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12월 30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운업계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공사법 개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사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따라 캠코의 선박금융 지원이 막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는 선박금융 위축과 시황악화로 고통을 겪고 있다. 유럽재정위기로 금융회사는 선박금융을 크게 줄였고 설상가상으로 해운시황도 빠르게 악화됐다. 해운시황의 시금석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해 평균 2758에서 올해 평균 1549로 크게 하락했다. 해운업계와 당국은 중소선사의 줄도산과 국내 선박이 해외로 헐값에 매각된 금융위기의 악몽이 재연될까 긴장하고 있다.

해운시황 악화속에서 캠코는 단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달 구조조정기금 900억원을 투입해 선박 6척을 매입한 게 대표적이다. 동아탱커(3척), 대보인터내셔널(1척), 장금마리타임(1척)을 비롯한 중소선사에 기금 지원이 집중됐다.

캠코에 선박금융을 요청한 해운사는 30곳이 넘었다. 그 가운데 4곳을 골랐다. 세금인 구조조정기금의 낭비를 막고자 선박과 해운업체를 대상으로 정밀한 실사를 거친 결과다.

이번 딜은 중소선사 지원과 기금의 효율적 사용으로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세계적 선박금융지인 마린머니(Marine Money)도 해당 딜에 대해서 "캠코가 한국 해운업계의 백기사(White Knight) 역할을 했다"며 호평을 했다. 마린머니는 이번 거래를 2011 올해의 딜(Deal of the Year) 후보로 선정했다.

문제는 캠코가 내년에도 해운업계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현행법상 캠코는 구조조정기금을 통해서만 기업의 자산을 인수할 수 있다. 그 까닭에 선박금융 재원도 구조조정기금으로 조달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구조조정기금에 대한 추가 재원조성이 중단되면서 선박금융 지원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캠코가 구조조정기금 외에 자기자금으로도 기업 자산을 인수할 수 있는 공사법 개정안을 국회 정무위에 제출한 상태다. 정무위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캠코의 선박금융 지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도 걸림돌은 남아있다. 금융위가 캠코의 선박금융 지원 계획을 승인하지 않으면, 해운업계에 대한 자금 집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내년 시황을 보고 해운업계에 자금을 배정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금융위의 미적지근한 입장에 해운업계는 물론이고 관련 정부 부처도 속이 탄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해운 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고 해운업계가 큰 시련을 겪고 있다는 점을 금융위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해운업계가 어렵다고 무작정 공적자금을 지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해운업계의 위기감은 심각하다. 캠코가 중소선사에 대해 선별 지원할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금융위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캠코가 해운업계의 백기사 역할을 계속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