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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證, 산은 IPO 주관이 간절한 이유

박창현 기자공개 2012-01-30 10:59:31

이 기사는 2012년 01월 30일 10: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0년 대 초 · 중반 국내 최고 투자은행(IB) 수식어는 삼성증권의 몫이었다. 인수합병(M&A)과 주식자본시장(ECM) 주요 랜드마크 거래에서 삼성증권이 빠지는 법이 없었다.

삼성증권은 대표적인 공적자금 회수 거래인 서울은행과 조흥은행 M&A의 매각 자문을 맡아 조 단위 메가딜들을 성공리에 완료했다. 경쟁사를 압도하는 트랙레코드를 바탕으로 대우건설과 현대오토넷 등 대형 거래도 섭렵했다. 더 나아가 국내 증권사로는 최초로 크로스보더 딜(휠라코리아의 글로벌 비즈니스 인수)까지 성사시켰다.

ECM 대표 프로덕트인 IPO 부문에서도 삼성증권은 단연 돋보였다. 삼성증권은 2000년 대 유일한 금융지주 IPO인 우리금융지주 딜을 주관했으며, 펀드 열풍을 주도하며 장외시장 대표주로 각광받던 미래에셋증권의 상장도 전담했다. 또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의 한국-영국 동시 상장을 성사시키며 국내 리딩 IB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당시 삼성증권은 국내 1위 IB를 넘어 아시아의 골드만삭스를 꿈꿨다. 하지만 쾌속질주를 이어가던 삼성증권도 2000년대 중반 이후 점차 추진 동력을 잃어갔다. 규모가 커지면서 리스크 관리에 보다 치중하게 됐고, IB 특유의 끈질긴 영업 근성은 잊혀진 덕목이 됐다.

여기에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은행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딜 수임 기회를 잡기가 더 어려웠다. 결국 경쟁사들의 견제 속에 랜드마크 거래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시면서 톱티어(Top-tier) IB 입지조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ECM 12위, DCM 6위, M&A 11위.' 아시아의 골드만삭스를 꿈꾸던 삼성증권 IB가 지난해 받아든 성적표다. 아시아는 커녕 당장 국내 순위권 싸움마저 힘겨워 보일 정도다.

하지만 최근 삼성증권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산은금융지주가 연내 기업공개를 추진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산은지주 IPO는 공모 규모만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메가딜이다. 또 글로벌 IB 시장에서 산은지주가 갖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주관사 타이틀이 갖는 무형의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금융업 이해상충 이슈 때문에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보다는 삼성증권을 비롯한 비은행계 증권사들이 보다 유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삼성증권은 우리금융지주 등 과거 공공기관 관련 트렉레코드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증권 역시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온 힘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산은지주 연내 상장 추진 발표 직후 전담팀을 구성하며 곧바로 사전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또 메가딜 수임의 경우, 최고 경영진들의 영업력도 중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신임 김석 사장과 IB사업본부 수장인 방영민 전무 역시 적극적인 후방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독한 슬럼프에 빠진 삼성증권에겐 반전의 계기가 필요하다. 이런 시점에서 산은지주 IPO는 최고의 기회다. 적지 않은 부담이 어깨를 짓누를지 모른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를 되찾고 싶다면 감내해야할 고난이다. 삼성증권 부활의 신호탄이 과연 울릴지, 산은지주 IPO의 흥미로운 관전포인트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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