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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만원에 사들인 우리사주 840억 매물 향방은 유진, 임직원 달래려 보호예수 해제 이후에도 이자 대납 약속

박준식 기자공개 2012-05-02 18:53:59

이 기사는 2012년 05월 02일 18: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마트 경영권 지분 매각에서 임직원들이 보유한 우리사주조합 보유분의 향방이 거래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얻고 있다. 유진기업은 이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책임지기로 하고 선종구 회장 해임 이후 하이마트 임직원들의 반발을 억누르고 있는 상태다.

2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하이마트 대주주인 유진기업과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선종구 회장의 해임을 전후로 하이마트 임직원들이 요구하는 우리사주조합 보유분(140여 만주, 840억 원 규모) 이자대납 등에 관한 요구를 일단 수용해 분위기를 일신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선종구 전 회장이 경영권을 잃은 상황에서 하이마트 임직원들은 대주주인 유진기업과 유경선 회장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유진이 선 회장을 밀어내고 매각을 보류한 채 자신들의 이해에 의해서만 하이마트 경영을 이끌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유진은 이에 대해 오는 6월 말까지 하이마트 매각을 재추진하고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선종구 회장과 행동을 같이하던 하이마트 임직원들의 반발은 일단 누그러진 것처럼 보이지만 갈등은 여전히 불씨를 남겨놓고 있다. 남은 현안은 임직원들의 이해와 직결되는 우리사주조합 보유분의 처분과 관계가 있다.

지난해 선종구 회장은 하이마트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노고를 보상하기 위해 주당 5만9000원에 약 140만 여주 규모의 우리사주를 배분했다. 이 물량은 근속연수가 1년 이상인 임직원 약 2500명에게 차등적으로 나눠졌다. 1인당 평균 3360만 원을 들여 주식을 받았고 대부분의 직원이 회사가 알선한 주식담보 대출자금을 받아 이를 사들였다. 일부 임원은 매입가 2억 원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선종구 회장은 유진기업과 협의해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을 취득하는데 필요한 자금의 차입 이자를 회사를 통해 대납해 왔다. 이 물량을 IPO 이후 1년간 보호예수 조치하고 그 기간 동안 직원들의 이자를 회사가 대신 납부해준 것이다.

하이마트 주가추이
↑ 하이마트 기업공개 이후 주가추이 (ⓒ한국투자증권)

하이마트 임직원들은 지난 10개월 여 개인적 부담 없이 각자 지분을 보유하며 차익실현을 꿈꿔왔다. 주당 5만9000원에 받은 주식의 가격은 지난해 11월 중순 한 때 주당 9만5000원까지 상승하며 부푼 꿈을 안겼다. 그러나 이 주식의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벌어진 경영권 분쟁과 최근의 검찰 조사, 그리고 상장폐지까지 연이은 악재로 5만 원대로 추락했다.

임직원들은 올 초 유진과 선 회장, 사모펀드 H&Q AP 등이 경영권 지분 매각을 결의하자 자신들의 보유분을 매각 지분에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주장은 제도상의 문제로 좌절됐다. 현행 증권법규상 복수의 우리사주 매각자들이 거래에 포함될 경우 잠재인수자들의 공개매수 이슈가 발생해 매각 거래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하이마트 임직원들은 경영권 지분 매각이 결의된 이후 주가가 7만 원 이상으로 반등하자 일단 우려를 더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선종구 회장 일가에 대한 검찰의 비리혐의 수사가 개시되고 주가가 다시 한 번 급락해 최근 자신들의 매입가 이하로 가격이 떨어지자 이에 관한 단체행동 의지를 엿보이고 있다. 관련된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파업이나 집단 사직 등을 통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이른바 '정신적 지주'로 여겨졌던 선종구 회장이 경영에서 배제되자 동요는 거세졌다.

유진은 급한 대로 선 회장 해임에 관한 이사회에 앞서 하이마트 임직원 지분에 관한 이자대납을 오는 6월 말 보호예수가 끝난 이후에도 보장하기로 했다. 이어 같은 기간 내 하이마트 매각을 완료하고 그 이후 우리사주 보유분의 직·간접적 처분을 돕기로 했다. 하지만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 이후 회사의 경영상태가 악화되고 지난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 아래로 급락해 유진이 당초 기대했던 매각 흥행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장래의 불안이다.

유진은 하이마트 임직원들을 달래느라 가능한 최대한도의 선심성 공약을 내놓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일정 가격 이하의 경영권 지분 매각은 하이마트 인수 과정에서 무리하게 차입을 이끈 유진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 때문에 유진이 우리사주 보유분까지 책임질 여유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에 설득력이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하이마트) 임직원들은 보호예수가 풀리는 6월 이후 주가 상황에 따라 보유 지분을 개별적으로 처분할 수 있다"며 "이 물량이 주가는 물론 경영권 매각의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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