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수요예측, 처음부터 각양각색 한국캐피탈·AJ렌터카·STX 결과 엇갈려…사전매출 의심, 미매각 발생 등
서세미 기자공개 2012-05-07 18:18:20
이 기사는 2012년 05월 07일 1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회사채시장에 수요예측이 본격 시행됐다. 지난 주 한국캐피탈이 첫 테이프를 끊은데 이어 STX·AJ렌터카가 나란히 대표주관사가 주관한 수요예측을 통해 회사채 발행금리와 규모를 확정했다.어느 정도 예상이 됐지만 회사채 발행절차가 정상화되면 사전매출 수수료녹이기 등 기존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일거에 해소될 것이란 기대는 빗나갔다. 발행기업의 영향력이 축소되면서 채권 금리가 일정 수준 상승할 것이란 우려도 현실화되지 않았다.
◇ 한국캐피탈, 금리밴드 하단에서 발행 성공
한국캐피탈(A-, 안정적)은 지난 3일 700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북빌딩(book-building)을 통해 무사히 발행했다. 200억원 규모 1.5년물의 발행금리는 4.7%, 500억원 상당 2년물은 4.9%로 각각 희망 금리밴드인 4.7%~4.8%, 4.8~4.9% 안에 들어왔다.
대표주관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 담당자는 "첫 수요예측인 만큼 부담도 컸고 주변에서도 우려가 컸지만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한국캐피탈이라는 기업에 대한 확신과 적합한 인수단 구성이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캐피탈 관계자는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시장과의 거리가 좁혀지면서 투자자에게 소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라며 "대표주관사 선정시 한국캐피탈을 잘 이해하고 왕래도 잦은 증권사들을 위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발행사가 사실상 일방적으로 발행금리를 결정했지만 이제는 투자자의 역할이 커지면서 회사의 투자가치를 잘 부각시킬 수 있는 대표주관사 선정이 성공적인 회사채발행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주관단과 발행사는 투자자 모집이 예정 발행금액을 웃돌았다(over-booking)고 밝혔지만 청약률이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사전 확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매각을 방지하기 위해 `친한'일부 기관들만을 대상으로 사전에 투자를 약속받고 수요예측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주관사는 "정부가 수요예측을 도입한 의도가 사전매출 등의 잘못된 관행을 없애자는 취지인데 그럴 리가 있느냐"며 펄쩍 뛰었다. 청약률이나 배정과정이 비공개인 이상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의심을 완전히 불식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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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 폭발한 AJ렌터카, 배정기준은 무엇?
역시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은 AJ렌터카(BBB+, 긍정적)의 발행금리는 희망 금리밴드를 밑돌았다. 4일 끝난 수요예측에 예상보다 투자자들이 많이 몰린 덕에 4.9~5%를 희망금리로 제시한 2년물은 4.86%에서, 3년물은 5.1~5.2% 금리밴드보다 10bp 낮은 5%에 발행된다.
예상보다 많은 투자자가 모집되면서 배정을 놓고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상당한 진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요예측 당일 배정을 하지 못하고 주말을 지내고 7일 오전에야 금리-물량-시간의 순서로 배정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AJ렌터카에 대해서는 유효수요와 배정의 기준이 뒷담화의 대상이다. 발행금리가 희망금리 밴드를 밑돌 정도라면 상당한 물량을 낮은 금리에 제시한 투자자가 있었다는 얘기인데, 유효수요를 어떻게 규정했을 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인수단이 모집해 온 투자자 중에 탈락자가 발생하게 돼 배정이 늦어진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다.
◇ STX, 대규모 미매각 물량 발생…짜여진 각본?
반면 AJ렌터카와 같은 날(4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STX(A-, 부정적)는 2년물 수요예측에서 600억원 중 절반 이상이 미매각됐다. A급 기업이지만 신용이슈가 불거진 STX그룹의 지주회사로 기관 수요가 부족한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발행사도 미매각을 기꺼이 감수할 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발행금리를 높이면 더 많은 수요를 이끌어 낼 수 있었을텐데, 발행금리는 희망 밴드인 6.6~7.1%의 중간 수준인 6.90%에서 결정됐다. 지난 4일 기준 2년물 민평금리가 7.07%인 점을 감안하면 제시된 희망금리부터가 공격적이라라는 평가다.
이로 인해 대표주관사인 KB투자증권(300억원)은 물론 동양증권(150억원)과 대우증권(150억원)은 인수 비율에 따라 미매각 물량을 떠안게 된다. 그러나 리테일용으로 판매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반응이다.
시장 관계자는 "제도 도입 초반부터 수요예측의 다양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사례가 나타날 것이며 이에 따른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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