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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측 뚫고갈까 돌아갈까"…대기업들의 다른 선택 한진해운은 공모채, 현대상선은 CP, SK하이닉스는 사모채

임정수 기자공개 2012-05-15 19:51:51

이 기사는 2012년 05월 15일 19: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수요예측 의무화 이후 한 달이 지나면서 대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을 재개했다. 주로 당장 돈이 급하다고 알려진 대기업들이 먼저 움직였다.

수요예측을 대하는 대기업들의 태도는 달랐다. 투자자모집 등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면 돌파를 감행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장기 기업어음(CP)이나 사모사채 발행 등 제도의 뒷편으로 숨는 곳들도 눈에 띈다.

◇ 한진해운은 공모사채, 현대상선은 장기 CP

사정이 어려운 대표적인 업종인 해운업의 쌍두마차,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수요예측 실시 전후로 서로 다른 자금조달 루트를 선택했다. 한진해운은 공모 회사채를 발행키로 한 반면 현대상선은 장기 CP 발행으로 우회했다.

한진해운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차환을 위해 2500억~3000억원 어치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 18일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3000억원을 차환하기 위해서다. 오는 7월에는 8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대기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최근 차입금 증가와 실적 부진으로 유동성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총 차입금은 지난 해 1조800억원 늘어나 2011년 말 현재 7조원을 넘어섰다. 부채비율도 400%에 육박했다. 해운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올해 1분기에 22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총체적인 난국에 처했다. 이대로 가면 연간 영업손실이 1조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가 더욱 시급해진 상황.

한진해운이 이 같은 재무부담과 수요예측에 대한 불확실성에도 공모 회사채 발행을 선택한 것은 회사채 시장의 넘치는 유동성을 기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과 같은 고위험 업종은 수요예측에서 미매각 물량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면서 "공모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이 워낙 좋기 때문에 다소 발행금리가 올라가더라도 회사채 소화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진해운과 달리 현대상선은 만기 2~3년의 장기 기업어음(CP)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1개월 사이 2000억원의 CP를 발행해, CP잔액이 6500억원에 육박했다.

현대상선은 신조선 투자와 반얀트리호텔 인수 등에 자금 소요가 많은 상황이다. 실적도 적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2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회사채와 CP를 불문하고 있는대로 자금을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올해 2월 22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지난 3월에는 2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 3월에는 우선주 매각을 통해 500억원 규모의 현금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대상선이 최근 회사채 발행을 주저하는 것은 제도 변화에 대한 부담으로 해석된다. 증권사 DCM팀 관계자는 "기업실사에 대한 부담과 수요예측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수하기 보다는 금리부담을 지고라도 자금모집이 확실한 CP 발행을 선택한 것 같다"면서 "바뀐 시장 상황에 적응되면 회사채 발행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SK하이닉스, 공모 대신 사모 발행으로…수요예측 부담없는 SK, 2500억원 발행

최근 회사채 시장의 투자수요를 감안했을 때 SK하이닉스가 공모채 발행을 하기로 했다면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상 최장기물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SK그룹으로 피인수 이후 첫 발행에 대한 부담이었는지 사모발행을 택했다.

SK하이닉스는 만기 7년에 5000억원 규모의 장기·대규모 사모채를 발행한다. 조달한 자금은 공모채 차환과 시설투자,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된다.

발행금리는 개별민평보다 다소 높은 5.40%로 결정됐다. 최근 회사채가 민평금리보다 대부분 낮게 발행되는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평가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채 만기가 도래하면 보통 공모채를 발행해 차환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대규모 자금조달이 시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달금리를 낮출 기회를 버리고 사모 발행을 선택한 것은 기업실사와 수요예측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수요예측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SK는 차환용 회사채 2500억원을 공모로 발행한다. 3년 만기 500억원과 5년 만기 2000억원이다. 대표주관을 맡은 신한금융투자는 국고3년물과 5년물 금리에 각각 29~36bp, 29~35bp를 더한 수준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증권사 DCM팀 관계자는 "SK의 경우 수요예측이나 기업실사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어서 회사채 소화는 물론이고, 차환을 통해 이자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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