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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B, 게임산업을 장악하려면

이상균 기자공개 2011-12-23 11:54:58

이 기사는 2011년 12월 23일 11: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내 1위 게임사인 넥슨은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IPO)했다. IPO 규모만 1조3000억원, 시가총액이 8조원에 달하는 빅딜(big deal)이었다. 그런데 국내IB와 한국거래소는 이 빅딜에 철저히 소외됐다. 국내IB들은 IPO 주관사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한국거래소 임원은 상장심사팀 관계자를 불러 넥슨이 한국을 외면한 것에 대해 따져 물었다고 한다. 넥슨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벌이는 촌극이다.

넥슨이 일본 IPO를 준비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였다. 즉흥적인 계획이 아니라 5년 이상 준비한 장기 프로젝트였다. 게임업계에서는 김정주 회장이 일본에서 유학을 하면서 일본 게임시장에 대한 로망을 오랫동안 키워왔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국내 시장에 비해 일본 주식시장이 주가 변동이 심하지 않고 기업가치(valuation)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넥슨은 그렇다고 넘어가지만 국내IB들의 고전은 안방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게임업계에서 주목받을 만한 딜이 연이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IB들이 참여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가 뭘까.

외부적인 요인을 찾아보자. 우선 국내 게임시장의 인수희망자가(buyer)가 한정돼있다는 점이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게임사가 매각을 추진할 경우 후보군은 항상 넥슨, 엔씨소프트, 네오위즈게임즈, NHN, CJ E&M넷마블 등이다. 이들 5개사를 제외하면 500억원 이상의 인수합병(M&A) 자금을 조달할 만한 곳이 거의 없다. 업종의 특수성으로 인해 타업종의 게임시장 진출도 활발하지 않다. 새로운 인수희망자를 발굴해야 하는 매각주관사가 할 일이 없다.

대형 게임사의 인수주관사를 맡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내부 결속력이 강한 게임업계에서는 "각사 대표들도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는 말이 있다. 주관사들보다 내부 사정을 더 잘 안다. 역시 주관사를 선정할 필요성이 낮다.

빅딜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넥슨이 게임하이, 네오플, 엔도어즈 등을 인수한 것을 제외하고는 1000억원 넘는 딜이 많지 않다. 딜 사이즈가 작으면 먹을 것이 별로 없다. 국내IB들의 관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국내 IB들이 게임시장을 외면만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수천억원을 벌어들이고 영업이익률이 높으며 현금보유량이 많은 게임사는 분명 매력적인 존재다. 향후 블루오션이 될만한 잠재력이 충분하다. 삼정KPMG도 지난해 11월 부산 지스타에서 게임업계 M&A에 대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내IB들이 게임사의 기업가치 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 크다. 게임사의 기업가치는 현재 가치+미래 가치로 이뤄진다. 현재 가치는 실적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산정에 큰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미래 기업가치다. 게임사가 개발하는 신작의 성패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 경우 게임개발에 참여하는 개발총괄임원과 개발 인력의 면면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 발로 뛰면서 정보를 취합해야 하지만 국내IB들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있다. 미래에셋맵스는 2009년 3월 자사가 운용하는 사모펀드(PEF)를 통해 와이디온라인 지분 36.48%와 경영권을 542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주당인수가가 9000원이 넘었다. 3년 가까이 지난 지금, 와이디온라인의 실적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인수 직전인 2008년 775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3분기 338억원을 기록했다. 500억원 달성도 힘겨워 보인다. 같은 기간 155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2일 기준 종가는 1570원으로 인수 당시에 비해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미래에셋맵스가 게임업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하지 않았거나 업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일반 제조업처럼 엑셀을 이용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인수가를 산정하는 방식이었다면, 시행착오는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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