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금호 재무약정 재체결 논란, 이중규제 가능성 2009년 체결한 재무약정 기한 만료, 그동안 워크아웃 등 전면 구조조정 실시

문병선 기자공개 2012-05-17 14:44:37

이 기사는 2012년 05월 17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3년전 재무구조개선약정(이하 재무약정)을 체결했고 이 기한이 올해 5월로 만료된다. 그런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과거와 영 달라져 리뉴얼(연장)의 타당성에 대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 회사는 워크아웃으로 넘어갔고, 일부는 자율협약 형태로 채권단 공동관리가 진행되는데 굳이 예방 성격의 재무약정을 다시 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 각 계열사의 대표이사 날인을 받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34개 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 결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연장 대상에 포함됐고, 5월 말까지 연장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일부 기업간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측은 일단 물밑 대화에 나섰으나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후문이다.

◇사실상 의미 상실한 재무약정, 굳이 왜 체결하나

먼저 금호아시아나그룹 내 상당수 임직원은 '왜 재무약정을 체결해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혼란스러워한다. 2009년 7월 최초 재무약정을 체결했다가 사전적 구조조정에 실패하고, 이듬해 초 워크아웃을 포함한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는데, 이제와서 또 다시 재무약정 이슈를 실무적으로 처리해야 하니 혼란스러운 것이다.

그룹 한 직원은 "사실 회사의 구조조정이 재무약정에 의해 이뤄졌는지, 협약 또는 워크아웃으로 이뤄졌는지 명확한 의미의 구분을 몰랐다"며 "한참 전에 구조조정에 들어갔는데 재무약정을 또 체결한다고 하니 그 의미가 중복되는 듯 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재무약정 제도는 '선제적 구조조정'을 목표로 한 집단 구조조정의 방식이다. 1999년 이헌재 전 금감위원장이 '영국식' 기업 구조조정 방식을 원용해 도입했다.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대기업그룹(주채무계열)'이 위기로 흔들리기 전에 그 징후를 포착해 재무구조를 안정화시키자는 취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이미 위기로 그룹이 크게 흔들렸고 '선제적 구조조정' 작업은 무위로 끝났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에 돌입했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유화학은 자율협약 형태의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매각됐다. 재무약정 제도는 '사전적' 구조조정 제도의 한 방편인 반면 워크아웃 등의 제도는 '사후적' 구조조정의 방식이다. 사전 예방이 실패해 사후 처리가 진행 중인 기업이 다시 '사전적' 구조조정 규제를 받으라는 게 의미의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다.

재무약정을 체결한 타그룹의 사례를 봐도 소속 기업체가 워크아웃에 돌입한 기업은 전무하다. 성동조선해양그룹, 동부그룹, 한진그룹, 대한전선그룹 등이다.

◇은행권, 정해진 절차대로

물론 워크아웃 등 다른 구조조정 방식과 재무약정제도가 중복되면 안된다는 규정은 없다. 구조조정은 선택의 문제인 까닭이다. 그 선택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이 주도적인 집도의였다. 만일 일부 소속 기업체가 워크아웃 등 다른 구조조정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더라도 주채권은행이 해당 기업집단의 재무약정 필요성을 인정하면 이에 따르는게 일반적이고 관례다.

이는 근거를 갖고 있다. 재무약정 체결 프로세스는 은행도 어쩌지 못하는 정해진 규정이 있다. 은행업감독규정에는 금융권 총 신용공여액의 0.1% 이상인 기업집단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토록 하고 있고 매년 주채권은행이 주채무계열의 재무구조를 평가해 이상 징후가 있는 계열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토록 하고 있다.

이 프로세스에 따라 금호아시아나도 올해 감독당국이 선정한 34개 주채무계열 가운데 13번째로 신용공여액이 많은 계열로 선정됐다. 그리고 금호아시아나는 4월부터 실시된 34개 주채무계열에 대한 은행권의 재무구조 평가를 받았고 약정 연장 대상에 포함됐을 뿐이다.

다만 은행업감독규정 제79조는 '주채무계열 소속기업체중 자산규모, 당해 계열기업군내에서의 영향력 등 실질적인 지위를 참작하여 감독원장이 정하는 기업체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당해 계열기업군은 주채무계열로 선정하지 아니하거나 주채무계열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넣고 있다.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는 워크아웃, 법정관리, 구조조정 관련 협약 등이다. 예외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뜻이고 이는 역으로 일단 해당 주채무계열은 주채권은행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계열분리 진행 중인 금호석유화학의 특수성과 예외성도 문제

논란거리는 또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특수성 인정 여부다. '여신의 개별성'에 관한 논란은 과거에도 제기됐던 문제다. 여신은 해당 기업과 은행의 관계인 데도 소속 그룹의 재무구조가 나쁘다고 우량한 계열사가 은행 여신을 받을 수 없다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주요기업별 부채비율
분리 경영 중인 금호석유화학그룹의 경우 연결(금호폴리켐,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피앤비화학, 금호항만운영 포함) 부채비율은 202%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주요 계열사의 단순 합산 부채비율이 지난해말 기준 50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양호하다.

계열분리 작업을 추진 중인데다가 채무 보증이나 상호 거래를 통한 부실 전이 가능성이 없는 금호석유화학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한꺼번에 묶어 재무약정을 체결하는 일이 과연 형평에 맞느냐가 논점이다.

은행권은 일단 이런 특수성 인정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계열분리 작업 중이라하더라도, 또 계열 제외와 관련해 금호석유화학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더라도 현재 시점에서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소속 계열사"라며 "정해진 룰에 따라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기업에 대한 예외 인정이 선례로 남게 되면 제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예외 인정 사례도 없지 않다. STX그룹은 2조5000억원의 유동성 확보 계획을 산업은행에 제출하고 재무약정 체결 없이 구조개선을 이루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협의 중이다. 2010년 9월 현대그룹의 재무약정 관련 가처분 소송 판결에서 법원은 "은행업 감독규정 등은 금융기관이 기업의 재무구조개선을 유도하도록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할 수 있게 하지만, 경영이 악화됐을 때 어떤 식으로 이를 극복할지는 원칙적으로 기업이 자유롭게 결정할 사항"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부 그룹의 경우 재무약정 체결 시한을 늦춰달라고 요구했고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진 전례도 있다. 기한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똑같은 사례들은 아니지만 얼마든지 주채권은행과 협의 하에 별도의 특수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