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제과, 중국 사업에서 손 뗀다 생산공장 中업체에 매각..판매법인 남았지만 '유명무실'해 사실상 '철수'
김장환 기자공개 2012-08-16 14:16:50
이 기사는 2012년 08월 16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라운제과가 중국 진출을 위해 설립했던 과자 생산·제조 법인을 최근 매각했다. 판매법인은 남겨뒀지만, 공장 자체를 매각하면서 중국 사업 철수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시장에 진출한지 10년여 만이다.크라운제과는 지난 2002년 '죠리퐁(현지명칭 리리펑)'을 들고 중국 상해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판매법인 상해가서안식품무역유한공사(가서안식품무역)를 설립해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들여가 판매했다. 중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에 앞서 일종의 '실험' 성격이 강했다.
크라운제과에 따르면 당시만 해도 죠리퐁은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2004년에는 상해 대형 유통업체의 80% 이상 입점에 성공하면서 국내 공장 생산량만으로는 중국 판매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성장했다. 2005년 5월 생산 공장이자 별도 법인인 가서안제과상해식품유한공사(가서안제과) 설립을 결정한 배경이다.
크라운제과가 생산 공장을 설립한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당시 경쟁업체인 오리온 역시 '초코파이'를 중국 시장에 내놓으며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만큼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 과자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었다.
이에 따라 크라운제과는 중국 상해 생산 공장을 발판으로 삼아 중국 전역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일단 상해에서 성공 후 북경으로 진출하고, 순차적으로 중국시장 판매망을 넓힐 계획이었다. 2006년 크라운제과가 중국 시장에서 세운 매출 목표만 10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2005년 5월 생산 공장 설립 이후 중국시장에서 크라운제과는 그야말로 '나락'의 길을 걸었다. 판매량이 하락하면서 수익성도 곤두박질쳤다. 실제 공장법인인 가서안제과의 설립 후 지난해 말까지 매출 및 손익 구조만 봐도 얼마나 부진한 상태를 이어왔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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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법인 가서안식품무역은 2005년 설립 후 매출액이 10억 원을 넘어선 적이 단 두 차례뿐이다. 그것도 2007년 11억4000만 원, 2009년 10억8662만 원 수준에 그친다. 순익 면에서도 2009년 3837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 외에는 지난 8년여 간 흑자를 낸 적이 전혀 없다.
생산법인이었던 가서제과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2005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순이익을 내 본 적이 없다. 2007년에는 3억 원대 자본잠식에 빠졌고, 3년 후 자본잠식 규모는 17억 원까지 확대됐다.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개선에 나섰지만 지난해 말 기준 자본 규모는 단 5065만 원에 그친다.
이를 보면 양쪽 모두 크라운제과가 중국 공장을 지으며 계획했던 '연간 100억 매출'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매출만을 올려왔을 뿐더러, 꾸준히 본사에 지분법 손실 부담만 안겨줬던 셈이다. 크라운제과가 중국 사업에서 철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다.
이에 따라 크라운제과는 지난해부터 중국 현지 업체들에 이들 법인의 매각을 추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판매법인(가서안식품무역)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생산 공장(가나안제과)만 매각하는데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크라운제과는 지난 1월 가서안제과 지분 및 투자자산 전부를 홍콩 현지 식품업체 CLB와 매각하기로 계약했다. 지난달 중순 23억 원의 매각 대금이 모두 유입되면서 딜이 완료됐다.
크라운제과 측은 "현지법인 자체가 성공여건이 부족해 작년부터 생산 공장(가서안제과) 매각을 추진했던 것이고 아직까지 판매 법인에 대한 특별한 (철수 등)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며 "중국시장이 상황이 녹록치 않다. 하반기에 경제 침체가 예상돼 여전히 부담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가서안제과 매각을 크라운제과가 중국 사업에서 완전히 실패 후 철수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판매법인이 남겨져 있다고는 하지만 이곳 역시 매출이나 순익 면에서 '유명무실'한 곳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이미 지난해부터 함께 매각을 추진해왔다는 점을 볼 때, 향후 매각에 실패하면 청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법인도 이미 매출이 설립 당시 보다 5배가량 떨어진데다 계속된 적자, 자본잠식까지 이어오고 있다"며 "때문에 직접 한국에서 제품을 사들여 재판매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어 보여서 사실상 이번 생산공장 매각으로 중국 사업에서 철수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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