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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낙찰금리, 무너진 AAA급 '넘사벽' [3.26~3.30]A급까지 AAA급 대우…갈수록 확산

황철 기자공개 2012-04-02 20:04:03

이 기사는 2012년 04월 02일 20: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붕괴되고 있다. 국가가 부도를 내지 않는 한 망하지 않는다는 AAA등급 기업은 여전히 희귀하지만 AAA급에서나 가능했던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은 널렸다.

최근에는 AA급 전체에서 이 같은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다. 심지어 A급 기업까지 최고신용등급 민평수익률에 근접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날 정도다.

◇ 수요예측 의무화 앞두고 입찰 시장 활기

지난주(3월26일~3월30일) 회사채 입찰시장은 우량 대기업 계열사의 잇따른 발행 타진으로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수요예측 의무화 앞두고 조달환경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기업들이 너도나도 채권시장으로 몰려 들었다.

삼성토탈, 현대제철, KT스카이라이프, 하이트진로 등 국내 굴지의 그룹 계열사들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조달 조건을 확정했다. 6개 시중은행이 공동출자해 만든 연합자산관리도 올해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지난주 입찰 시장 현황

입찰 결과는 경이로웠다. 최고 신용등급인 AAA 민평은 물론 은행채·특수채에 맞먹는 강세 발행이 이어졌다.

삼성토탈(AA)은 3년물 2000억원을 국고3년에 30bp를 가산한 수준에서 발행키로 했다. 3월30일 기준물 종가(3.55%)를 대입하면 3.85% 가량을 나타낼 전망이다. AAA 회사채 민평 3.91%보다 6bp 낮고 최우량 시중은행채(3.84%)와 흡사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하나같이 최고 대우를 받고 있다. 현대제철(AA0)은 5년, 7년 장기 조달에 나서 각각 4.12%, 4.31% 수준에서 발행조건을 확정했다. 5년물의 경우 AAA급 대비 7bp 높았지만 7년물은 12bp나 낮았다. 일반적으로 5년 이상 장기물에서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가 쉽지 않다. 잔존만기가 길수록 미래 불확실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제철의 7년물 금리는 AA급 강세 발행의 단적의 예로 꼽을 만하다.

연합자산관리(AA-) 역시 올해 첫 회사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1년6개월물 단기채권을 국고 1.5년에 16bp 가산한 수준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현재 기준물 시가평가금리는 3.49%. 이를 대입하면 3.65% 정도를 나타낼 전망이다. AAA급 민평 3.65%와 동일한 수준이다.

연합자산관리는 그동안 실제 신인도만큼 회사채 시장에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우량 시중은행이라는 배경이 있긴 하지만 부실채권관리라는 위험 업종을 영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강세 발행의 의미가 더욱 크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 KT스카이라이프·하이트진로, A급이 AAA급을 넘다니…

더욱 놀라운 것은 A+ 대기업 계열사의 회사채 입찰 결과다. A급에서도 최고 신용등급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는 기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A+)는 3년물 800억원을 국고3년에 34bp를 가산한 수준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AAA 민평 대비 2bp 낮다.

하이트진로 역시 국고 3년에 34bp, 국고5년 45bp 높은 수준에서 3년, 5년물 각각 1000억원씩을 발행키로 했다. 자기등급 민평보다 각각 36bp, 58bp나 금리를 줄였다. 3년물 금리는 KT스카이라이프와 마찬가지로 AAA 민평보다 2bp 낮다.

가장 큰 원인은 IB의 출혈경쟁에서 시작했다. 몇 주 전부터 LG화학, 현대오일뱅크,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이 AAA 등급보다 많게는 10bp 이상 낮게 발행을 성사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우량 대기업 계열사는 이같은 선례를 앞세워 유사한 수준의 발행스프레드 축소를 요구했다. IB들로서는 수수료 녹이기 등 출혈경쟁을 감수하고라도 자의반 타의반 인수에 나서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풍부한 시장 유동성(market liquidity)과 보험·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자금집행으로 회사채 투자 수요가 증가한 게 한 원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급격한 스프레드 축소를 시원하게 설명하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수요예측 이후 일정기간 발행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에 대비해 IB와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고 풀이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실적을 쌓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물량을 받아가기 위해 제살깎이식 출혈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투자자 역시 국채 절대수익률이 낮아지자 상대적으로 금리메리트가 있는 우량 회사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수수료녹이기 감안해 4% 언저리에서 금리를 형성하면 투자에 나서는 게 최근 분위기라는 전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수준의 저금리 낙찰은 일부 기업의 지나친 인하 요구와 증권사의 과당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조달금리가 신인도와 직결한다는 당연한 인식을 갖고 있어 타사 발행조건을 기준으로 금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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