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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 특허괴물, 성공할 수 있을까

이재영 기자공개 2012-09-03 10:31:21

이 기사는 2012년 09월 03일 10: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야흐로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의 시대이다. 최근 삼성-애플간 소송을 보듯 세계는 특허전쟁 중이다. 90년대 초 300억 달러 수준이었던 세계 로열티 시장은 2010년 210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 20년 사이 7배나 팽창했다.

이미 세계는 이러한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식, 전문적으로 지적재산권을 집중 보유하여 사용료 수입이나 특허 사고팔기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특허괴물(Patent Troll)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00년 초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등의 주도로 설립된 인텔렉추얼벤처스(Intellectual Ventures)와 R&D 전문회사에서 시작된 인터디지털(Inter Digital) 등의 특허괴물들은 삼성, LG 등 국내 IT기업들과 수천억-수조 원의 로열티를 요구하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2010년 정부주도로 지적재산권 전문회사인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Intellectual Discovery)가 출범했다. 2015년까지 민관 매칭펀드 5000억 원 규모의 재원을 확보, '지적재산(IP)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특허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에 라이선싱을 하고 '창의자본'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관영' 특허괴물의 공식적인 출범인 것이다.

올 초에는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가 100% 출자한 아이디벤처스도 설립됐다. 가치있는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초기 기업을 발굴하여 투자하는 지적재산권 전문 투자 벤처캐피탈이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정부주도라는 데 있다.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는 사실 국내기업들에 대한 특허괴물들의 소송이 본격화 되면서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고려를 통해 태어났다. 현재까지 확보한 자금도 500억여 원에 지나지 않는다. 800여 건의 우수 특허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그 특허들이 기업에서 활용된 사례는 드물다. 지적재산권 업계의 활성화 및 특허권의 중요성 장려 이전에 전형적인 관 주도의 보여주기식 행정이 우려되는 것이다.

특허업계에서도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의 활동에 의문을 갖는다. 한 변리사는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의 활동이 너무 소극적이다"며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가 국내 지적재산권 업계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 위해선 자금 수준부터 특허 확보까지의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욱이 지적재산권 전문 투자 벤처캐피탈 아이디벤처스의 설립은 벤처캐피탈 업계의 자생적 발전 또한 저해하고 있다. 아이디벤처스는 이번 모태펀드 3차 정기출자 사업 특허계정 부문에 IBK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원했다. 이밖에도 총 7개의 무한책임투자자(GP)들이 지원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아이디벤처스의 선정을 당연시 하고있다.

벤처캐피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3차 출자내에 특허계정 부문이 좋은 조건으로 나오면서 업계는 큰 관심을 보였지만 아이디벤처스의 지원 소식을 듣고 이미 내정되어있음을 직감했다"고 전했다. 더욱이 의욕적으로 이번 특허계정 부문을 준비했던 몇몇 벤처캐피탈은 이 소식을 듣고 끝내 지원을 포기했다. 특허관련 벤처투자에 대한 트랙레코드가 충분했음에도, 신생 벤처캐피탈이지만 모회사가 정부인 아이디벤처스의 등장으로 지원조차 포기한 것이다.

정부가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백번 옳다. 하지만 지적재산권 관련 업계의 자생적 성장을 뒷받침 해주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와 아이디벤처스는 그 역할에 충실하는 게 우선이다. 업계의 불만과 갈등의 대상이 돼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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