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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남미 정벌 나선 '참치왕' 김재철 어선 한 척으로 창업…미국-아프리카 이어 세계시장 석권 목전

박준식 기자공개 2012-01-11 18:11:10

이 기사는 2012년 01월 11일 1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35년 전남 강진 출생. 김재철은 서른다섯까지 마도로스의 삶을 살았다. 수산대학교를 졸업하고 원양어선을 타고 전 세계를 누볐다. 1969년, 일본에서 작은 원양어선 한 척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기업가적 성공을 꿈꾼 건 아니다.

김재철
그는 원양어업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참치가 어떻게 생긴 지도 모르는 선원들을 데리고 업을 개척했다. 그렇게 꾸역 꾸역 자본을 키워 1982년 참치 통조림을 만들어냈다. 그게 지금의 동원 참치캔이다.

경험칙상 참치 통조림은 일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를 넘어가면 시장이 조성된다. 동원은 한국인의 경제적 성장과 함께 커왔다. 마도로스 김재철은 원양어업을 개척하고 참치 어획을 시작해 이를 통조림으로 가공하는 사업적 가치 사슬을 완성한 인물이다.

동원은 사업을 수산과 식음료에 국한하지 않고 금융과 제조업 등으로 확장했다. 서른 중반에 기업을 시작한 경영자는 환갑 이전인 쉰다섯에 그룹 회장에 올랐다. 이후 금융 사업은 경영학을 공부한 큰 아들(김남구 회장)에게 계열분리 형태로 물려줬다. 여생은 사회에 공헌하겠다며 무역협회 회장을 연임하는 등 대외활동에 몰입했다.

그러나 일흔이 넘어서도 펄펄 끓는 피를 주체할 수 없었나보다. 3연임이 가능했던 무협 회장직을 반납하고 2006년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김 회장이 동원그룹으로 되돌아온 후 달라진 점은 사업의 선택과 집중이다. 이전까지 동원은 식음료 분야의 제품군을 늘리고 사업 다각화를 노릴 수 있는 소규모 인수합병에 주력했다. 이런 전략은 실패 위험이 적은 반면에 성공 효과도 크지 않다.

동원 성장 역사
↑ 동원그룹 성장의 역사 (ⓒ IBK투자증권)

김 회장은 국내가 아닌 해외를 바라봤다. 그리고 분산됐던 초점을 본업으로 다시 맞췄다. 복귀 1년 여 만에 세계 최대 참치캔업체 '스타키스트(Starkist)'를 3억6300만 달러(약 4000억 원)에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적자에 빠져 미국 최대 식품기업 델몬트도 어쩌지 못하던 회사였다.

사실 스타키스트 인수에는 김 회장 개인의 의지가 적잖게 반영됐다. 그가 1963년 처음으로 배를 빌려 23일을 항해해 도착한 곳이 남태평양 사모아였고 그 곳의 세계 최대 '스타키스트' 공장에 참치를 납품해 돈을 벌었다. 당시엔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던 회사를 45년 만에 휘하로 거둔 것이었다.

김 회장은 동원F&B의 가공 노하우를 이전해 원가를 절감했고 인수 1년 만에 스타키스트를 흑자회사로 변모시켰다. 지난해 이 회사는 400억 원이 넘는 순익을 냈다.

이른바 '참치왕'이 된 김재철 회장에게는 이후 세계 각국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2100만달러(약 238억원)를 들여 세네갈 수산회사 SNCDS를 인수했다. 이 거래는 상업적인 M&A 가치보다는 세네갈이 국가 차원에서 동원의 기술과 경영능력을 믿고 어획권을 허가했다는 의미가 있다.

동원-네트워크(수정)
↑ 동원산업 주요 사업장 및 사업 확대 예상지(붉은색 표시 지점) (ⓒ 동원산업)

아시아에서 출발해 미주와 아프리카 연해의 교두보를 확보한 김 회장은 이제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재정 위기가 시작된 남유럽에서 전통 있는 기업을 살피던 동원은 스페인 최대 참치캔 업체 칼보(Luis Calvo Sanz, S.A.)를 정조준 했다. 현지 금융사들이 칼보 지분 22%를 내놓자 경영권 지분 매각을 요구해 주장을 관철시켰다.

칼보 인수전에는 경쟁 상대가 남아있다. 하지만 매각 측은 경영능력이 탁월한 세계 최대회사인 동원과 참치왕 김재철과의 파트너십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이 칼보를 얻을 경우 유럽은 물론 남미(Gomes da Costa, Brazil)까지 영토를 확장할 수 있다. 칼보는 전 세계 6개국에 지사와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동원으로서는 호주를 제외한 4개 대륙에 사업장을 두고 전 세계 참치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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