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지면 '최악' 이겨도 '걱정' D램 신흥강자 등장, 경쟁구도 강화…하이닉스 인수, 기대반 우려반
황철 기자공개 2012-04-24 19:36:28
이 기사는 2012년 04월 24일 19: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세계 D램 '넘버 3'에 올라 있는 엘피다 인수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도시바의 2차 입찰을 포기로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레노버 등 한·중·미 기업의 삼파전으로 전개되고 있다.이중 SK하이닉스는 경쟁 입찰 참가자에 비해 엘피다 인수전에 따른 재무적·사업적 영향이 크다. 마이크론과 레노버는 각각 비메모리 부문, PC사업에도 강점을 갖고 있어 인수 실패에 따른 점유율 하락이나 사업환경 변화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엘피다와 동일하게 D램 분야 편중한 영업구조를 보이고 있다. 동종 사업을 영위하던 거대 경쟁사의 새주인이 누가되느냐에 따라 사업적·재무적 변화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SK하이닉스가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파산 기업 결합에 따른 신용위험 전이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
◇ 마이크론, 엘피다 시너지 '위협적'
가장 위협적인 시나리오는 메모리·비메모리 분야에서 균형 잡힌 영업을 펼치고 있는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하는 경우다. M&A에 성공하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D램 공급능력과 공정운용 노하우를 보완하게 된다. 마이크론으로서는 시장점유율뿐 아니라 기술력 측면에서도 SK하이닉스를 빠르게 추격할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마이크론은 D램, 낸드플래쉬, 비메모리 등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일정수준 이상의 제품설계능력을 쌓아 두었다. 과거 엘피다에게 가장 필요했던 부문이다.
최영록 NICE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마이크론이 엘피다와 별개로 존재할 때는 D램 분야에서 하이닉스와 상당한 경쟁력 격차를 보여 왔다"며 "하지만 두 회사가 합쳐지면 마이크론은 제품설계능력을, 엘피다는 D램 생산기반과 공정운영경험을 상호 제공해 약점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레노버가 엘피다를 인수할 경우에도 마이크론만큼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부정적 경쟁환경을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레노버는 노트북·데스크탑 등 PC 시장에서 인텍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물론 PC용 D램의 중요도가 낮아지고 있어 엘피다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레노버가 최근 개시한 태블릿PC사업이 성장할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엘피다의 모바일 D램 공급능력이 부각하면 SK하이닉스의 D램 경쟁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 SK하이닉스 인수, 사업적 측면 긍·부정적 효과 '팽팽'
SK하이닉스가 직접 엘피다의 주인자리를 꿰차면 이같은 경쟁강도 증가에 따른 우려는 불식할 수 있다. 나아가 D램 2, 3위 기업의 결합으로 절대강자였던 삼성전자를 압박하며 시장지배력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 특히 취약했던 일본지역을 거래기반으로 추가해 일본계 IT기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도 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일본지역 매출비중은 10%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 연구위원은 "엘피다와 SK하이닉스의 D램 공급능력은 공동 2위권으로 하나로 합쳐질 경우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올라간다"며 "이는 모바일 D램을 주축으로 한 Non-PC용 D램의 기술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엘피다가 보유한 글로벌 시장 내 영업망을 공유함으로써 하이닉스 마케팅 능력도 이전 대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고 사업적 측면에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엘피다가 D램 부문의 경쟁력 열세로 파산한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K하이닉스가 엘피다를 정상화해 공급능력이 감산 전 수준으로 회복한다면 그만큼 시장에 풀리는 물량 많아진다. 이에 따른 수급 악화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D램 업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D램 가격이 급락할 경우 엘피다는 원가경쟁력 저하와 함께 수익성이 또다시 떨어질 수 있다. 엘피다의 실적 부진은 SK하이닉스측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 내부적으로도 전체 매출 비중의 70%에 달하는 D램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는데 따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사업포트폴리오의 편중성이 상승할 경우 업황부진에 대응하는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최 연구위원은 "엘피다 인수로 SK하이닉스의 시장지위가 상승하겠지만 시장 수급 악화, 업황 저하, 사업위험 전이 가능성 등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다"며 "이는 다른 업체가 인수할 경우에도 동일하게 직면할 수 있는 문제로 업황변동 특성과 사업경쟁력 악화기업(엘피다) 인수에 수반하는 잠재리스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 엘피다 인수, 상환 부담 증가
SK하이닉스의 엘피다 인수로 인한 재무적 부담을 추정하는 것은 아직 섣부른 감이 있다. 실제 재무상태 변화는 엘피다 채권단의 채무 탕감 수준에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양사 재무상태를 단순 합산할 경우 자산규모는 결합전 17.2조에서 28.6조원으로 65.9% 증가한다. 총 부채는 9.4조원에서 16.5조원으로 76.4% 늘고 총차입금·순차입금도 각각 85.1%, 88.1% 급증하게 된다. 수치만으로 보면 차입규모 등 상환부담이 상당폭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재무안정성 비율로만 따지면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크지 않다. 양사합산 부채비율은 SK하이닉스 단독 기준 118.9%에서 136.8%로 17.9%P 높아진다. 총차입금과 순차입금의존도 역시 각각 4.5%P, 3.8%P 늘어나는 데 그쳤다.
NICE신용평가는 엘피다 인수 후에도 SK하이닉스의 개별 재무지표를 유지할 수 있으려면 △부채비율 1조원 △총차입금의존도 1.3조원 △순차입금의존도 1.1조원 △단기성차입비중 1.6조원의 부채탕감이 이뤄져야 한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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