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9월 10일 1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창업자 김수근 전 회장이 별세한 2001년 이후 유산을 놓고 벌어진 대성가(家)의 형제다툼이 12년 만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경영권 문제와 유산 분쟁에 이어 적통성 문제를 걸고 법정에서 대결을 펼쳤던 '사명(社名)' 논란도 일단락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독자노선을 구축해오면서도 법적으로 계열분리가 되지 않았던 대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남 김영대 회장은 대성그룹의 모태인 대성산업을 기반으로 대성을, 차남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가스를, 삼남 김영훈 회장은 대구도시가스 계열사를 물려받았다.

◇경영권·유산 분쟁에서 사명 논란까지…형제 다툼 '일단락'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는 대성홀딩스(대성그룹)가 대성합동지주(옛 대성지주)를 상대로 낸 '대성지주' 상호사용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성가의 적통성을 건 형제간 사명 공방은 지난 2010년 7월 장남 김영대 회장의 대성 측이 '㈜대성지주'라는 명칭으로 대성산업을 증시에 상장하면서 시작됐다. 삼남인 김영훈 회장의 대성그룹 측이 8개월 앞서 '대성홀딩스'를 상장한 만큼 '대성지주'라는 상호를 사용하지 말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대성홀딩스와 대성지주의 한글 이름 뿐만 아니라 대성지주의 영문명칭인 '대성그룹 홀딩스(Daesung Group Holdings Co.,Ltd)가 대성홀딩스(Daesung Holdings Co,Ltd)와 유사해 투자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법원은 대성홀딩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대성지주는 법원 결정에 불복하고, 간접강제금을 피하기 위해 '대성합동지주'로 사명을 변경한 후 본안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번에 또다시 고배를 마시게 됐다.

다만 차남 김영민 회장은 애초 서울도시가스를 SCG로 변경해 상호명 다툼에서 벗어났다.

업계 안팎에선 김수근 전 회장이 별세한 이후 총 세 차례에 걸쳐 12년간 끌어온 형제다툼이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는 평가다.

앞서 대성가 3형제는 △대성산업이 보유한 서울도시가스와 대구도시가스 지분 처리 방식 때문에 빚어진 갈등이 경영권 문제로 갔던 1차 분쟁, △고 김수근 회장의 아내인 여귀옥 여사가 타계했을 때 100억 원이 넘는 대성산업 보통주 15만2689주와 부동산을 두고 재산분배에 의견이 엇갈리면서 다툰 2차 분쟁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문제와 유산 분쟁에 이어 사명 논란까지 세 차례에 걸친 형제다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김영대 회장 측의 항소 가능성이 높아 단정 짓기는 어렵다. 대성합동지주 측은 "법원이 회사명만 갖고 판단한 것일 뿐 회사의 역사나 정통성 등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판결문을 받아본 후 공식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항소 가능성을 내비췄다.


◇대성家 계열분리 쉽지 않을 듯

하지만 이번 법정 판결이 형제간 계열분리 등 지배구조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성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산총액(자본+부채) 5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즉 3형제의 계열사 모두 김영대 회장을 대표자(동일인)로 한 하나의 대기업집단(기업집단명 '대성')으로 묶여 있다.

따라서 그동안 독자 경영노선을 유지해 왔던 3형제간 계열분리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현재 3형제의 지배구조를 보면 김영대 회장이 상장 지주사인 대성합동지주의 지분 46.8%를 보유하면서 대성산업, 대성산업가스 등 계열사 29개를 지배하고 있다.

차남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개발 지분 97.8%를 보유하고 있으며, 서울도시가스, 한국인터넷빌딩, 서울에너지자원 등 3곳을 통해 손자회사 18곳을 지배하는 구조다.

삼남 김영훈 회장은 상장 지주사인 대성홀딩스 지분 39.9%를 통해 9개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3형제간 재산분할과 지분 분할이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이다.

하지만 당분간 형제간 계열분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계열분리를 추진하기 위해선 형제간 지분정리 등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상장 회사인 대성홀딩스가 보유한 서울도시가스 지분 22.6%를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대성홀딩스가 상장회사인 서울도시가스 지분을 매각할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남 김영민 회장의 서울도시개발이 보유한 서울도시가스 지분이 26.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성홀딩스 관계자는 "계열분리 등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동안 독자경영노선을 지켜왔던 만큼 앞으로도 독자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