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산은-우리은행 '금호' 놓고 설전..자료 신뢰성 다툼 채권단회의서 충돌..산은, 금호산업 주채권은행 변경 돌입

문병선 기자공개 2012-12-12 16:32:00

이 기사는 2012년 12월 12일 16: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천 중동 소재 주상복합아파트인 금호리첸시아의 공사비 배분 문제를 두고 불거진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갈등이 금호산업의 다른 정상화 작업으로까지 불똥이 튈 조짐이다. 정상화 방안을 담은 산은측 자료를 놓고 산은은 채권단회의에서 거의 노골적으로 우리은행을 압박하는 자료를 뿌렸고, 우리은행은 처음으로 채권단 전체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이의 시정을 요구하며 맞섰다.

12일 금호산업 채권단에 따르면 지난 11일 열린 금호산업 전체 채권단 회의에서 산은측이 작성한 현안 및 정상화 방안 자료를 두고 산은과 우리은행 양측 실무진이 격한 설전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이 이날 설전을 벌인 데는 산은 기업구조조정실에서 작성한 '금호산업 현안사항 및 처리방안'이라는 자료 탓이 컸다. 자료 곳곳에는 우리은행이 채권회수에만 열중해 마치 금호산업을 어려움에 처하게 했다는 식의 문구가 포함돼 있다는 게 우리은행측 기류다.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실무진과 산은 기업구조조정실 실무진은 격하게 다퉜던 것으로 알려진다.

회의에 참석한 우리은행 관계자는 산은 실무진의 현황 보고가 끝난 후 공개 반박을 통해 "곤혹스러운 입장이고, 지난 6월부터 산은에서 자료를 생성해 배포하고 있는데 아직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고 우리은행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기대를 하고 왔고 자제를 하겠지만 실망스런 부분"이라며 약 20여분간 입장을 밝혔다.

우리은행측이 채권단 전체 회의에서 다른 채권은행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처럼 격하게 다툰 적은 없었다고 전해진다. 두 은행은 부천 중동 금호리첸시아 공사비 배분 문제로 갈등을 벌여 왔고 이날은 리첸시아 문제 뿐 아니라 여러 현안 문제와 관련된 자료의 표현문구 등 때문에 다퉜다.

일례로 베트남 금호아시아나플라자(KAPS)와 관련된 채권 문제다. 이 주상복합 건물은 약 700억원 규모의 지분출자금과 약 19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션을 활용한 공사대금을 받아 금호산업이 건설했다. 700억원의 출자금 중 금호산업 자체 자금을 뺀 대부분(590억원)을 우리은행이 신용보강을 한 ABCP를 발행해 조달했다. 비협약채권이라 금호산업이 우리은행에 상환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3개월마다 만기가 돌아오는 ABCP를 두고 산은은 "당초 만기인 2011년 8월17일에는 1년을 연장했으나 당행(산은)이 부천 중동 사업장 문제 제기를 한 이후인 2012년 8월17일 부터는 3개월마다 리볼빙 중"이라며 "당초 금리는 5.69%였으나 현재는 6.7% 금리 적용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문구는 우리은행이 금리롤 높여 채무상환을 독촉하는 듯한 뉘앙스로 읽히기 충분했다.

하지만 전후관계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는 이러한 표현은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은행측 주장이다. 우리은행은 당초 ABCP 만기가 돌아오자 금호산업측에 KAPS 지분(100%)을 후순위 담보로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다. 후순위 담보는 말그대로 후순위 담보일 뿐 지분변동 또는 담보가치 변화를 수반하지 않아 무리가 없다는 법률적 의견을 토대로 한 결정이다. 우리은행은 신용보강의 근거를 마련해 좋고 금호산업은 KAPS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채무상환의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거절 주체는 산업은행 구조조정실이다. 산은은 KAPS에 8410만달러 가량 신디케이션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 후 우리은행은 후순위 담보를 확보하기 위해 ABCP 만기를 3개월로 줄였고 3개월마다 신용보강 기한을 연장하게 됐다. 채권 회수를 위해 만기를 줄인게 아니라 산은이 지나치게 우리은행을 몰아부치자 이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모종의 액션을 취한 것인데, 산은측이 그 의도를 곡해해 자료를 뿌리고 있다는 게 우리은행의 생각이다.

주상복합아파트인 금호리첸시아 문제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날 두 은행간 다툼의 주제가 됐다.

이날 산은은 자료에서 금호산업의 공사 미수채권액을 2072억원(워크아웃 결의시 632억원, 워크아웃 결의 이후 투입액 1440억원)이라고 명시했다. 공사 미수채권에는 공사이익, 간접공사비 및 직접공사비 등이 포함됐다. 우리은행은 이에 대해 "실사법인(한영회계법인)에서 공사비를 614억원이라고 했는데 이 수치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며 "금호산업은 지금의 채권단 부의안건대로 결의되면 공사 관련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손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분양에 따른 공사비 지급이 잘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산업은행이 문제를 제기한 6월부터 잘 안돼 지금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산은 기업구조조정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사비 1440억원은 회사의 도급공사금액"이라며 "배포자료가 무엇이 다른가, 사실관계 입각했다"고 다른 주장을 폈다.

그러나 우리은행과 농협은 이 사업장으로 이미 512억여원 가량 확정손실이 예상돼 피해를 보고 있다. 또 부천중동 사업장 처리에 대한 채권단 부의안건이 산업은행 안대로 통과되면 우리은행과 농협은 추가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실은 우리은행과 농협이 보고 있는데, 마치 우리은행과 농협이 부도덕한 은행인것 처럼 산은이 몰아부치고 있다는 게 두 은행의 불만이다.

금호산업 정상화를 위한 희생 여부에 대해서도 설전을 벌였다.

산은은 이날 자료에서 "워크아웃 당시 2.9조원에 달하던 기존채권은 출자전환(2.6조원) 및 자산매각 등으로 현재 무담보 채권은 600억원에 불과하지만, 워크아웃 당시 9616억원이었던 비협약채권의 경우 현재 잔액이 4234억원이다"며 "2014년까지 이 비협약채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정상화에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490억원 어치 비협약채권에 대한 자료를 따로 만들어 배포했다. 해당 비협약채권은 우리은행이 들고 있는 채권이다.

이는 마치 우리은행이 정상화에 기여하지 않았고 추가 출자전환에 나서라는 압박으로 비쳤다.

실제 산은은 자료를 통해 "주채권은행이 대승적 차원에서 비협약채권을 출자전환하는 등 채무재조정에 동참하도록 채권단 공동의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아예 공개적으로 출자전환을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은은 그러면서 동시에 주채권은행 변경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산은측은 우리은행이 금호산업을 위해 희생을 안한 것처럼 자료를 만들고 이야기를 하는데, 칸서스8차 PEF의 경우 우리은행의 자금 1500억원이 들어가 있고 출자전환됐었다"며 "지분율로는 약 5% 정도 된다"고 말했다. 같은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주주 이익을 등한시한다는 등의 표현을 삼가해 달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