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신세계, 전자랜드 인수 추진…하이마트 포기? 라이벌 롯데에 반격…적자 사업이지만 전국 100개 점포 눈독

박준식 기자공개 2012-05-07 08:55:10

이 기사는 2012년 05월 07일 08: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 그룹이 전자랜드 인수전에 전격 나섰다. 라이벌 롯데그룹이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둘 중 하나를 인수해 할인점 채널에 전자제품 양판사업을 더하려는 계획을 세우자 이를 적극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6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주말 전자랜드 매각 자문사인 삼정KPMG에 이번 거래와 관련한 인수 의지를 표명하고 거래 희망 가격 등이 포함된 일정 패키지 조건을 전제로 배타적 협상 권한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 관계자는 "신세계가 기존 몇몇 잠재 인수 후보가 관심을 보이던 전자랜드 경영권 인수 거래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나타냈다"며 "아직까지 인수 자문사를 선정하지 않았고 실무진의 검토만으로 매각 측과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일정 가격 수준에서 경쟁사의 견제 없이 배타적 협상을 원한다는 진지한 의사 표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전자제품 양판사업과 관련한 라이벌 롯데의 행보를 면밀히 주시해 왔다. 롯데가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 내에 롯데마트라는 브랜드로 할인점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자사의 이마트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사업적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 시장동향을 적극적으로 살핀 것이다. 롯데는 최근 롯데마트 내에 '디지털파크'라는 브랜드로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의 전자제품 판매업을 시작했다.

신세계는 할인점 사업에서 롯데에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백화점이나 해외 사업 등에선 열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지난 2010년 이후 편의점 사업체 바이더웨이와 백화점급 유통망 GS스퀘어&마트, 기업형 수퍼마켓체인 CS유통 등을 잇따라 사들이자 신경을 곤두세우며 시장 수성에 나섰다.

신세계의 차세대 오너 경영인으로 꼽히는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2010년 롯데가 GS스퀘어·마트를 사들이자 실무진에 명확한 책임을 물었다. 이후 허인철 사장 등과 함께 지난해 이랜드그룹으로부터 롯데를 제치고 킴스클럽 마트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신세계는 내부적으로 유통업 M&A 경쟁에서 롯데에 뒤지는 걸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다.

신세계는 올 초부터 시작된 하이마트 경영권 지분 인수전에 롯데가 뛰어들자 위기감을 느끼고 동시에 인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롯데가 하이마트를 인수하면 관련 전자제품 양판 분야에서 독보적 1위가 되고 자신들은 문제를 개선할 기회를 잃을 것이라고 판단해 라이벌 견제 차원에서 M&A를 검토한 것이다. 롯데와 할인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홈플러스도 신세계와 같은 구도에서 거래에 참여해 왔다.

신세계는 그러나 이번 전자랜드 인수를 준비하면서 전자제품 양판업 M&A에 관한 내부적 입장을 한 단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라이벌을 의식해 인수 후 통합(PMI) 리스크가 큰 조 단위 M&A를 하기 보다는 비슷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가격이 훨씬 싼 매물을 거둬들여 점진적인 투자를 통해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신세계의 변심에는 하이마트 전 경영진이었던 선종구 회장 일가에 대한 검찰 조사와 내부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이 주요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관측된다. 현 시점에서 회계 장부를 확실히 믿을 수 없는 대상을 무턱대고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전자랜드의 인수 가격이 하이마트에 비해 훨씬 저렴한 것도 전략 수정의 다른 이유로 꼽힌다. 당초 3000억 원대로 알려졌던 전자랜드 100% 지분 가격은 실제 경영상태 악화로 인해 최근 2000억 원대 안팎이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자랜드는 지난해 5349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약 5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2010년 63억 원에 비해서는 적자폭이 줄었지만 아직까지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는 경영 상태가 부실하지만 전국에 100개가량의 점포를 판매망을 가진 전자랜드를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해 키우는 복안을 세웠다. 300여 개 점포를 보유한 하이마트 65%의 가격이 1조 원대 중반인 것에 비해 신세계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다. 이 거래에서는 신세계의 약진이 시작된 가운데 롯데와 홈플러스, SK네트웍스 등의 반격이 예상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