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2월 01일 08: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약 2년 반을 끌어 왔던 넥센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이 본격 시작됐다. 소유지배구조의 투명성 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지주회사 전환 방식을 두고 '꼼수'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넥센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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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유형자산 등의 평가 방식을 기존 '원가모형'에서 '재평가모형'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넥센의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지주비율(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자산총액)은 44.71%(1914억원/4281억원). 자회사 주식 중 넥센타이어 지분가액을 '원가 모형'에 따라 1249억원(주당 4162원)으로 계산한 결과다. 그런데 '재평가모형'으로 평가 방식을 바꾸면 공정가치로 평가해 넥센타이어 주식평가액을 5400억원(주당 1만8000원)으로 키울 수 있다. 지주비율은 71.93%(6065억원/8432억원)로 높아진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전환을 원하는 기업은 이 지주비율을 50% 이상으로 맞추면 신고 후 전환이 가능하다. 다만 재평가 수수료 등 여러 부수적인 비용이 수반되고 회사의 재무 방침을 바꾸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일단 '재평가 모형' 방식으로 재무 방침을 정하면 다시 '원가 모형' 방식으로 변경할 수 없다는 약점도 안고 있다.
둘째, ㈜넥센이 그룹의 주력 기업인 넥센타이어 주식 256만여주를 장내 또는 블록딜로 취득하는 방식이다. 이 주식을 시장에서 사기 위해서는 약 460억여원(주당 1만8000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시가대로 주당 1만8000원을 주고 시장에서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입 이후 장부상 평가는 '원가모형'에 따라 총 460억원으로 계산된다.
지주비율은 44.71%(1914억원/4281억원)에서 분모와 분자가 460억원만큼이 늘어나 50.07%(2374억원/4741억원)로 높아진다. 역시 지주비율 50%를 넘겼으므로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하다. 이 경우 기업 수익에 따라 자산 변동성이 우려된다면 넉넉히 지분을 더 사면 되고 그만큼 비용은 더욱 증가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지주회사 전환 방식이다.
셋째, ㈜넥센이 넥센테크 주식을 시장에서 1590만여주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총 357억원(주당 2245원)이 소요된다. 주식발행 물량을 고려해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도 있다. 넥센테크는 ㈜넥센이 최다출자자가 아니어서 지금까지 지주비율 산정 대상 자회사에서 제외돼 왔다. 오너인 강병중 회장(34.82%)이 최다출자자이고, ㈜넥센은 넥센테크의 2대주주(34.64%)다. 만일 ㈜넥센이 넥센테크 지분을 357억원 어치를 매입하면 최다출자자가 돼 곧바로 지주비율 산정 자산에 포함될 수 있다.
이 경우 지주비율은 44.71%(1914억원/4281억원)에서 50.07%(2374억원/4741억원)로 높아진다. 이미 보유 중인 넥센테크 지분 주식가액(103억원)도 추가됐다.
이 외에도 지주회사로 전환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종종 사업회사와 순수지주회사로 회사를 분할하는 방법 등을 사용하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해 가장 적합한 방식을 채택하곤 했다.
넥센그룹의 선택은 그러나 뜻밖이다. ㈜넥센이 넥센타이어 지분을 공개매수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 방식에 의하면 지주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 올려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충족시키려는 목적은 다른 방식과 동일하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기 위해 ㈜넥센이 대가로 치러야 할 비용은 무려 1720억원으로 커진다. ㈜넥센 보통주를 공개매수에 응하는 넥센타이어 주주들에게 지급키로 했기 때문이다.
쉬운 길을 놔두고 애써 고비용의 복잡한 방식을 택한 것은 '공짜 승계'를 위해서라는 '뒷말'이 나온다. 오너 2세인 강호찬 ㈜넥센 사장을 이번 공개매수에 참여시켜, 강 사장을 ㈜넥센의 최대주주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강 사장은 현재 ㈜넥센의 2대주주이고 넥센타이어의 3대주주다. 넥센타이어 지분을 넘기고 대가로 ㈜넥센 지분을 얻으면 가능해진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이번 딜의 장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고 강 사장의 공개매수 참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뒷말'의 신빙성도 있어 보이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되면 2세로의 승계 작업을 세금을 내지 않고 '공짜'로 할 수 있고, 지주회사 전환 작업도 동시에 마칠 수 있어 넥센그룹 입장에서는 '양수겸장'이다.
그러나 이번 딜에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까지 '공짜'라고 볼 수는 없다. ㈜넥센이 공개매수를 위해 발행하는 1720억원 어치 주식 비용은 그만큼 주식가치가 떨어지는 주주들의 몫이 된다. 오너 일가만 이 부담을 지게 된다면 문제가 안된다. ㈜넥센의 주주는 강병중(18.54%), 강호찬(12.62%), 김양자(11.99%) 등 오너 일가 외에도 그린손해보험(14.94%), 국민연금기금(5.08%), 소액주주(32.15%) 등이 있다. 극단적으로 보면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넥센그룹의 공짜 승계 비용 절반 이상을 부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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