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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골드만삭스 vs 신세계-BNP파리바 유통 라이벌 자존심 걸고 자문사 선정 승부나서…홈플러스가 다크호스

박준식 기자공개 2012-02-22 08:39:53

이 기사는 2012년 02월 22일 08: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통업계의 맞수,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가전유통업체 하이마트 경영권 지분 인수를 두고 정식으로 맞붙었다. 이번 딜의 매각 자문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기밀유지 협약(Non-disclosure agreement)을 맺은데 이어 각각 자문사를 선정해 본격적인 인수전략 수립에 나선 것이다.

22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21일 오후 늦게 골드만삭스증권에 인수 자문사 선정을 통보했다. 신세계그룹은 이에 앞서 지난 주말께 BNP파리바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하고 비밀리에 경쟁사들의 동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롯데그룹의 자문사 선정은 장고 끝에 이뤄졌다. 롯데는 지난주 골드만삭스와 노무라증권, BofA메릴린치증권, 삼일PwC, 우리투자증권 등 하이마트 인수 자문 능력이 있다고 내부 심의를 거친 일부 어드바이저리 등을 상대로 개괄적인 전략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요청해 주요 내용을 보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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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자문사 선정은 초반 메릴린치가 조기 탈락한 가운데 골드만삭스와 삼일PwC, 우리투자증권이 결선에 올라 확정 통보를 기다리는 형태로 진행됐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약 10여 건의 M&A에 나섰던 롯데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자문사 후보들을 평가했고 당초 지난 20일에 발표될 예정이던 최종 결과는 하루 늦은 21일 오후에야 도출됐다.

롯데는 자문사 선정을 앞두고 1차적으로 객관적인 실력을 검증한 뒤 2차로 하이마트 인수전을 완주할 것이냐를 두고 심각한 고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하이마트 이외에도 웅진코웨이가 매물로 출회되고 해외에서도 인수매력이 높은 타깃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라 인수전 참여 자체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던 것이다.

롯데는 정권 말 시국이 불안한 가운데 국내에서 또 한 차례 메가딜에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하이마트가 삼성과 LG 등 국내 재벌사의 제품을 취급하며 이들과 민감한 협상을 빈번하게 벌여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감을 느꼈다는 전언이다. 롯데는 그러나 롯데마트의 성장을 위해서는 가전양판 사업의 확대가 절실하다는 필요에 따라 고민 끝에 인수전 완주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롯데에 앞서 BNP파리바와 HSBC증권 등을 상대로 이달 초 PT를 요청해 대략의 전략을 보고 받았다. 신세계는 당초 중국 이마트 체인 매각 건을 위임했던 HSBC에 자문역을 맡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PT 결과 BNP파리바가 유통 산업에 더 나은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판단해 새로운 시도를 결정했다.

신세계는 유통업계의 라이벌, 롯데의 전략 수립 및 인수전 완주 진의 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그룹의 재무 및 M&A 전략을 총괄하는 허인철 부사장이 이번 딜의 실권을 쥐었고 이 배후에는 오너 경영인 정용진 부회장이 버티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세계는 롯데가 하이마트를 차지할 경우 할인점 사업에서 팽팽하던 균형이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인수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마트 인수에 진의가 있기 보다는 롯데의 확장 전략을 실력 저지하려는 의지다.

할인점 라이벌 롯데와 신세계가 정면승부를 예고한 가운데 업계의 3위인 홈플러스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홈플러스는 이승한 회장이 실무진에 인수전 검토를 지시한 상황이지만 2조 원에 달하는 M&A에 나서기 위해서는 지배주주인 영국 테스코(TESCO)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유력 자문사들은 홈플러스의 인수전 완주 가능성을 낮게 판단하고 있다.

테스코는 그러나 홈플러스의 국내 사업 성장 및 확대를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최근 인천 무의도에 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인재개발센터를 짓는 등 한국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승한 회장이 세계 3위 유통기업인 테스코를 설득할 경우 홈플러스가 이번 딜의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설득력이 있다.

거래 관계자는 "일반적인 딜의 경우 인수 후보들의 자문사 선정이 큰 의미를 갖지 않지만 이번 건은 롯데와 신세계라는 주요한 전략적 투자자(SI)가 고민 끝에 완주 의지를 내보였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아직 자문사를 선정하지 않은 홈플러스까지 최종 입찰에 뛰어들 경우 할인점 1~3위 사이의 베팅 경쟁이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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