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KT렌탈 대박 비결 '페어밸류 풋옵션' 보장수익률 대신 시장 적정가 측정권 설정…2년 투자 ROE 102%
박준식 기자공개 2012-05-31 09:30:00
이 기사는 2012년 05월 31일 09: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투자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신개념 금융기법인 '페어 밸류 풋옵션(fair value put option, 시장 적정가 매도 권리)'을 활용해 KT렌탈 투자 원금을 2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회수하는데 성공했다.MBK는 지난 2010년 3월 KT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렌터카 업계 1위 업체인 '금호렌터카' 매각 입찰에서 3000억 원을 제시하고 우선협상자가 됐다. 이후 정밀실사 과정에서 할인요인을 잡아 110억 원을 깎았고, 사후정산을 통해 추가 부실 등을 근거로 290억 원을 더 인하해 총 2600억 원(지분 100%)에 인수를 마무리했다.
MBK는 공동 인수자인 KT와 주주 간 계약(shareholder's agreement)을 맺고 추후 투자금 회수를 위한 출구전략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이른바 페어 밸류 풋옵션이다.
당초 MBK는 금호렌터카를 두고 KT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입찰 전 양사가 전격적으로 컨소시엄을 맺었고 경쟁을 벌였을 경우 지출해야 할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컨소시엄 전략으로 양사가 단기적인 지출을 줄였지만 영구적인 실익은 KT에 있었다. 컨소시엄이 아니었다면 타깃을 뺏길 수도 있었고, 인수 기업을 추후 다시 팔지 않는 이상 싸게 산 실익은 모두 영구보유자인 KT에 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KT는 타깃을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3~5년 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사모펀드 MBK에는 실익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줘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풋옵션이다. M&A에서 전략적 투자자가 공동으로 인수금을 댄 재무적 투자자에 추후 회사 성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 원금에 수익률을 보장해 공동 인수지분을 되사주는 것이다.
그러나 KT가 금호렌터카를 인수한 시기는 금융당국이 기업들의 과도한 풋옵션 남발을 자제시키던 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공동 재무 투자자들에게 연 9% 수준의 3년짜리 풋옵션을 보장했다가 2009년 이후 이를 되사주지 못해 그룹이 해체되던 와중이었다. 당국은 풋옵션이 원인이 된 재벌해체와 경제위기 상황을 근거로 이런 사례를 단속하겠다고 구두 엄포를 놓고 있었고 금호렌터카는 그런 맥락에서 나온 매물이기도 했다.
풋옵션을 요구하던 재무적 투자자에 곤혹스러움을 느끼던 KT는 MBK가 고리의 수익률이 아닌 페어 밸류라는 조건을 제시하자 이를 문제해결의 열쇠로 채택했다. 시장 적정가라는 개념은 회사의 성장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고액 수익률 보장이라는 논란을 비껴갈 수 있는 솔루션으로 적합했다. 시장가라는 개념은 자칫 측정이 애매할 수도 있지만 양사는 추후 공동으로 객관적인 기업 가치평가를 할 수 있는 제 3의 기관을 선정해 적정가를 계산하기로 하고 이를 계약에 삽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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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영이 시작되고 2년이 지나 풋옵션 행사 시한이 가까워지자 KT와 MBK는 올 초부터 출구전략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 논의가 3년으로 예상했던 공동경영 기간보다 다소 일찍 시작된 이유는 KT렌탈(금호렌터카가 유사업태의 기존 KT 자회사 KT렌탈과 합병, 2010년 4월)의 경영상황이 그룹에 소속된 이후 급격히 회복되면서 두 주체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금호렌터카는 KT에 인수된 해인 2010년 말까지는 적자(당시 KT렌탈의 렌터카 사업부)를 면하지 못했지만 지난해에는 실적이 대폭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금호렌터카를 인수한 이후 렌터카와 오토리스 사업 등을 분리해 이전 사업부 전체의 개선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KT렌탈 전체의 실적 개선을 통해 이를 유추할 수 있다.
KT렌탈은 금호렌터카 합병 전인 2009년까지는 연간 영업이익이 96억 원 수준이었지만 합병 첫 해인 2010년 477억 원으로 이익이 4배 이상 늘었고, 2011년에는 이 수치가 전년의 2배에 가까운 819억 원까지 상승했다. 자금을 조달해 상품을 구입하고 렌탈 비즈니스로 생기는 중개 차익을 올리는 본업의 특성이 KT의 높은 신용등급과 어울려 사업 시너지를 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KT 입장에서는 MBK를 하루빨리 내보내고 단독 경영을 영위하는 게 나은 선택이었다. MBK도 예상보다 빨리 시너지가 실현됐을 때 높은 연간 수익률을 시현하며 수익을 거두는 방안을 선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해가 일치된 상황에서 일단 양사의 공동경영 해소전략 초점은 기업공개(IPO)에 맞춰졌다. KT는 IPO로 MBK 보유 지분을 구주 매출해야 유보금 지출 없이 단독 경영을 이룰 수 있었다. MBK도 공모가 책정에 따라 예상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IPO 프로세스를 시험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올 상반기 주식시장의 침체 상황이 문제였다. IPO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관사 선정을 원하는 증권사들이 공모가 예상치를 제시했지만 MBK의 기대를 맞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IPO를 밀어붙여 단독경영을 원하는 KT와 시장 회복이후 거래를 재개하고 보다나은 차익을 원하는 MBK의 이해가 충돌하면서 잡음이 불거진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동안 지속됐던 불협화음은 지난 25일경 전격적으로 합의점이 도출되며 마무리됐다. KT가 우리투자증권 등 기존 IPO 주관사 후보들이 제시했던 공모가 범위 최상단 가격에 MBK 보유분을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 과정에는 양사가 맺었던 페어 밸류 풋옵션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주관사들이 제시한 공모가 범위는 적정 기업가치 평가 범위를 시장상황을 고려해 객관적으로 측정한 것으로 간주됐고 양사는 합의에 따라 이를 준거지표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사유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KT가 공모가 범위 중에서도 자신들에는 불리한 최상단 가격을 왜 실제 거래가격으로 삼았냐는 것이다. 이 의문의 사유는 당초 KT와 MBK가 금호렌터카를 인수하며 컨소시엄을 구성할 당시 대등한 경영권을 약속한데서 찾을 수 있다. KT와 MBK의 KT렌탈 보유지분은 2010년 4월 합병거래로 인해 58% 대 42%로 균형이 깨졌다. 그러나 주주 간 계약에 의한 공동경영 합의에 따르면 MBK에도 아직 대등한 경영 권리가 남아있었다고 볼 수 있다.
KT렌탈 IPO 주관사 후보들이 제시한 공모가 제안범위의 최상단과 최하단 사이의 가격 갭은 KT가 MBK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고 이를 풋옵션 실행 가격으로 수용한 근거가 된다. KT는 민영화가 이뤄진지 오래이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눈치를 보는 기업이다. 때문에 KT렌탈 지분 고가인수 논란을 비껴갈 명분이 필요했다. 그런 맥락에서 MBK가 갖고 있던 경영권은 공모가 갭 사이의 프리미엄을 정당화할 사유로 충분하다.
MBK는 이번 거래를 마무리 지으며 김병주 회장이 기록해온 대박 신화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원 투입 자금이 1300억 원이었고 이중 레버리지 비율이 40%였던 걸 감안하면 실제 투자금은 780억 원에 머물렀다.
MBK가 KT에 매각한 지분 가격은 2200억 원. 여기서 원 투입 자금을 제하고 남은 900억 원의 차익 중 520억 원의 차입으로 인한 금융비용과 실사, 자문역 선임 등 거래에 소요된 제반비용을 넉넉히 100억 원 정도로 가정하면 800억 원 가량을 실제 차익으로 계산할 수 있다. MBK는 KT렌탈 투자로 2년 만에 102%가 넘는 자기자본수익률(ROE)을 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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