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금융 지원책' 봇물, 중소선사엔 그림의 떡? 수출입은행, 캠코 등 줄줄이..금리 높고 지원조건도 까다로워
김익환 기자공개 2012-03-05 17:34:39
이 기사는 2012년 03월 05일 1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책금융기관의 선박금융 지원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금 여건이 좋지 않은 중소선사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KAMCO)는 지난달 29일 한국자산관리공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고유회계(자본금)로 선박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선박펀드에 배정된 금액은 700억 원이다. 그간 캠코는 구조조정기금으로 선박펀드를 조성해 해운사를 지원했다. 하지만 구조조정기금에 대한 주가 재원 조성이 올해부터 중단되면서 선박금융 지원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공사법 개정안 통과로 캠코는 자본금을 활용해 선박펀드를 조성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 캠코·수출입銀·정책금융公, 선박금융 지원책 '봇물'
캠코를 비롯한 정책금융기관의 선박금융 지원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달 16일 해운사 지원을 위해 4억달러의 선박금융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박금융의 절반은 중소 및 중견 해운사에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정책금융공사도 해운사 지원에 팔을 걷어 붙였다. 자금 여건이 좋지 않은 중소선사 지원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놨다. 지난 1월 정책금융공사는 외환은행·부산은행·산은캐피탈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중소·중견 해운사 지원을 위한 선박금융 간접대출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일명 온렌딩(간접대출) 방식으로 정책금융공사가 조달한 외화를 지원 받은 은행이 심사를 통해 기업에 대출을 해준다. 지원한도는 최대 3억달러로 금융회사 별로 1억달러씩 배정된다.
정책금융기관의 선박금융이 잇따르는 것은 해운사의 자금 사정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5일 해운 시황의 시금석인 발틱운임지수(BDI)는 771로 지난해 평균치(1549)의 반 토막이 날만큼 시황이 가라앉았다. 시황 악화로 돈줄이 말라버린 국내 해운사들이 국내외 은행에 손을 벌렸지만 만만찮다. 국내 은행이 해운사의 높은 부채 비율을 이유로 대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2008년 때 선박금융을 집행했다가 손실을 본 금융회사들이 많다"며 "과거 부담도 있고 해운 시황도 좋지 않아 은행 선박금융부서가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 중소선사엔 "바늘구멍"
문제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까다로운 조건 탓에 중소선사가 선박금융 지원책의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유럽재정위기 영향으로 자금조달 시장 여건이 악화되면서 은행의 선박금융 금리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덩달아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정책금융기관의 선박금융 금리도 올라갔다.
우선 수출입은행의 선박금융 지원책은 중소선사가 받는 데에 걸림돌이 많다는 평가다. 대출 금리가 낮지 않고 대출을 받기까지 충족해야 할 요건도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수출입은행 선박대출 금리는 매출 5000억원인 해운사 기준으로 리보(Libor)에 400bp를 가산한 수준으로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장기계약이 돼 있는 선박을 선호하는 등 중소선사 입장에서 대출 받는 게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매출 5000억원, 국내 10위권 해운사에 대한 선박금융 금리는 리보에 350bp를 가산한 수준"이라며 "장기용선계약이 체결된 선박을 선호하지만 그런 선박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책금융공사의 온렌딩도 사정은 비슷하다. MOU를 맺은 외환은행·산은캐피탈·부산은행이 선박금융에 대한 리스크 탓에 중소선사에 대출을 집행하기를 꺼리고 있다. 정책금융공사는 자금만 지원할 뿐 일체의 리스크를 지지 않는다. 반면에 관련 선박금융 여신이 부실화하면 MOU를 맺은 금융회사가 대손상각비를 쌓는 등 책임을 전부 떠안아야 한다.
게다가 정책금융공사는 회사채 신용등급 기준으로 A급 이하인 중소선사에만 온렌딩을 지원토록 했다. 신용리스크를 감안할 때 시중은행은 대부분 A+이상의 해운사만 선별해 선박금융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그 간격 탓에 금융회사가 정책금융공사의 외자를 받아 놓고 실제로 집행하지 않을 여지도 크다는 게 해운업계의 분석이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정책금융공사가 금융회사의 지원을 할 때 최소 이윤을 얻고자 가산 금리를 붙일 것이고 은행도 수익을 내려고 추가로 가산 금리를 얹을 것"이라며 "두 번 가산 금리가 붙은 온렌딩 금리는 시중 금리와 비교할 때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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