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家, '계열분리' 안하나 못하나 교차지분 해소 쉽지 않고 계열사 가치 하락 우려
안경주 기자공개 2012-09-14 14:29:57
이 기사는 2012년 09월 14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 지붕 세 가족.'국내 대기업 순위 50위인 대성그룹의 특이한 지배구조를 두고 한 말이다. 지난해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으로 묶여 '한 지붕' 안에 있지만 오래 전부터 '대성가(家) 3형제'가 독자경영 노선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지배주주가 누구냐에 따라 그룹명칭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3형제간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지난 12년간 경영권 문제와 유산 분쟁에 이어 '대성'이라는 이름을 누가 가질 것이냐를 놓고 법정 다툼까지 벌였다.
흔히 형제다툼이 법정까지 이어지면 계열분리를 통해 각자의 회사에 대한 지배구조를 강화시킨다. 대표적으로 현대그룹은 '왕자의 난'이라고 불리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 이후 현재의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으로 계열분리가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간의 다툼으로 인해 금호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계열분리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대성가 3형제는 독자경영을 통해 사실상 계열분리와 다름없는 상황이면서도 '한 지붕' 안에 묶여 있는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사실상 독자경영을 유지하면서도 관련법(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를 하지 않는 것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이미 독자경영을 해오고 있는 만큼 법적인 계열분리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형제간 교차지분 정리를 위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아 계열분리 작업이 더딜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3형제의 지배구조를 보면 김영대 회장이 상장 지주사인 대성합동지주의 지분 46.8%를 보유하면서 대성산업, 대성산업가스 등 계열사 29개를 지배하고 있다. 차남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개발 지분 97.8%를 보유하고 있으며, 서울도시가스, 한국인터넷빌딩, 서울에너지자원 등 3곳을 통해 손자회사 18곳을 지배하는 구조다. 삼남 김영훈 회장은 상장 지주사인 대성홀딩스 지분 39.9%를 통해 9개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3형제간 재산분할과 지분 분할이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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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세 회사 사이에 교차지분을 해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가치산정 등 형제간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등의 복잡한 문제가 남아있다.
우선 김영대 회장이 대성합동지주를 중심으로 계열분리 하기 위해선 김영훈 회장 등이 보유한 대성합동지주 지분 3%를 정리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대표자(동일인)과 대표자 인척(자녀, 부인 등) 이외의 친족이 보유한 지분이 3% 미만(상장사 기준)이어야 한다. 공교롭게도 김영훈 회장의 지분 1.59% 등 친족이 보유한 대성합동지주의 지분율이 법적제한 수준인 3.01%다. 따라서 김영훈 회장 등 친족들이 보유 지분을 시장에 팔거나 김영대 회장(대표자)이 매입을 통해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또한 지주회사인 대성합동지주 뿐만 아니라 핵심 자회사인 대성산업의 지분도 정리해야 한다. 고(故) 김수근 회장의 장녀인 김영주 대성그룹 부회장이 3.35%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김영훈 회장도 1.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친족들이 보유한 대성산업 지분은 6.23%(35만9897주)다. 친족들이 보유한 대성합동지주와 대성산업 지분을 해소하기 위해선 85억 원(9월13일 종가 기준) 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재계 관계자는 "대성합동지주 중심의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현재 김영대 회장의 의지 보다는 김영훈 회장 등 친족들이 지분 정리에 대한 동의를 해줘야 하는 구조"라며 "그러나 지난 12년간 형제다툼을 벌여왔다던 점에서 교차지분 정리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남 김영민 회장이 맡고 있는 서울도시개발의 계열분리를 위해선 대성홀딩스가 보유 중인 서울도시가스 지분 22.6%(113만 주)를 매입해야 한다.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의 가능성을 고려할 때 경영권 방어를 위해 김영민 회장 측의 지분 매입이 필요하며, 이 때 565억 원(9월13일 종가 기준)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남 김영훈 회장의 대성홀딩스 역시 마찬가지다. 장녀 김영주 부회장과 차녀 김정주씨가 보유한 대성홀딩스 지분은 29.07%(467만7627주)다. 김영훈 회장이 계열분리와 함께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해 지분을 매입할 경우 3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대성가 3형제가 맡고 있는 회사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지분을 서로가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계열분리를 위해서 형제간 합의를 통해 지분의 완전한 해소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고 상당한 자금도 소요돼 계열분리 작업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열분리를 할 경우 얻는 이득이 크지 않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계열분리 후 기업집단 규모 축소 등에 따른 계열사들의 직간접적인 가치하락을 우려해 암묵적으로 현재의 지배구조 체제를 유지하고자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성그룹 측은 당분간 계열분리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들은 "현재로서는 계열분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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