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재무약정 졸업, 금호아시아나는 3년연장 우량 계열사 뺀 선별적 약정 체결..제도 시행 이래 '첫 사례' 주목
문병선 기자공개 2012-06-14 11:51:08
이 기사는 2012년 06월 14일 11: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석유화학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이하 재무약정)을 졸업한다. 2009년 5월말 약정을 체결한 지 3년만이다. 금호석유화학과 달리 이 회사가 속한 주채무계열(금호아시아나그룹) 다른 계열사들은 3년 기한으로 재무약정을 다시 체결했다. 공정거래법상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해 있는 계열 기업군 가운데 우량 계열사가 빠지고 부실징후기업만 재무약정을 체결한 것은 제도의 시행 이후 처음 나온 사례다.14일 감독당국 및 은행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일부 부채권은행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5월 중순부터 협의에 나선 결과 금호석유화학을 뺀 나머지 그룹 계열사만을 대상으로 선별적 재무구조개선약정(이하 재무약정)을 체결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오너 형제인 박삼구 회장(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 회장(금호석유화학그룹)간 계열분리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마무리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금호아시아나그룹 동일인(박삼구) 지정 판단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금호석유화학측이 제기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역시 심리 절차가 진행 중이고 최종 판결이 나오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소속 주요 기업체로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 박삼구 계열은 물론 금호석유화학,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폴리켐, 금호피앤비화학, 금호항만운영 등 박찬구 계열을 모두 포함해 25개로 지정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아직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석유화학이 그룹과 달리 홀로 약정을 체결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재무약정 제도는 주채무계열 전체의 재무위험 평가 결과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소속 기업체 모두가 주채권은행과 한꺼번에 약정을 체결해 왔던 게 관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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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이 이번에 재무약정을 연장하지 않고 홀로 졸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우량한 실적과 양호한 재무구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은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위기 당시 한 해 614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듬해부터 몰라볼 정도로 실적이 개선됐다. 개별 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2009년말(2조8017억원)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었고 영업이익은 2009년말(1162억원)보다 여섯배 가까이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498%에서 226%로 대폭 개선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4월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단계 상향했고 지난 5월 본평가에서 'A-'로 다시 한번 등급을 올렸다. 재무약정 체결 기간 동안 두차례나 등급이 올라 'A급' 기업이 된 것이다. 한신평은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업체로 금호산업과 더불어 양대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했으나, 2009년말 이후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과 금호석유화학 및 아시아나항공의 자율협약 등 일련의 구조조정을 거치는 동안 그룹에서 사실상 분리된 상태"라며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및 대우건설 관련 지분과 채권에 대해 상당액의 손실(약 7600억원)을 인식해 이미 2009년 결산 시 반영 완료했기 때문에 부실 관련사로부터의 추가적인 재무위험이 전이될 가능성 또한 해소됐다"고 밝혔다.
계열분리가 최종 완료되지는 않았으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사실상 분리 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던 것으로 보인다. 감독당국 한 관계자는 "도장을 찍을지 안찍을지의 문제는 원칙적으로 주채권은행과 기업 사이의 자율 영역"이라면서도 "금호석유화학은 분리 경영 중이어서 협의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측에서 원하지 않아 약정을 체결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약정 제도 시행 이후 첫 사례, "우량 계열사까지 단체기합은 불필요"
재무약정 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선제적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감독당국이 도입했다. 이 제도는 그동안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시쳇말로 '영(令)'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사안은 다르지만 현대그룹은 2010년 해운업 등 업종 특수성을 인정해 달라며 주채권은행의 재무약정 체결 요구를 거부했으나, 은행권은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던 적이 있다. 은행권은 여신 공동 제재에 나섰고, 이에 대항해 현대그룹은 '소송'으로 맞섰다.
법원은 현대그룹이 제기한 '여신 공동제재 효력금지 가처분 소송' 판결에서 "채권은행의 만기도래 여신 회수 결의 효력을 정지하고 신규여신 공여 중단 조치나 만기도래 여신 회수조치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며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기업의 경영이 악화되는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할 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기업이 자유롭게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 이후 감독당국은 기업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일부 재무약정 제도를 보완했다.
그 이전까지만해도 부실징후 기업이 속해 있는 '주채무계열' 소속 기업은 일부 계열사의 부실 징후 때문에 우량 계열사까지 모두가 약정을 체결하는 불공평성을 감내해야 했다. 기업들은 이를 '단체기합'이라며 불만을 삭이면서도 관행상 은행에 맞서지 못했다. 재무약정을 일단 체결하게 되면 미래에 대한 투자 문제보다 현재의 재무개선 문제가 현안이 돼 기업들은 꺼려했다.
이번에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소속 다른 계열사와 달리 홀로 재무약정을 체결하지 않은 것은 처음으로 예외를 인정받은 사례로 평가된다. 획일적인 잣대로 재무약정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과거보다 더 정교하면서 융통성 있게 제도 적용을 받았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조치다.
이런 예외 인정 사례가 다른 주채무계열로 확대될 지 주목된다. 한진그룹의 경우 업종 특수성을 반영해 달라며 여러차례 재무약정 졸업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동부그룹 역시 일부 부실 징후 계열사 부실 때문에 우량 계열사까지 재무약정을 체결해야 하는 점에 대해서 내켜하지 않았다. 최근 재무약정을 처음으로 체결한 STX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금호아시아나그룹만의 특수성이 감안된 결정이어서 금호석유화학의 사례가 다른 주채무계열의 사례에 곧바로 대입되기는 다소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호석유화학, 자율협약까지 조기 졸업할 지 관심..은행권 공동 관리 종료 가능성
한편 금호석유화학이 이번에 재무약정을 졸업한 데 이어 은행권과 체결한 '자율협약'마저도 졸업할 지도 관심이다. 재무약정과 자율협약은 기업의 재무구조개선을 꾀한다는 목적에서는 같지만 제도 자체는 다르다. 재무약정은 정해진 규정(은행업 감독규정 및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에 따라 프로세스가 정해져 있고, 자율협약은 은행과 기업 '2자간' 협약에 의해 운영된다.
금호석유화학은 실적 개선 등이 이뤄지고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된 만큼 올해 말로 예정된 협약 졸업 시기를 앞당겨 상반기 내에 조기 졸업을 원하고 있으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기 졸업이 불가하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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