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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이 점령한 전쟁터…베어링의 생존전략은 국민연금 등 공적자금 운용할 네트워크 확보에 최우선

김경은 기자공개 2012-08-01 17:26:53

이 기사는 2012년 08월 01일 1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국계 대형 자산운용사인 베어링자산운용이 세이(SEI)에셋코리아자산운용 인수를 통해 삼성과 미래에셋 등 토종 운용사가 장악한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지 주목된다.

자산운용 시장에서 외국계로 분류되는 외국법인 지분율 50% 이상의 회사는 22개 정도다. 이 가운데 7개는 지난해 적자를 냈고, 나머지도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 시장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베어링은 세계적으로는 역사가 오랜 하우스이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국내 시장에서 외국계가 버티지 못하는 이유로 일단 대기업 위주의 경쟁구도를 들 수 있다. 업계는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신한BNP자산운용 등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지주 계열의 운용사들이 점령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산업적 경쟁구도가 조성돼 있어 그룹 계열사의 자금이나 판매망 지원 없이 자산운용사가 독자적인 생존력으로 버텨내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우리 금융당국이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경쟁국과 달리 규제를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는 것도 외국계 투자자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다. 외국계가 독립적으로 영업을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고착화된 고임금 구조로 고정적인 영업비용 지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시장에서 버텨내는 게 우선 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외국계 회사들은 히트 상품을 제조하지 못하면 사실상 영업하기 힘든 구조다. 운용자산(AUM) 기준으로 업계 21위인 세이에셋 역시 독립계 외사로서 예외가 아니다. 금융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굴렸던 '세이고배당주식펀드'가 300억 원으로 쪼그라들면서 영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세이에셋은 국내 영업 20여 년 이상의 실적을 바탕으로 기관투자가 공략에 나서면서 주식형 펀드 자금 이탈로 인한 공백을 메워 나가고 있다.

이같은 운용업계의 어려운 상황에도 베어링을 포함한 외국계 운용사들이 국내 진출을 타진하는 것은 국내 연기금 자본의 급성장 때문이다. 국민연금기금이 300조 원을 돌파했고 KIC의 외환보유고를 활용한 운용기금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외국계는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지 않을 경우 위탁 운용사 선정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한국 법인 설립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외국계 컨설팅 기업인 머서(Mercer)가 국내 종합운용사 신규 설립을 타진했지만, 금융당국이 신규 종합운용사 설립 인가를 내주지 않아 투자자문사를 설립하는데 만족해야했다. 이에 앞서 운용규모 세계 11위권인 레그메이슨도 국내 진출을 타진했지만, 단순 펀드 판매에 만족하고 돌아섰다. 인가 정책의 변경으로 2010년 5월부터 신규 종합자산운용사 인가는 중단됐다.

베어링이 세이에셋을 인수하면 앞선 하우스들이 성공하지 못한 종합자산운용사로서 국내에 탄탄한 영업기반을 갖게 된다. 국내 운용업계로서도 새로운 외국계 플레이어의 등장은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따라서 베어링과 매스뮤추얼그룹이 어떤 전략을 활용할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베어링은 일단 자신들의 상품에 매스뮤추얼그룹의 대표 상품들을 한국 시장에 소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세이에셋이 가진 수탁고 중 70%를 차지하는 기관 자금의 이탈을 막을 대책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이 점령한 전쟁터에서 베어링이 살아남을 생존 돌파구는 인수 후 유연한 현지화 전략 수립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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