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대상 수수료 녹이기 여전히 성행 회사채 제도개선 '사각'…SK증권·현대증권, 인수 딜 대부분
황철 기자공개 2012-06-05 17:40:20
이 기사는 2012년 06월 05일 1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월 기업실사(Due-Diligence) 의무화로 시작한 회사채 시장 선진화 방안이 조금씩 가시적 효과를 내고 있다. 5월 수요예측을 적용한 채권이 속속 나타나면서 사전확약이나 수수료녹이기 관행도 사라지고 있다.하지만 발행제도 개선의 사각지대로 남은 곳이 있다. 바로 수요예측 의무가 없고 등급에 상관없이 약식 기업실사를 받고 있는 일괄신고 적용 채권이다. 이들 채권은 대부분 과거와 같이 사전 수요조사를 통해 투자확약을 받은 후 딜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여전히 발행수익률보다 높은 매출금리를 제시하며 투자자를 모으기도 한다. 수수료 녹이기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
◇ 5월 발행 캐피탈채 20건 중 4건, 수수료 녹이기 정황
현재 일괄신고는 은행·카드·캐피탈 등 대부분의 금융기관과 공기업·금융지주회사 일부가 적용하고 있다. 특히 수신기능이 없어 빈번하게 소액 다건 발행에 나서는 캐피탈사 채권에 금리를 얹어 매출에 나서는 수수료 녹이기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5월 수요예측 의무화 이후 나타난 일괄신고 적용 캐피탈사 채권은 모두 20건이다. 이중 발행일에 즈음한 매매 과정에서 수수료 녹이기가 의심되는 딜이 네 건이나 나타났다. 대부분은 최근 여전채 영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SK증권과 현대증권이 인수한 채권에서 나왔다.
메신저를 통한 사전 수요조사에서 노골적으로 금리를 높여 투자자를 모은 사례도 발견됐다. 사전에 매출을 확약하고 일정기간 보유한 후 유통시장에서 넘기는 것까지 합하면 사실상의 수수료 녹이기는 더욱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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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들어 처음으로 수수료녹이기가 의심되는 채권은 같은달 7일 발행한 효성캐피탈 89회차다. SK증권이 대표주관해 200억원 전량을 총액인수했다. 발행수익률은 4.56%. 이 채권은 발행 당일 4.62%에 장외에서 모두 팔려 나갔다. 인수사는 발행·매출 금리차 6bp만큼 매매손실을 입게 된다.
표면금리는 연간 수익률이기 때문에 만기 3.5년을 감안하면 총 손실 규모는 대략 21bp(6bp x 3.5) 정도에 해당한다. SK증권이 인수 대가로 받은 수수료 30bp의 삼분의 이 가량이 날아간 셈이다.
5월17일 발행한 우리캐피탈 214회차 채권에서도 수수료 녹이기 흔적이 포착됐다. 총 다섯개 트렌치 중 214-4회차가 발행 다음날인 18일 표면수익률(4.15%)보다 10bp 높은 4.25%에 팔려 나갔다.
매출규모는 100억원으로 해당 트렌치 인수단 중 한 곳이 손실을 감수하고 영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KB투자증권 200억원, 현대증권 100억원, 부국증권이 100억원씩을 인수했다. 규모로 볼 때 현대·부국증권 중 한 곳이 수수료녹이기를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만기(3년)를 감안한 손실 규모는 30bp(10bpx3)로 인수수수료(30bp) 전부를 녹였다.
5월22일 발행한 하나캐피탈 112회차 채권에서도 수수료 녹이기 정황이 포착됐다. SK증권이 대표주관하고 현대증권, 삼성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해 100억원씩을 받아갔다. 23일 발행수익률(3.85%)보다 4bp 높은 3.88%~3.89% 금리로 150억원이 팔려나갔다. 만기 2년을 대입하면 6bp~8bp 가량의 매매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인수수수료는 10bp였다.
5월23일 발행한 현대캐피탈 1362회차 채권도 당일 발행금리보다 2bp 높게 200억원이 팔렸다. 이 채권은 1년 짜리 단기 채권으로 인수수수료가 5bp에 불과했다.
◇ 사전태핑 과정서 손실 감수, 매출확약도
매매에서 흔적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사전 태핑 과정에서 수수료녹이기로 매출확약에 나선 정황도 포착됐다. 현대증권은 5월25일 발행한 KT캐피탈 59회차 채권을 대표주관하며 사전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이중 인수 물량인 59-1회차 100억원에 대해 발행금리(3.78%)보다 3bp 높은 3.81%로 투자자 물색에 나섰다. 만기 3년을 대입하면 수수료 10bp의 대부분인 9bp만큼 손실을 보고 팔겠다는 것. 현대증권은 다른 트렌치에는 인수단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시장 선진화의 가장 큰 목적이 수수료녹이기 근절이지만 여전채를 중심으로 이 같은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며 "IB 입장에서는 물량도 많고 상대적으로 손쉽게 영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일반 회사채 수요예측이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로 부각한 상황이어서 여전채 시장에 대해 무관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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