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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한 비즈니스', 돈독했던 CJ-우본 이상기류 CJ대한통운, 우본의 128년 아성 '우편물 배송사업' 진출

정준화 기자공개 2012-05-23 16:23:48

이 기사는 2012년 05월 23일 16: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어제의 적도, 오늘의 친구도 없는 걸까. 대한통운 인수를 계기로 돈독하게 맺어졌던 CJ그룹과 우정사업본부와의 우호적인 관계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CJ그룹이 인수한 대한통운이 우정사업본부가 도맡아 진행하던 우편물 택배 시장에 '민간업체' 첫 번째 주자로 뛰어들면서다. 우본은 CJ그룹의 대한통운 인수에 적지않은 도움을 준 곳이다. 건전한 시장 경쟁으로 볼 수도 있으나,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된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대한통운은 지난 22일 우편물 전문 배송서비스인 '원메일(Onemail)'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우편물 배송 서비스는 지난 1884년 설립 이래 우정사업본부(당시 우정총국)가 128년간 독식해 오던 사업이다.

지난 해 12월 우편법 일부가 개정되면서 우편물 택배 사업에 민간 사업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자 CJ그룹이 대한통운을 내세워 가장 먼저 뛰어든 것이다.

대한통운에 따르면 연간 발송되는 우편물은 48억5000만개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조8614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민간 사업자는 350g 이상인 우편물만 배송 서비스를 할 수 있으며 이 물량은 약 3371억원이다. 대한통운 입장에서 보자면 놓치기 아까운 시장인 셈이다.

대한통운은 3371억원 규모의 시장을 먼저 선점해 파이를 최대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반대로 우정사업본부 입장에서는 수익의 상당부분을 민간업체에게 빼앗길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이렇게 경쟁자가 된 양측은 불과 얼마전만해도 돈독한 친분관계를 과시하던 사이여서 의아함이 제기된다. 우정사업본부는 CJ가 대한통운을 인수할 당시 태그얼롱(tag-along)을 행사하지 않아 CJ그룹의 인수자금 부담을 줄이는데 도움을 준 바 있다. 태그얼롱이란 1대 주주가 보유 지분을 매각할 때 2, 3대 주주가 1대 주주와 동일한 가격으로 팔아달라고 1대 주주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대한통운 2대주주였던 우정사업본부가 태그얼롱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CJ그룹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이로 인해 CJ그룹과 우정사업본부와의 우호관계는 자연스레 형성됐다.

CJ그룹은 그 답례였는지, CJ제일제당의 교환사채(EB) 발행 과정에서 우본의 투자수익률을 높여주는 딜을 추진했다. 당시 CJ제일제당은 회사채 이자율보다 2%포인트 가량 높은 이자율에 만기가 3년인 교환사채 1668억원어치를 발행했고, 우정사업본부가 이를 모두 인수했다. CJ제일제당 입장에서 굳이 금리가 높은 EB를 발행한 것은 우정사업본부가 태그얼롱을 행사하지 않은 데 대한 답례 차원으로 알려졌다.

이랬던 양측이 불과 수개월만에 우편물 배송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면서 양측의 우호 관계에 변화가 오는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 입장에서는 늘 수익을 내던 사업의 일정 부분을 빼앗길 수 있는만큼 대한통운의 우편물 택배 사업 진출이 달갑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대한통운의 우편물 배송 사업 진출에 대해 "시장 규모가 3000억원대라고는 하지만 대한통운이 이 시장을 다 차지하는 것도 아닐 것"이라며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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