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7월 24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황새를 따라 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지기 일보 직전인 뱁새에게 맞는 처방은 무엇일까.금융감독 당국이 내놓은 답은 '가랑이가 찢어지지 않도록 보폭을 제한하는 족쇄를 채우는 것'이다. 그것도 뱁새는 물론 황새에게 같이 채운다.
뱁새에게만 족쇄를 채울 경우 보폭이 자유로운 황새가 연못의 고기를 모두 차지해 뱁새가 굶어죽기 쉽고, 모양새만 봐서는 황새와 뱁새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당국이 보험사의 공시이율 조정한도 차감 폭을 오는 2013년 4월부터 기존의 20% 이내에서 10% 이내로 축소한다. 지난 2003년 공시이율제도 개선을 통해 자율성을 부여한 이후 10년 만에 족쇄를 채우는 셈이다.
세계 10위로 성장한 국내 보험업계의 자율성을 10년 만에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 역행적인 발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큰 반발을 예상했던 보험업계는 잠잠하다. 자율성 제한이란 강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만든 주범이 바로 보험업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뱁새'로 평가되는 대부분의 보험사는 자사의 운용자산이익률과 상관없이 시장경쟁력만을 우선시하며 '황새(대형사)'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의 공시이율을 적용해 물의를 일으켰다. 실제로 지난해 보험사의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은 대부분 5% 초반인 반면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보험사 운용자산이익률은 4% 중반이었다.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향후 내 주어야 하는 것이 많았던 셈이라 보험사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외형성장에 몰두했던 보험사 경영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금융감독 당국이 수 차례에 걸쳐 경고를 해도 자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무시하기 일쑤였다.
실상은 뱁새인데도 자신은 황새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공시이율이 운용자산이익률보다 지속적으로 높아 이자율 역마진이 계속돼도, 수익성을 무시한 채 공시이율을 결정했다.
최근 지속적으로 공시이율을 내리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시중 금리의 하락을 반영한 결과일 뿐이다. 결국 공시이율 운용 자율성 제한이라는 족쇄는 어떤 해명을 하더라도 보험사가 스스로 초래한 결과다. 자승자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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