉽지 않다. IBK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KCC의 폴리실리콘 부문 영업익은 2015년까지 수백억원의 적자를 면하지 못한다. 매년 1000억~3000억원대의 투자금을 쏟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감당해야 할 부담은 크다.
안정적인 폴리실리콘 수요처이자 사업파트너인 현대중공업이 태양광 사업에 발을 빼고 있다는 점도 KCC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대중공업은 충북 음성의 모듈 1공장 가동을 지난 6월부터 중단했고 미국에 짓기로 한 태양광발전소도 백지화했다. 사업 파트너가 지지부진하면서 덩달아 KCC도 투자를 지속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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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KCC 태양광사업에 구원투수로 등판할까
증권업계에선 KCC가 계획대로 태양광에 투자를 한다면 2015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자금여력은 충분한 편이다. 올해 3분기 말 현재 8304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매도가능금융자산도 장부가액으로 2조577억원(현대자동차 지분매각 미반영)에 달한다. 업계에는 선제적으로 투자한 금액이 크고, 자금여력도 풍부하기 때문에 KCC가 폴리실리콘 사업에 꾸준히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KCC가 지난 12일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인수하면서 태양광사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KCC 측도 "장기적으로는 삼성그룹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통해 미래의 신수종사업에 같이 동참,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성과 태양광 사업 분야에서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은 태양광 수직계열화에 착수하고 있다. 삼성코닝정밀이 잉곳 및 웨이퍼 생산을, 삼성SDI는 태양전지·모듈 생산에 참여할 계획이다. 폴리실리콘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MEMC와 합작회사(JV)를 설립해 폴리실리콘 설비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연산1만톤 가량의 폴리실리콘 설비를 2013년까지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KCC가 생산한 폴리실리콘을 삼성에 공급할 것으로 본다"며 "삼성보다 폴리실리콘을 먼저 생산한 KCC로선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한다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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