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12월 20일 11: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전자산 선호 재료가 소멸된걸까. 장기채 금리 상승 추세가 심상찮다. 부도 위험에 대한 안정성을 갖춘데다 방향성 예측에만 성공한다면 고수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만 믿고 장기 국고채에 뒤늦게 손을 댄 투자자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국고채 10년물과 20년물은 10월11일에 각각 연저점 2.91%, 2.97%를 기록한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모습이다. 18일 기준 3.19%, 3.33%를 기록하며 저점 대비 각각 28bp, 36bp 상승했다.
지난 9월 최초 발행된 국고채 30년물의 상승 추세는 더욱 가파르다. 국고채 30년물은 3.41%를 터치했다. 한때 10, 20년물 금리보다 낮게 거래됐던 국고채 30년물은 12월들어 연일 오르며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록을 세우고있다.
지난 9월과 10월에 증권사를 통해 낮게는 2.90%에서 국고채 30년물을 매입한 개인투자자들은 두세 달만에 마이너스 10%의 투자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업계가 ETF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 10월말 내놓은 국고채 장기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도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10년 국고채 레버리지 ETF는 국고채 현물과 국채 선물로 운용해 듀레이션 확대로 실질적으로 20년 국고채 현물 투자와 유사한 효과를 낸다.
우리자산운용은 지난 10월30일 KOSEF 국고채 10년 레버리지 ETF를 업계 최초로 상장했다. 좌당 10만원에 상장된 KOSEF 국고채 10년 레버리지는 18일 9만7445원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수요가 없어 현재 시가총액이 상장원본액 200억 원에도 못미치는 196억 원을 기록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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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채는 듀레이션이 길기 때문에 금리 변동폭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채권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단기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장기 국고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불가피하게 만기 보유 전략으로 돌아서야 할 판이다.
글로벌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를 기대하게 하는 대외 변수들이 간간히 전해지는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의 추가부양책 발표 등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는 강화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장기채에는 반영되지 않는 모습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혹시 모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단기채권에는 반영돼 조정폭이 제한적인 반면 장기채 수요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제가되고 있는 것은 국고채 30년물 대부분이 장기 투자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개인투자가들이 주로 매입했다는 점이다. 하나대투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리테일 채권 판매망을 통해 개인과 일반법인에 판매된 물량은 9월에 71%, 10월에 67%, 11월에 61%를 차지하고 있다. 국고채 10년물의 경우 기금, 보험 등 기관투자가 비중이 80%인 것과 대조적이다.
증권사들은 8~9%의 단기 매매차익을 목표로 국고채 30년물을 팔았다. 국고채 30년물은 9월부터 매월 4000억 원 규모로 발행됐다. 발행 초기 물량 확보전이 벌어졌던 것과 달리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 11월부터 국고채 30년물에 대한 수요 열기는 급격히 식어가는 분위기다. 9월과 10월 발행물은 시장조성을 위해 인수단 방식으로 발행됐는데, 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 컨센서스 대비 훨씬 낮은 국고채 10년물 대비 +3bp, +6bp에서 낙찰됐다. 9월물은 3.05%와 3.08%에, 10월물은 2.98%와 3.01%에 발행됐다.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 11월물은 3.07%, 3.10%에, 12월물은 수요 부진이 겹치며 3.21%, 3.24%에 낙찰됐다.
기관투자가들은 중장기적으로는 장기채 수요를 늘려나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당분간 장기채 가격 조정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장기채 매입을 미루고 있다.
한 기관투자가는 "고령화로 인해 연기금과 보험사 같은 대형 기관들은 부채의 변동성을 줄이는 방편으로 장기 국고채 매입을 통해 자산 만기를 증가시킨다"면서도 "국고채 10년물 같은 장기 투자 수단이 있어 30년물은 좀 더 지켜보자는 시각이 우세하고, 올 연말까지는 장기채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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