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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개선도 무효? 회사채 수수료 녹이기 재연 현대백화점, 미매각 물량 200억…하나대투·신한금융, 7bp 높게

황철 기자공개 2012-06-18 08:30:41

이 기사는 2012년 06월 18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요예측을 적용한 채권에서도 처음으로 수수료녹이기 영업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현대백화점이 5월29일 발행한 21회차 채권 일부가 다음날 표면금리보다 7bp 이상 높게 팔려나갔다. 현대백화점은 낮은 밴드금리를 제시해 200억 원의 미매각이 발생했었다. 일반투자자의 추가 청약을 금지하는 등 미매각 해소에 대한 노력도 부족했다. 이번 수수료 녹이기는 인수단이 미매각 물량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과거부터 AAA급에 맞먹는 금리로 조달을 이어왔다. 등급(AA+) 내 동종업종 기업들과 발행금리를 두고 자존심 대결에 나서기도 했다. IB들은 초대형 우량기업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손실을 감수한 인수영업을 불사해 왔다. 현대백화점의 수수료 녹이기 정황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다.

◇ 미매각 물량, 주관사가 전액 인수 구조

현대백화점은 5월29일 회사채 시장에서 1500억 원을 조달했다. 만기 3년물로 표면수익률은 3.61%를 나타냈다. 앞선 수요예측에서 밴드 금리 내 1300억 원 어치의 신청수량을 받았다. 미매각이 발생한 200억 원은 대표주관사인 하나대투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100억 원씩 떠안았다.

발행 다음날 의미심장한 매매가 일어났다. 이 채권은 30일 100억 원과 200억 원씩 두차례에 걸쳐 팔려나갔다. 매매금리는 3.68%로 하루만에 발행금리보다 7bp 높게 거래가 이뤄졌다. 거래단가는 권면금액 1만 원보다 18원 떨어진 9982원을 나타냈다. 100억 원 기준 하루만에 총 18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

배정을 받은 기관투자자가 매매에 나섰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하루만에 손해를 보고 팔기 위해 청약에 나섰을 리도 없거니와 기관의 단타투자는 그 자체만으로 평판에 흠집이 나는 일이기도 하다.

결국 인수단이 떠안은 미매각 물량에서 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총 매매규모가 300억 원으로 미매각 물량(200억 원)보다 컸지만 실제거래가 100억 원과 200억 원 두 건으로 나눠진 것을 보면 유추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A 기관이 100억 원 어치를 B 기관에 팔고, B기관은 자신이 보유한 100억 원 채권과 합쳐 200억 원 어치를 C 투자자에게 파는 형태가 가능하다.

현대백화점 회사채

이러한 거래는 현대백화점 미매각 물량에 대한 처리 규정이 다른 딜과는 다소 다르다는 데서도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이번 채권 인수계약서에는 청약금이 권면총액에 미달하면 '인수단이 비율에 따라 안분배분해 자기책임 하에 처리하기'로 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여느 회사채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최소 배분금액을 일반적인 수준인 십억 원보다 열 배나 큰 백억 원 단위로 높게 설정했다. 백억 원 미만은 절사해 공동대표주관회사인 하나대투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같은 비율로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단은 LIG·HMC·하이투자증권 포함 다섯 군데로 어떻게 해도 10억 원 단위로 나눠진다. 결국 미매각 물량 200억 원 어치는 공동대표주관회사가 각각 100억 원씩 나눠가지게 됐다.

이같은 배경을 감안해 미매각 물량의 매매구조를 추정하면 이렇다. 일단 양 주관사가 미매각 물량 100억 원씩을 인수한다. 이후 한 주관사가 200억 원 어치 채권에 금리를 얹어 받아줄 투자자를 사전 혹은 사후에 찾는다. A주관사가 미매각 물량 100억 원 어치를 발행 다음날 금리를 얹어 B주관사에 넘긴다. B주관사가 이를 합쳐 투자자에게 매매한다.

현대백화점으로부터 인수단이 받은 수수료는 25bp다. 표면금리는 연간 수익률이기 때문에 만기 3년을 감안한 총 손실 규모는 대략 21bp(7bp x 3) 정도에 해당한다.

결과론적이지만 현대백화점이 개인투자자의 청약을 금지한 것도 이와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애초부터 미매각에 대비해 사후 투자자 모집을 감안했다면 리테일에 의한 소액 청약을 사전에 막는 게 편리한 측면이 있다는 것. 100억원 단위로 최소 배분 금액을 늘린 점, 개인청약 배제로 단수투자를 막은 점 모두 이번 수수료 녹이기 정황과 미묘하게 오버랩된다.

◇ 쌓이는 미매각, 결국 수수료녹이기로 팔리나

현대백화점 회사채는 수요예측 의무화 이전에도 수수료녹이기의 정황이 자주 발견됐다고 시장관계자들은 전했다. 지난 4월12일 발행한 채권 역시 수수료녹이기를 통해 대부분 팔려 나간 것으로 보인다..

당시 1500억 원 규모의 현대백화점 3년물 회사채는 3.74%에 발행됐지만, 발행 당일 3.84%에 600억 원 어치가 팔렸다. 다음날에는 3.89%에 800억 원의 거래가 이뤄졌다.

증권사들이 기업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은 수수료를 토해 내면서까지 보유 채권을 팔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사채 발행 가격이 너무 비싸(금리가 너무 낮아)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에도 올해 두 번 모두 민평수익률보다 크게 낮은 금리에서 회사채를 발행했다. 최우량등급(AAA)은 물론 은행채·특수채 금리에 버금가는 강세 발행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 의무화 이후에는 수수료녹이기가 쉽지 않지만 미매각 물량에 대한 인수비율을 백억 원 단위로 늘리고 개인청약까지 배제한다면 구조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며 "현대백화점 채권 매매동향으로 볼 때 주관사가 미매각 물량을 수수료녹이기를 통해 판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수요예측에서 우량 회사채의 미배정 사태가 속출하고 있어 앞으로 수수료녹이기가 재차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해 증권사들이 일단 떠안았지만 금리상승 위험과 신용위험을 감수하고 언제까지나 보유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증권사들의 회사채 보유 한도도 정해져 있어 발행 자문을 계속하려면 기존 보유채권을 팔 수 밖에 없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절대 금리가 어느 정도 높은 비우량 회사채의 경우 리테일 판매망을 통해 팔면 수수료 녹이기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며 "그러나 AA급 우량 회사채라면 리테일 시장에서는 수요가 없어 결국 기관투자가들에게 팔아야 해 수수료 녹이기가 다시 기승을 부릴 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일부 회사채의 경우, 희망 금리가 너무 낮아 마치 수요예측에서 투자자모집을 포기하고 아예 처음부터 인수단이 전액 인수한 뒤에 수수료를 녹여 팔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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